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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혜령 ]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 VS 내 생각은 이렇지만, 정답은 아니야.


 극단적으로 말하긴 어렵겠지만, 관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트러블은 '나는 알고 너는 모른다.'의 마인드 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라는 생각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누구와도 유연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의 마음에는 '내 의견은 이렇지만 확신할 수는 없어.', '난 이렇게 생각하지만 틀릴 수도 있어.'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듯 하다. 그런 사람은 내 생각이 아무리 엉뚱하고 터무니 없어도 귀기울여 들어준다. '내 주장은 이 것. 네 주장은 저 것.' 이라는 평행선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떤 좋은 아이디어로 귀결되기도 하는 것 같다. 교차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반대의견을 가졌다고 할지라도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독단적인 주장만 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대개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 수용의 태도 없이 목소리를 낼 때, 이외의 사람들은 침묵할 가능성이 높다. 말해봤자 묵시될 게 뻔하니까.


 사람들과 대화할때 '결혼'은 흔히 등장하는 주제다. 유난히 '결혼생활이란 자고로 이런 것이다. 결혼을 하면 다들 이렇게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분이 있었다. (꽤 오래전이고 그땐 나도 미혼이었다.)  마치 온 세상 사람들이 결혼전과 후로 나뉘어 딱 두분류가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다. 물론 결혼이라는 제도가 개인에게 가져오는 변화에 보편적인 면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경우의 수가 무한할텐데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게다가 부정적인 얘기였고, 자신의 경험(혹은 지인의 경험)에 국한된 사실이었을 것이다. 대화하는 멤버들 중에는 나를 포함한 미혼이 몇 있었는데, 선입견을 가지게 될 수도 있는 얘기였다. 경험해보지 않는 나조차도 약간의 반감이 들었다. 목소리가 강한 그분에 비해, 소심한 나는 '꼭 그런것만은 아니지 않을까요?'라는 말을 읊조릴뿐이었다. (들리기나 했을까?..)


그리고 난 결혼을 했고, 그 분의 얘기가 정말로 일부에 국한된 얘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구나 소신을 갖고 한가지의 주장을 펼칠 수는 있지만, 애초에 '너는 안겪어본 일이고 나는 겪어본 일이니 내말이 무조건 맞아!' 라고 주장하는 건 썩 유쾌하게 들리지 않는다.(내용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수천만의 사람들이 있다면 그만큼의 다양한 성격이 있고,  다양한 성격이 있는 한 똑같은 경험을 통해서도 수천가지의 결론에 이를 것이다.






 우리는 혼자이면서도 함께일 수있고 함께이면서도 혼자일 수 있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의 세계속에 사는 사람은 주위에 무수한 사람들과 관계맺고 있을지언정, 혼자사는 방식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내 생각이 옳고 너는 내 의견을 납득해야만 한다. 라고 했을때 그는 단연코 혼자 사는 삶을 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교류도 소통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디, 스스로 고독해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자신의 앎을 진리로 만들었을 때, 주위를 어리석다 여기고 자신은 그 위에서 더 멀리본다 여길 때에 존재하는 곳은 외딴섬이 분명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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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1-20 09: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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