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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눈을 가려 현실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어기제’ - 어쩌면 부적응적 혹은 적응적인 나의 모습
  • 기사등록 2021-04-26 13: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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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강다희 ]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란 무엇인가?


홍수민, 하지현(2020)에 따르면, 방어기제란 심리 내적 또는 외적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불안감을 처리하고 심리 내부의 평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자아의 무의식 영역에서 일어나는 심리기제이다.

방어기제는 개인이 가지는 자기(self), 타인(others), 생각, 감정에 대한 지각을 변화시키며 동시에 지키는 기능을 한다. 개인의 자원, 기술 또는 동기만으로 내적 갈등이나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심신의 안녕을 지키기 어려울 때마다 현실을 왜곡하여 개인으로 하여금 비교적 안정적으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행동 패턴이기도 하다.

 

따라서 방어기제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아를 지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상황에 대응하는 생각과 행동의 경향성을 의미한다. 자아가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는 상황도, 그에 대응하여 사용하는 방어기제도 사람마다 매우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의 방어기제를 알면 그 사람의 성격도 파악할 수 있다.

 

흔히 알고 있는 방어기제 중 하나는 ‘합리화(rationalization)’이다. 합리화는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로 설명할 수 있다. 여우가 닿지 않는 높이에 달린 포도를 여우는 먹지 못했다. 그런 여우는 포도를 포기하고 ‘저 포도는 너무 셔서 맛없을 거야.’라고 말한다. 여우는 처음에 포도가 맛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먹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내부의 평형 상태 유지를 위해 합리화라는 방어기제가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합리화 외에 또 다른 방어기제는 무엇이 있을까?




1. 억압과 억제


억압(repression)은 자아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욕구, 충동, 생각 등을 무의식적으로 억누르는 것이다. 자아가 의식하지 못하게 무의식의 영역 속에 가둬 자아를 지키는 것이다. 일상 예시로는 다음 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이 강하면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견디기 힘들 정도의 사건(폭행, 교통사고 등)을 당사자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억압으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억압은 가장 원시적인 방어 기제로, 다른 유형의 방어기제들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억제(suppression)는 욕구, 충동, 생각 등을 의식적으로 억누르는 것을 말한다. 억압과 억제의 차이는 해당 방어기제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지, 의식적으로 일어나는지이다. 억압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반면, 억제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성숙한 방어기제이다.

 


2. 투사와 동일시


투사(projection)는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본인의 욕구, 생각 등을 타인이 지닌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나와 닮았다.’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인 ‘그림자’를 다른 사람을 통해 직면하게 될 때가 있다. 나의 그림자를 타인을 통해 비춰보면서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게 되지만, 그 죄책감을 상대에게 떠넘겨 투사하는 것이다. 이를 ‘그림자 투사’라고 한다. 

자신이 화가 난 상태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가 화가 났다고 여기는 것도 투사의 한 예이다. 화난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감정이 상대에게 있는 것처럼 투사하는 것이다.


동일시(identification)는 중요한 인물의 태도, 행동 등을 자기 것으로 여겨 닮으려 하는 것을 말한다. 위인전을 읽고 그 사람을 닮으려 하는 것이 동일시의 예이다.

 


3. 신체화와 행동화


신체화(somatization)는 심리적 갈등이 의식적으로 표출되지 않고, 신체 증상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표현되는 것을 말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두통 혹은 복통을 느끼는 것이 신체화의 예이다. 


행동화(acting out)는 자신의 무의식적 충동, 욕구 등을 억제하지 않고 즉각적인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물건을 던지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이 행동화의 예이다.

 


4. 수동적 공격성


수동적 공격성(passive aggression)은 잘 드러나지 않는 방법으로 상대에게 분노, 불만 등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자신이 불편을 느끼는 상대를 은밀하고, 간접적인 방법으로 곤란에 처하게 한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팀 프로젝트를 하게 됐는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을 가정하자. 그는 겉으로 괜찮은 척하면서 속으로는 반감을 품고 있을 것이다. 결국, 팀 프로젝트 발표 당일 결석을 하거나 의도적으로 발표 자료를 잃어버리는 등의 방식으로 팀원 모두를 곤란에 빠뜨린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간접적 표현이라는 것이다. 불편한 대상인 팀원에게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간접적인 방식으로 표출한다. 비록 그 행동이 자신에게도 해가 될지라도 그들을 곤란에 처하게 하는 것이다. 

 


5. 취소와 반동 형성


취소(undoing)는 비난받을 만한 자신의 과거 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감소시키고, 상징적 방법을 동원해 과거 행동을 취소하려는 것을 말한다. 과거 자신의 행위뿐 아니라 상상의 행위에 대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친구를 때리는 꿈을 꾼 뒤, 그 친구에게 선물을 사주거나 더 친절을 베푸는 것이 취소이다.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은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라는 속담으로 알아볼 수 있다. 실제 느끼는 감정(주로 부정적 감정), 용납할 수 없는 욕구 등을 정반대로 대체해 직접 표현하는 것이다.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더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반동형성의 예이다.

 

이 외에도 주지화(intellectualization), 분리(splitting), 이타주의(altruism), 승화(sublimation), 유머(humor) 등 방어기제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상대적으로 미성숙한 방어기제도 있고, 상대적으로 성숙한 방어기제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방어기제를 단순히 미성숙하면 나쁘고, 성숙하면 좋다는 이분법적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다.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는가?’가 보다 ‘어떤 방어기제를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중요하다. 

 

방어기제는 외부의 다양한 자극과 갈등, 심리적 압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히 나타난다. 개인적·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모습을 표출하지 않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어쩌면, 최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부적응적으로 보이는 방어기제일지라도, 결국은 우리의 적응을 위한 자동 방어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때로는 현실에 직면하려는 노력을 해보자. 그러면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교육심리학자. 방어기제 총 정리합니다. [티스토리] (2020. 12. 03) 티스토리. https://goodthought.tistory.com/415 

•[네이버 지식백과] 억압 (상담학 사전)

•나눔복지교육원. 방어기제의 종류와 개념. [티스토리](2011. 01. 04). https://nanumfare.tistory.com/114 

•방어기제. (2020. 12. 02). 나무위키. https://namu.wiki/w/%EB%B0%A9%EC%96%B4%EA%B8%B0%EC%A0%9C#s-3.2.1.1 

•방어 기제. (2020. 12. 5). 위키백과,https://ko.wikipedia.org/w/index.php?

title=%EB%B0%A9%EC%96%B4_%EA%B8%B0%EC%A0%9C&oldid=28187570 

•임주리. ‘내가 싫어하는 사람 ’안‘에 내가 있다!. 사례뉴스. http://www.cas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54 

• 천성문 외. 상담심리학의 이론과 실제 3판 (학지사, 2018). 132-134p

• 홍수민, 하지현. (2020). 방어기제의 평가와 분류. , 31(1),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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