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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우지연]



“무슨 일로 우는 거야?”

토끼의 침울한 표정을 보고 다가온 여우가 조심스레 물었다. 

“나는 내 퍼즐 한 조각을 찾고 있어. 그런데 어디를 가도 그 한 조각을 찾을 수 없더라. 아마 내가 칠칠 맞게 잃어버린 거겠지? 딱 하나 있던 퍼즐이라 다시 살 수도 없어. 난 평생 비어 있는 퍼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걸까? 나도 남들처럼 100 피스의 완벽한 퍼즐을 가지고 싶었는데.”

울먹거리던 토끼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퍼즐 한 조각 = 결핍"



 ‘결핍’을 ‘퍼즐 한 조각’에 빗대어 보고자 한다. 당신을 100 피스가 있어야 전체가 구성되는 퍼즐이라 가정한다면, 당신의 퍼즐은 100 피스가 빈틈없이 다 맞춰져 있는 완벽한 퍼즐인가, 혹은 한 두 조각이 빠져 있다고 느껴지는 퍼즐인가? 나의 퍼즐은 한 두 조각, 어쩌면 그 이상이 비어 있는 불완전한 퍼즐이다.

 

 성인이 된, 혹은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는 우리는 공허함을 자아내는 ‘퍼즐 한 조각’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타인에 의해 끊임없이 저울 위에 올라가고, 동시에 타인을 저울 위에 올려 두는 현대의 개인들에게 본인의 결핍은 견디기 어려운 공백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필연적으로 결핍 또는 열등감을 가진다. 알프레드 아들러의 『삶의 의미』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세상 앞에서 자신이 불충분한 존재라고 느끼는 감정은 긍정적인 아픔이며, 그런 감정은 어떤 과제가 완수되지 않거나 욕구가 채워지지 않거나 긴장이 해소되지 않는 동안 지속된다.” -p.96-

 

 그러나 자각된 부족함이 불러오는 나비효과까지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부족함은 ‘노력’의 근거가, 누군가에겐 ‘회피’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아들러는 『삶의 의미』에서 줄곧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 문명도 안전을 확보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며, 인간 존재들이 영원히 열등감을 느끼는 상태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즉, 열등감은 인간이 보다 큰 안전을 확보하도록 자극하는 매개체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왜 음식을 저렇게 많이 사 오시는 걸까?



 이 시점에서 뜬금없이 내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나의 아버지를 하나의 키워드로 표현하자면, 내 아버지는 ‘노력하는 사람’이다. 바쁜 스케줄, 충분히 방대한 지식, 넓은 견문을 가졌음에도 항상 당신이 모르는 영역을 발굴해 공부하는 모습에 늘 경외감을 느껴 왔다. 그런데 항상 존경스러운 아버지에게도 딱 하나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 있었다. 그것은 음식을 사 올 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사 오신다는 점이었다. “과자 1개 사다 주세요.”라는 말에, 집에 마트를 차리실 계획이라도 있으신 듯 양손 가득 주전부리를 사 오시는 아버지의 행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아무리 ‘1개’를 강조해도 달라지지 않는 풍성함(?)앞에서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하며 생각을 거듭하던 어느 날, 아버지와의 대화 속에서 나는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결핍의 기억’이었다. 풍족하지 않았던 유년 시절의 아버지는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지 못할 때가 많았고, 그 외에도 빈번하게 서럽고 창피한 상황을 견뎌 내야 했다. 


 약 40년 전 아버지가 느꼈던 결핍은 자녀들에게 ‘풍성함’을 주고자 노력하게 만드는 나비효과를 불러온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음식을 많이 사는 행동은 결핍이 불러온 나비 효과 전체에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앞에서 언급한 ‘안주하지 않고 발전하고자 하는 태도’라는 아버지의 삶의 방식 역시 결핍이 불러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본인의 잘못이 아님에도 마주할 수밖에 없던 아버지의 결핍은 ‘유능해지는 것’에 대한 절실함이 되었고, 아버지만의 ‘고유한’ 동기이자 동력이 된 것이다. 



"당신의 그림자를 마주하는 것"



여우는 덩달아 슬픈 표정으로 토끼의 어깨를 토닥이다 질문 하나를 떠올렸다. 

“토끼야, 그런데 완벽한 퍼즐을 못 가지는 게 왜 그렇게 슬픈 거야?”

“그건… 바보 같잖아. 퍼즐을 완성하지 못하는 건.” 

“퍼즐을 완성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데?” 

“수달이와 방울새도 나랑 같이 퍼즐을 가지고 있어. 각기 다른 퍼즐을 사서 다 맞추면 서로 보여주기로 했거든. 그런데… 나만 이렇게 완벽하지 않은 퍼즐을 보여준다면 분명 실망할 거야.”

“실망하면 어떻게 되는 건데?”

“…” 

토끼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아주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나와 다신 안 놀려 할지 몰라.”

“토끼야, 너는 아이들이 너에게 실망해서 떠날까 무서운 것이었구나.”


 앞에서 나는 결핍의 순기능에 대해 말했다. 그러나 이 결핍을 극복하기 위한 본인만의 방식을 찾고 실현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며, 그 과정에서 본인의 결핍을 마주하는 모든 순간은 불쾌하다. 개인의 결핍은 ‘무의식적으로 과장된’ 두려움을 수반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파국화(Catastrophizing)’라는 심리학 개념이 있다. 이는 엘리스(Ellis)가 소개한 개념으로, 부정적 사건이 비합리적으로 과장되어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하는 인지 왜곡 현상이다. 


 시험 하나를 망쳤을 때 ‘인생이 망했다’라고 생각하거나, 주변 이와 갈등이 발생한 후 ‘다른 이들도 본인을 싫어할 것이다’라 생각하는 것 등이 파국화의 사례이며, 본인의 ‘결핍 영역’은 파국화에 특히 더 취약할 수 있다. 부정적인 결과를 상상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당신이 절실하게, 심지어 강박적으로 노력하게 만드는 자극제가 될 수도 있지만, 그 시간 속에서 당신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면 이 역시 그리 긍정적이라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윤홍균의 『자존감 수업』에 따르면, 파국화 반응을 다루기 위해선 본인의 ‘근본적 두려움’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본 글 속 여우가 토끼에게 그랬듯 “그다음엔 어떻게 될 것 같은가?”라고 스스로 질문해볼 수 있다. 연이은 질문에 답변해가며, 본인의 불안이 당장의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것임을 느낄 수 있으며, 먹물 한 방울을 떨어뜨린 듯 번져 가던 실체 없는 불안감이 어떤 두려움에서 파생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다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본인의 ‘근본적 두려움’을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주변을 실망하게 하는 것이구나.”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내가 쓸모없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구나.”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내가 신뢰한 사람으로부터 상처받는 것이구나.”

 

 본인의 ‘근본적 두려움’을 인정한 뒤, 우리는 결핍을 성장의 동기로 바꿀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보면 된다. 두려움 요인에 대해 명확히 인지한 뒤 세운 대응 방안은, 과장된 상상 위에 만들어 놓은 대응 방안보다 훨씬 더 명확하고 적절한 대책일 가능성이 높다.  



"당신이 꼭 찾고 싶은 퍼즐 한 조각은 무엇인가?"


  

 2년 전 내가 존경하는 한 교수님께선, 가르쳐 주신 사상, 이론의 장/단점이 기억 안 날 때 다음 조언을 떠올리라 말씀하셨다. 


“모든 장점은 단점에서 나오고, 모든 단점은 장점에서 나온다.”


 ‘고집이 세서 타인의 말을 안 들을 때가 있다’는 단점을 가진 이가 ‘주관이 뚜렷하다’라는 장점을 가지고, ‘결정할 때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을 가진 이가 ‘신중하고 침착해 실수를 잘 하지 않는다’라는 장점을 가진다는 것을 떠올리면, 세상의 대부분이 가진 ‘양면성’에 대해 깨닫게 된다.


 나는 순기능 따윈 없어 보이는 결핍과 열등감 역시 ‘양면성의 보유’에 있어 예외가 아니리라 생각한다. 누구나 결핍, 혹은 열등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 비어 버린 퍼즐 한 조각의 자리를 채워 나가는 방식은 각기 다르며, 자각된 부족함이 ‘성장’의 씨앗이 될지, ‘정체’ 혹은 ‘회피’의 씨앗이 될지는 온전히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당신은 당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비어 있던 퍼즐 조각의 자리를 채워 가면 되는 것이며, 그렇게 새겨진 노력의 흔적들은 언젠가 당신만의 고유한 무늬가 될 것이다. 

 

여우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토끼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누군가와 열심히 통화를 하던 여우는 밝은 표정으로 토끼에게 뛰어와 말했다. 

“토끼야, 수달이랑 방울새가 그러는데, 그 아이들 퍼즐도 한 조각이 비어 있었대. 너 잘못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라더라!” 

 

“어쩌면 우리 모두 각자의 퍼즐 한 조각을 찾기 위한 여정 중에 있는 건 아닐까?”



[참고 문헌] 

1) [네이버 지식백과] 파국화 (상담학 사전, 2021.10.03)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674581&cid=62841&categoryId=62841

2) 알프레드 아들러, 『삶의 의미』, 김세영, 부글북스, 2017, 96-99. 

3) 윤홍균, 『자존감 수업』, 심플라이프, 2016, 190-195.

4) 이미지 출처 : Pixabay



덧붙이는 글

기회가 된다면 치유의 메시지를 담아 동화책을 써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본 기사를 통해 약간이나마 이룰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을 읽으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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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10-18 09: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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