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루비 ]


2010년, 첫 발령 난 후 꾸민 우리 반 교실 모습

 첫눈이 오는 날은 매년 겪어도 늘 설레다. 새하얗게 뒤덮인 세상이 맹추위와 상관없이 마음을 화사하고 포근하게 만들어준다. 내 마음도 첫눈과 같다면... 첫눈이 내리는 것처럼 내 마음속 찌꺼기를 모두 다 덮어버렸으면... 그리하여 순수하고 깨끗한 정갈한 마음만 남았으면...


 첫눈이 오는 날과 비슷한 것이 또한 첫 만남이 아닐까 싶다. 아직 상대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에 철저하게 모든 걸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순간... 그 순간, 그 강렬한 첫 기억이 참 소중하다. 내게도 소중한 첫 만남이 있다. 그것은 2010년 산촌마을에서 만난 나의 열한 명의 제자들과의 만남이다.


 사실 나는 그 지역에 발령 나고 펑펑 울면서 그곳으로 향했다. 아버지 트럭에 짐을 잔뜩 싣고 꼬불꼬불 길을 따라 가는데 도대체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깊고 깊은 골짜기에 나는 그만 두려움과 걱정으로 눈물을 펑펑 흘린 것이다. 이런 사람이 내가 처음이 아니었던지, 신규교사 임명식에서 교육장님은 이곳은 울면서 들어왔다 울면서 나가는 곳이라고 했는데, 내게도 정말 그런 곳이었다.


 




그 당시 학교는 음악, 미술 평가 연구학교로 내 심화 전공과도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리하여 난 3번의 연구 공개수업을 모두 음악 교과로 했다. 처음 발표했던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수업은 내 피아노 연주로 시작되었다. 두 번째 수업은 윌리엄 텔 서곡 감상 수업이었고 세 번째 수업은 장구 장단에 맞춰 민요 늴리리야를 시김새를 살려 불러보는 시간이었다. 떨리고 긴장되었지만, 동료 교사, 또 어떤 날은 다른 학교 선생님들이 가득한 곳에서 그 나름대로 잘 해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도 잘 따라주어서 무척 기뻤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우리 반 아이들은 남자 여덟 명에 여자 셋이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기억나는 일이 우리 반 여자아이 A가 전교 부회장에 당선되자 나머지 남학생들이 항의하고 울었던 일이다. 그 이유인즉슨 A는 지난 학년부터 따돌림을 받아왔기 때문이고 왕따인 A가 전교 부회장에 당선되자 화가 나서 운 것이었다. 나는 시골학교 아이들은 마냥 착할 줄만 알았는데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5년 동안 같은 반을 겪어 온 아이들이 이런 일을 행한다는 게 충격이었다. 여자아이들도 사이는 나쁘긴 마찬가지였다. 둘이서 한 명을 따돌리고 있었고 그 따돌림당하는 A는 여리고 섬세한 학생이었다. 나에게 순한 양 같다며 메일을 보내올 정도로 착한 아이였는데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1년 동안 같이 부딪히며 점차 따돌림이 완화되었다. 꾸준히 티 나지 않게 의도적으로 아이들이 서로의 좋은 점을 찾을 수 있도록,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빛을 발해서 학예회 때는 모든 아이들이 골고루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아직도 가끔씩 그때 공연한 무지개 물고기 낭독극을 보면 웃음이 난다.


 그 밖에도 같이 깡통차기 놀이를 한 일, 근교로 체험학습을 갔다가 나한테 반 아이들이 패션 테러리스트라고 놀린 일, 친구에게 장난을 해도 되는가로 토론 수업을 했던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 꼭 그 해뿐만 아니라 그다음 해에도 반 아이였던 아이와 과학탐구수업을 함께 하기도 했었는데 우수상을 받아서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만, 그때 상품이 문화상품권 만원이라고 내게 항의했던 그 아이의 철없던 모습도 함께 기억에 남아있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얼마 전에는 그때 제자가 부모님의 병환으로 돈을 빌릴 수 없는지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금전적인 도움을 주지 못해 안타까웠지 재난적 병환으로 인한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는 사이트를 알려주기도 했다. 열악한 여건과 세상적 조건이 한때의 추억마저도 얼어붙게 만드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제자들과 예전처럼 함께 웃으며 다시 한 자리에 모일 날을 고대해본다.. 첫 만남의 기억은 아름답게 지켜갈 소중한 추억이기 때문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4422
  • 기사등록 2022-09-28 17:47:3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