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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리더십의 사기 - 우리는 왜 계획을 세우면 늘 실패할까?
  • 기사등록 2021-07-30 10:57:25
  • 기사수정 2021-07-30 11: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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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의 실패에 좌절하신 당신께 드리는 위로의 글



신년에 이미 우리는 많은 새해 계획을 세웠다. 

금연, 독서, 다이어트, 운동, 글쓰기, 영어공부...  지난해에도 분명히 세웠지만 좌절했던.. 그래서 올해는 분명 다를 것이라 믿고 시작했지만 한 달 가까이 된 이 시점에서 빼곡히 적었던 다이어리를 보면서 좌절하는 나를 발견한다.


 

셀프리더십 교육을 가면 제일 먼저 야단을 맞는다. 


” 왜 당신의 회사에는 사명과 비전과 목표가 있는데 회사보다 더 중요한 당신에게는 그것이 없느냐 “


 그러면서 나보다 여건이 훨씬 안 좋은 내신 8등급에서 서울대를 간, 막노동하다가 과학자가 된, 100번 거절당하다가 월 1억의 보험설계사가 된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삶이 그동안 잘못되었다는 반성으로 접어들게 한다. 



그러면 갑자기 강사는 뭔가를 시키기 시작한다. 


평소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인생의 소중한 가치, 꿈 , 미래의 이미지를 말하고, 어설픈 개인의 미션, 비전과 목표를 적기 시작한다. 


적는 것은 뻔하다. 


돈은 많이 벌고, 육체도 건강하고, 가정도 평화로우며, 지식도 많이 쌓고, 직장에서는 승진하고, 친구도 많았으면 좋겠다는 누구나 꿈꾸는 슈퍼맨의 삶을 30개도 넘게 적는다.



강사는 외친다. 적어라.. 적지 않아서 이루지 못한 것이다. 분야별 장기 목표를 세우고 그 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점검인 단기 목표를 세워라!  매일매일 당신이 뭘 해야 할지를 알게 된다. 이를 시간계획에 잘 집어넣어라..  이제 모든 것이 다 되었다. 조별로 발표하고 서약의 다짐을 하자! 이제 우리는 달라진 삶을 살 것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왜 계획을 세우면 늘 실패할까? 왜 이렇게 의지력이 약한 것일까? 


토요 심리학 시즌1 세 번째 연구도서인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의지력의 재발견“은 우리가 항상 경험하는 셀프리더십류의 교육에서 항상 멋지게 계획을 세우고 얼마 후 실행에서 좌절하는 모습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우리의 일상을 통찰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1. 자기 조절(Self regulation), 자아 고갈(Ego depletion), 포도당(Glucose)     



바우마이스터의 이론을 살펴보면 프로세스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바를 이루고 목표를 달성하는 힘의 가장 핵심은 자기 조절력(Self regulation)이다. 그동안 다양한 요소인 자긍심, 자존감 등의 요소라 생각한 적도 있지만 마시멜로 테스트 등을 통해 검증된 요소는 오직 자기 조절력이다.       


자기 조절력의 원천이 되는 것이 바로 의지력(Willpower)인데 이 의지력은 구체적으로 4가지로 구성되어있다.     


- 생각 조절 : 우리는 집중과 훈련을 통해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생각이 나는 것을 억제하고 해야 하는

                 생각에 몰입할 수 있다.

- 감정 조절 : 기분 좋지 않은 상태를 스스로 벗어나고, 긍정적 정서를 유지하며,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정서에 집중할 수 있다.

- 충동 조절 : 목표를 방해하고 일상을 깨트리는 유혹에 저항할 수 있다. 

- 수행 조절 : 현재의 일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시간을 관리하며, 아무리 좋아도 그만두고 싶을 때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기 조절력은 에너지다. 이 에너지는 여러 가지가 개별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원천이 있고 그 원천에서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영역에서 사용되어 조금씩 소진된다. 이 에너지가 바로 포도당(Glucose)이다. 


포도당은 음식, 휴식 등을 통해 충전되고 특히 정신적 활동이 활발할수록 그 소진의 속도는 매우 빨라 판단, 의사결정, 인내하기 등등을 할 때 급격히 떨어진다.      

이 에너지 원천인 포도당이 모두 소진된 상태를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라고 한다.

이 상태가 되면 우리는 모든 상황에 굴복하고 만다. 생각을 조절할 수도 없고 원치 않는 감정상태를 벗어날 수 없으며 유혹의 충동을 참을 수 없다. 그리고 다음날 분명 후회할 행동을 하게 된다.  






2. 다이어트와 화목한 가정은 함께 할 수 없다.     



우리가 세우는 목표를 보면 일단 너무 많다. 

부족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니 이것저것 조금씩 적었고 그렇게 해서 일단 오늘 할 일만 열 개가 넘는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세 개만 줄여본다.  그래도 실패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목표가 모두 다 잘할 수 없는 Trade off 관계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목표로 세웠다. 뭐가 필요할까?


가장 필요한 것은 충동 조절이 아닐까? 일상의 곳곳에서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유혹을 이겨야 한다. 출근하면 곳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간식을 먹는다. 같이 먹자는 유혹이 올 때마다 먹고 싶은 충동을 제어해야 한다. 점심을 먹으러 가서도 평소보다 절반만 먹는다. 계속 먹고 싶어도 멈춰야 한다. 퇴근길에 헬스장에 들린다. 트레이너의 지시에 따라 운동을 하면서 땀을 빼면서 에너지를 소진한다. 집에 오는 길에 너무도 맛있어 보이는 튀김 가게의 냄새를 참아내면서 겨우 집에 도착했다.


아내와 애들이 된장찌개를 식탁에서 맛있게 먹고 있다. 거실에 TV가 켜져 있다.

짜증이 확 밀려온다.


”보지도 않는 텔레비전은 왜 켜놓았는데? 전기세 누가 내는 거야! 이번 달 관리비가 얼마 나온 줄 알아? 왜 이렇게 절약을 못하는 거야! “


아이들은 어리둥절, 아내는 저 사람이 왜 저러지?라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서 목표를 적은 다이어리를 본다.

다이어리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올해의 목표 1번 다이어트, 2번 아내, 아이들과 화목한 가정 만들기’          




3. 의지력 관리와 목표 달성     



이러한 자기 조절력의 프로세스와 실행방식 및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점이 확인되었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4가지를 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의지력은 근육이다.   

  

우리가 운동을 계속하면 근육량이 늘어나 파워나 지구력이 생기듯 의지력도 충분한 훈련과 영양섭취로 그 근육을 키울 수 있다. 

포도당을 잘 유지하기 위해 항상 천천히 흡수되는 음식을 섭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서 좋은 컨디션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체력은 국력이다 라는 말이 예전의 70년대 고리타분한 표어 같지만 실제 지금 우리가 목표를 달성할 때 가장 중요한 슬로건이 될 것이다.     




둘째, 유연한 계획과 에너지 사용 최소화     


다이어트와 금연 같이 상충되는 목표를 피하고 한 번에 하나씩 생각하는 것이 좋다. 

꼼꼼하게 매일 해야 할 리스트를 정하는 계획보다는 느슨하고 여유 있는 장기 목표로 오늘 못해도 내일 하면 된다는 식의 유연한 계획이 필요하다.

또한 한정된 에너지를 최소화 사용하도록 습관화해야 한다.

의지력은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내가 상황에 따라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하면 그만큼 의지력이 소진되어 정말 필요할 때 쓸 수가 없다. 



따라서 생각 없이 행동할 수 있게 하고, 조절하는데 에너지 없이 조절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아침에 자명종이 6시에 울렸다. 오늘 운동을 해야 한다. 시계를 보면서 고민한다, 나갈까? 좀 더 잘까? 아.. 그래도 나가야지.. 아니 내일부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이미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래서 운동을 나간다 해도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서 이후 일정이 위험하다.

그래서 자명종이 울리면 일단 생각 없이 일어나야 한다. 판단하지 말고 일어나서 옷을 입고 나가야 한다. 이게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는 것은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오바마는 일생을 살면서 자신이 오늘 입을 옷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고 한다. 왜? 신경 쓰고 결정할 일이 너무 많은데 뭘 입을까를 고민하면 그만큼 에너지가 쓰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혹을 참기 위해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면 애당초 시스템으로 유혹이 없는 곳으로만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금연을 위한 제도적 장치 (금연장소 확대, 흡연 시 벌금, 담배광고 금지) 등이 많은 금연자를 만들어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셋째, 자기 모니터링    

 

fMRI가 발달된 이후 뇌연구를 통해 좀 더 과학적인 방법론을 찾을 수 있는데 뇌에는 인슐라(insula) 부위가 있다. 이는 민감하게 반응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로 주로 기분 나쁜 일에 대해 듣거나, 구두쇠가 물건을 살 때 활성화되는 부위이다. 


인슐라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추적해보니 이것이 가장 활성화되는 순간이 바로 자신의 카드 명세서를 받아 목록을 볼 때, 운동량의 거리가 기록된 스마트폰을 볼 때, 방 안에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볼 때 등 자기 모니터링의 순간이었다.     



사회심리학자 위클런드와 듀발은 사람들이 자아를 중립적인 형태로 표현하지 않는다면서 자신에 대해 집중할 때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것과 자신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떤 개념을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자의식은 늘 자기를 자기 자신이 될 가능성이 있는 대상과 비교하도록 부추겨서 자기 조절을 돕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다양한 어플을 통해 시간을 사용한 내용, 음식 먹은 것들, 돈을 사용한 내역, 운동한 거리 등을 항상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목표 실행 방법이다.             



넷째, 단순하고 꾸준한 훈련   

  

위와 같은 세 가지를 하더라도 사람은 의지력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우리가 늘 좋은 환경에만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소와 같이 모든 것이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영양도 충분히 섭취하고, 휴식도 취하고, 에너지 사용도 최소화하며, 자기 모니터링도 하겠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우리의 여건이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이때를 대비해서 항상 안 좋은 상황, 즉 기본적 여건이 안될 경우를 늘 예견하고 절제된 활동을 매일매일 꾸준히 훈련하라는 것이다. 


아프리카 탐험가 스탠리가 먹지 못하고 전염병이 창궐하고, 함께했던 사람들이 죽어가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꾸준히 했던 것이 바로 매일매일 일어나면 하는 면도와 글 쓰는 일이었던 것도 다 이 맥락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이번 의지력의 재발견을 통해 다시 한번 올해의 목표를 돌아봤다.


역시나 빽빽한 다이어리.. 나는 웃으면서 70% 이상을 지웠다. 그리고 단 하나만 앞에 놓았다. 이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에너지를 유지하면서 매일매일 그 목표를 위해 실행할 것이다.


중간에 지치면 포도당을 섭취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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