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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이다인 ]



"컴퓨터가 당신을 울게 만들 수 있나요? (Can a Computer Make You Cry?)“

 

세계적 규모의 게임 제작 및 유통 회사인 EA(Electronic Arts)가 1980년대 채용 공고를 하면서 사용했던 문구이다. 게임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한 적이 있는가? 게임에 몰두하느라 시간이 가는 것도 잊거나 게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한 적이 있는가? 많은 현대인은 게임을 하면서 여러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다양한 감정 경험을 한다.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우리로 단순히 게임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게임에 ‘몰두’하게 된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의 2021년 게임이용자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1.3%가 게임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게임은 책, 영화와 같이 우리의 문화생활에 점점 더 침투하고 있고, 현대 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그만큼 게임은 우리의 감정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한 비디오 게임 아티스트인 Cornelia Geppert는 자신의 게임 “Sea of Solitude"를 통해 외로움과 같은 자신이 겪은 심리적인 경험을 게임을 통해 공유하고자 하였고, 이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해소하고, 공유하는 경험을 하였다고 전했다. 이처럼 영화와 책과 마찬가지로 게임 역시 다양한 상징물들을 통해 디자이너가 의도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게임은 어떤 디자인적 요소를 이용해 우리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 게임 속의 다양한 선택



게임은 똑같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책과 같은 미디어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게임 디자이너들은 게임을 설계할 때 플레이어들의 감정을 의도적으로 고려한다. 그중 하나는 바로 우리에게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직접 한 선택에 따른 결과를 경험하는 것은 제삼자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지켜보는 것보다 훨씬 직접적이다. 이는 현실에서 우리가 감정을 경험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취업’이 목표인 한 개인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목표를 달성하기 ‘인턴’, ‘취업 스터디’, ‘대외 활동’ 등 여러 가지 선택지와 과정들을 마주하게 된다. 선택에 대한 책임과 결과는 오로지 ‘자신’에게 있어서 개인은 이 과정에서 많은 감정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게임 속에서도 유사한 경험이 이루어진다. 많은 RPG(Role-Playing Game, 플레이어에게 특정한 역할을 부여하는 게임) 게임들은 퀘스트를 통해 우리에게 많은 임무를 부여한다. 우리는 여러 퀘스트를 해결해 가면서 많은 선택지를 마주하게 된다. 많은 선택의 단계를 거쳐 우리는 게임이 제공하는 여러 중간 목표들을 달성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에 이른다. 한 연구에 따르면 퀘스트 단계에 따라 플레이어들의 감정이 변화하며 이는 플레이어들의 목표 수행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 의식을 유발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 가능하다고 보았다. 즉, 우리는 제삼자가 아닌 우리 스스로 특정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그 과정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헝가리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이러한 몰입 상태를 ‘flow’라고 표현했다. 그에 따르면, ‘flow’ 상태에 있는 개인은 외부의 시간에 감각이 무뎌지고 개인적인 고민을 잊게 된다.

 



# 선택과 사회적 감정


전쟁, 살인과 관련된 영화를 보면서 죄책감을 느낀 적이 있는가? 수많은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는 안타까운 감정과 슬픔을 느끼지만, 그 장면에 책임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에 내 책임이 있다면 어떨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정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많은 게임은 플레이어들의 감정을 최대한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현실과 비슷한 상황과 시점을 제공한다.


한 교수가 디자인한 ‘엄마 거북이 구하기’라는 간단한 게임으로 예를 들어보자. 이 게임은 플레이어인 아기 거북이 4명이 비행기에서 추락하는 엄마 거북이를 구출하는 것이 목적이며, 실패할 경우 모든 거북이는 죽게 된다. 특히 이 경우에는 지붕이 뚫린 집을 클로즈업하며 장례식 현장에서 연주되는 장송곡 스타일의 배경 음악을 들려준다. 여러 가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 거북이를 구하지 못하면, 우리는 엄마 거북이의 죽음에 책임을 지게 된다. 가상의 상황이지만, 엄마 거북이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만일, 엄마 거북이를 가까스로 구해낸다면 그것이 마치 실제 상황인 것처럼 뿌듯함과 안도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즉, 게임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긍정/부정적인 상황은 플레이어의 선택 또는 행동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은 플레이어 본인이 특정 상황에 책임이 있도록 게임을 설계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사회적 감정들과 유사한 감정들을 경험하게 된다.

 



#게임 속의 타인, NPC(Non-player character)



우리는 가상의 존재와도 감정적인 교류를 할 수 있다. NPC란 Non-player character의 약자로, 사람이 직접 조종하지 않는 게임 속의 캐릭터들을 일컫는 말이다. 게임 디자이너들은 NPC라는 게임 속의 가상의 인물들을 이용해 게임 스토리를 진행해 간다. NPC를 활용해 플레이어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EA사의 시뮬레이션 게임(실제에 가까운 상황을 재현시킨 게임)인 심즈 시리즈(The Sims)가 있다. 심즈는 ‘심’이라고 불리는 사람들(NPC)과 인간관계를 맺고, 사랑하고, 생활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 ‘심’이라고 불리는 NPC들은 실제 사람처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신경질을 내기도 하며 자신들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행동을 구사한다. 플레이어들은 ‘심’들에게 고백했다가 차이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실 세계의 타인과 유사하게 설계된 NPC들은 게임의 몰입도를 더더욱 높인다.

 

이는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RPG 게임에서도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NPC와 상호작용하게 된다. RPG 게임들이 제공하는 퀘스트의 대부분은 플레이어와 NPC들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NPC들과의 대화가 너무 단조롭고 기계적일 경우 플레이어는 지루함을 느끼게 되지만, 실제 사람과 비슷한 감정 패턴을 지닌 NPC들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마치 현실처럼 느끼도록 돕는다. 실제로 게임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많은 전문가는 플레이어의 성향에 반응하는 더 인간과 유사하고, 동적인 NPC를 설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게임을 하면서 우리는 단순히 무엇인가를 성취할 뿐만 아니라 게임 속의 다양한 요소들과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한다. 게임은 플레이어들의 감정을 고려해 설계되며, 이는 우리가 게임에 몰두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이것이 항상 플레이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게임 UX 컨설턴트 셀리아 호든트(Celia Hodent)에 따르면 모든 예술의 형태에서 감정은 조종되는데, 우리는 이를 윤리적으로 다뤄야 한다.



참고자료

- Celia Hodent. (2020, August 8 - August 8). Skill-Building Series: Emotion in Game Design(A UX Perspective). GDC Summer 2020. https://www.gdcvault.com/play/1026790/Skill-Building-Series-Emotion-in.

  • - Cornelia Geppert, A video game that helps us understand loneliness(2019), TED Talk.
  • - Juul, J. (Ed.), & Isbister, K. (2016). How Games Move Us: Emotion by Design. MIT Press.
  • - 김미진, 송승근.(2010).퀘스트 시스템에 대한 게임플레이어의 감정패턴 분석.한국게임학회 논문지,10(4),15-22.
  • - 송병호.(2006).엄마 거북이 구하기.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6(11),118-125.
  • - 이창숙, 엄기현, 조경은.(2006).MMORPG에서 게이머의 성향에 반응하는 감성 지능형 NPC생성.한국게임학회 논문지,6(3),23-32.
  • - 한국콘텐츠진흥원.(2021). 2021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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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1-21 09: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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