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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서, 친구 사이에서, 직장에서, 모르면 당하는 가스라이팅. 가스라이팅이 뭘까? - 나의 생활 속 심리를 좌우하는 가스라이팅이란 정수빈 2021-08-26 09:25:56

[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정수빈 ]


 

최근 들어, 사용 빈도가 잦아진 용어,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되는 '가스라이팅'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가스라이팅’이란, <가스등(Gas Light)>(1938)이라는 연극에서 유래한 용어로,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조작 대상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현상을 말한다. 그렇게 의심을 하게 만든 자가 그 대상(조종당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함)에 대한 지배력을 얻게 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사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자신도 모르게 가스라이팅을 당했을 수도, 가스라이팅을 가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단지, 자신은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며, 인지하지 못함이 대다수라 생각한다.

 

 가스라이팅의 위험성은 상당하다고 본다. 하나의 정신적 폭력으로 분류할 수 있는 가스라이팅은 신체에 남은 작은 상처가 아닌, 보이지 않는 가슴 속 깊이 난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슴 속에 남은 상처는 아무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가스라이팅을 ‘교묘하게 반복적으로 상대의 감정, 사고를 주변과 상대 스스로로부터 고립시키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연인관계와의 연애’에 있어 많이 활용되는 단어로 봐왔을 수 있지만, 이는 연인관계에서는 물론, 가족관계에서, 친구 관계에서 등 어느 상황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행위이다. 즉, 다양한 맥락과 상황에서 사용될 수 있는 용어이다. 특히나,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사이가 더욱 친밀할 경우 발생하기 쉽다고 본다. 타인, 혹은 제삼자가 간섭하기 힘들 만큼의 특별하고, 각별한 사이일수록 가해자의 가스라이팅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에 최적화되기 때문이다.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에서는, 가스라이팅의 성립 조건으로 ‘조종 대상의 자존감이 높지 않아야 함’과 ‘외부로부터의 차단’을 꼽았다. 피해자가 자기주장에 있어 취약할수록, 친밀한 관계에 놓인 가해자의 말에 더욱 반응하며, 심리적인 조종이 잘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외부와의 차단이 가해자의 영향력을 방해받지 않고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다. ‘남’이 아닌 가장 가까운 ‘나의 주변인’에게서 가스라이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믿기 힘들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신뢰도가 높을수록 상대보다 자신을 의심하거나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기에, 가스라이팅의 대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비판 의식이 살아있고 자존감이 높다면, 스스로를 의심하거나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굳건히 자신을 지킬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현실 감각을 잃고 가스라이팅의 대상이 되기 쉽다. 있는 그대로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거나, 의심될만한 판단의 상황이 놓인다면, 그것은 확인하고 다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이면 객관적으로 판단해 줄 수 있는 제삼자에게 물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타인의 감정에 휘둘리고, 걱정하고, 마음을 쓰는 만큼, 자신의 감정에도 솔직해지고, 그렇게 집중해 볼 것을 권한다.



 [감정 폭력]에서는 가스라이팅과 같은 정서적 폭력을 대하는 방법으로 ‘L.C.L’을 소개한다. ‘L.C.L’은 ‘Love it, Change it, Leave it’이다. 이는 ‘무엇인가를 사랑하려 노력하고, 바꿔보고, 그것도 안 되면 떠나라!’를 뜻한다. 사회 심리학자인 디터 프라이의 "바꿀 수 없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여유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용기, 그리고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있는 그대로’를 인지할 것을 일러둔다. ‘용기’가 가해자를 고립시키고 그의 행동이 더는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지 못하게 만드는 힘임을 강조하는데, 나 역시 ‘용기’라는 단어가 이 기사의 핵심 단어가 아닐까 한다. ‘나 자신을 믿을 용기, 나의 감정과 생각을 믿어볼 용기, 신중하고 정확한 판단으로 행동할 용기’가 많은 이들에게 필요할 것 같다.

 더불어 이 책에서는 '반복적으로 가볍게 신체 두드리기'와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 안구 운동 민감소실 재처리 요법'이 정서적 폭력의 희생자에게 괴롭힘으로 증가한 스트레스와 내적 긴장 상태를 완화해 줄 첫걸음임을 알린다. ‘감정 폭력’에 대해 고민이 있거나 생각이 많을 때이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알고, 자신을 보호할 줄 아는 일이 누구나 머리와 마음으로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하지만, 알아도 ‘행동’이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해결되지 않는 문제일 것이다. 그럼에도, 한 번의 작은 용기가 큰 변환점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을 잃어버렸거나 혹은 자기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면 이 글을 읽고라도 꼭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와 무관한 일이라 외면하고 회피하기보다는, 잠깐이라도 내가 '가스라이팅을...?'이라는 의심이 든다면,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에게서 회피하거나 물러서기보다는, ‘용기’를 가지고 임해보기를 바란다. 

 


“남 눈치 너무 보지 말고 나만의 빛깔을 찾으세요.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혜민 스님




출처 : 

이수정, 이다혜, 최세희, 조영주. (2020년).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 민음사. 

베르너 바르텐스. (2019년). 감정 폭력 : 걷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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