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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승현 ]





지난 2월, 10년째 공황장애를 앓고 있던 A씨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1393 자살예방 상담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극심한 우울증을 겪을 때마다 상담을 받으며 버티고 있던 것이다. 여성 상담원과의 통화를 요청한 A씨는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전화를 받은 남성 상담원과 30분 동안 상담을 마쳤다. 그러나 상담을 마친 후, 그녀는 낯선 번호로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자신을 상담원이라고 밝힌 그는 “이상하게 이런 감정이 없었는데 계속 마음에 맴돌아서 문자 드려요. 원래 상담사 전화번호를 노출하지 않는데 편한 친구가 되고 싶어서 오픈해요. 그냥 마음이 힘드실 때 문자도 좋고 전화도 좋습니다. 편한 친구 하실래요?” 라며 연락을 보내왔다. 전문적으로 진행 되어야 했을 상담 치료가 여성의 번호를 얻는 목적으로 변질된 것이다. 특히, 심리 상담은 목표를 가지고 맺는 치료적 관계이다. 때문에 상담사의 전화번호는 내담자에게 오픈 되지 않아야 하는데, 이 경우 상담사 본인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상담 윤리를 무시한 것이다. 이는 심리 상담 원칙의 문제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불안한 내담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안이다. 자살예방 상담 센터 관계자는 문제를 일으킨 상담원이 인원 부족으로 임시로 투입된 자원봉사자라고 밝혔다. 심적인 고통이 강해서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기 위해 찾는 곳이 자살예방 상담 센터인데 경력 부족과 인원부족으로 내담자들과의 내밀한 상담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것이다.


1393 자살예방상담전화는 보건복지부가 2018년 12월에 시작한 사업이다. OECD 국가 중 높은 자살률을 보유한 대한민국의 자살률을 낮추기 일환으로 상담 전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어디서나, 언제나 자살에 대한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전문상담 전화’ 라고 홍보하며, 상담원들 모두가 정신건강전문요원,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393 상담 전화는 끊임없는 인원 부족과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제자리를 걷고 있는 예산은 코로나 블루로 인해 늘어난 수요를 맞추기 위해 턱 없이 부족하다. 2020년 기준, 상담전화를 담당하고 있는 상담원들은 총 42명이다. 이들은 교대로 근무하며 24시간 내내 상담전화를 받고 있지만, 상담 응답률은 저조하다. 상담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새벽 시간대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는 34%라는 현저히 낮은 응답률을 기록하고 있다. 10명 중 6명이 우울감에 고통 받다가 전화해도 돌아오는 응답은 기약없이 기다리라는 메시지만 받는 것이다.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러한 상담 지연이 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낮은 응답률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상담센터 노동자들 또한 고된 업무와 콜 (call) 수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낮은 임금에 비해 심리적 고충을 동반하는 업무가 인력 부족의 주요 원인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 상담사들 또한 매년 30%가 퇴사한다고 말한다. 매 교대 시간마다 대략 9명의 상담사가 근무하더라도 밀려오는 상담 전화들을 모두 감당하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 또한 심리 상담은 진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30분 이상의 대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긴 통화 시간은 응대율을 낮추기 때문에 상담원들은 상담의 질을 포기하고 통화를 일찍 끝내거나 휴게 시간 동안 밀린 이력을 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양주희 부지부장은 “15년을 근무한 사람도 최저임금을 받는다” 며 “국민에게 복지 제도를 설명해주는 역할을 우리가 대신 하고 있는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1393 자살예방 상담센터의 예산 부족과 인력 부족은 상담사에게도, 내담자에게도 부정적인 결과만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은 위의 사례처럼 결국 전문성이 부족한 ‘임시’ 상담원이 극단적 선택의 기로에 놓인 내담자를 상담하게 되고, 상담 원칙을 무시해 오히려 내담자에게 더욱 큰 상처를 주게 된다. 때문에 1393 상담 센터가 환자들의 정신 건강을 진심으로 우려한다면, 한시라도 빨리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참고자료

-매일노동뉴스, “자살예방 상담 콜수 올려야 성과급 준다는 보건복지부”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7436 

-중앙일보, "3번 해도 연결 안된다"···받지 않는 자살예방 상담전화’ 

https://mnews.joins.com/article/23701208#home

-헬스경향, “극단선택 고민하다 건 ‘자살예방전화’…3건 중 2건은 실패?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9654599&memberNo=28656674&vType=VERTICAL

-아시아경제, “자살예방 상담 후…”마음에 맴돈다” 연락한 남자 상담원 제명”

https://n.news.naver.com/article/277/0004850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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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4-30 15:43:43
  • 수정 2021-05-04 10: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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