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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루비 ]



산골마을의 작은 학교. 내 첫 발령지였다. 신규임용교사 발령지가 발표 나던 날 난 엉엉 울었다. 이삿짐을 싸고 학교로 향해 가는 차 안에서도 가도 가도 학교는 보이지 않는다며 대체 어느 골짜기에 있는 거냐며 울었다. 공포의 6학급. 6학급은 업무도 엄청 많다던데 어떻게 버틸까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그런데 나는 도시로 나갔다가 돌고 돌아 지금은 6학급은 아니지만 다시 작은 학교에 와있다. (작년과 재작년은 6학급 학교에 있었다.) 작은 학교가 정말 좋다. 작은 학교의 매력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교육계에 흔히 쓰는 말로 학구라는 말이 있다. 교육행정상 구분되는 통학 구역(취학 구역)을 줄인 말인데 흔히 학부모나 교사는 대도시 학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대도시가 일자리도 많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가정의 교육 수준 및 경제적 수준도 높고 학생들의 학력 수준도 높을 거라는 이유에서 기인한다. 강남8학군이란 말이 있듯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여겨져 왔고 이러한 흐름에 누구도 이의를 두지 않았다.


나도 신규 때 어떻게든 도시로 탈출하고자 이동 점수를 모으기 위해 각종 대회에 나갔던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대다수 입장에 공감하는 바이다. 문화시설의 낙후, 불편한 교통, 사회적 상호작용의 제한, 열악한 교육환경 등 불평을 하려면 끝도 없이 할 수 있는 게 바로 시골생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내가 다시 시골로 돌아왔으니 바로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이다. 단점도 있지만 그만큼 장점도 많다는 것.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싶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모든 세속적 욕망을 벗어던지고 월든 호숫가에 들어가 이 년여 동안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했다. 이때의 생활을 기록한 책 <월든>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은 나는, 월든 호숫가에 가본 적은 없지만 바로 그와 같은 곳에서 살았는데 나는 무엇이 불만족스러웠을까? 왜 소로처럼 위대한 생각을 해내지 못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첫 발령지는 밤에는 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1급 하천수에는 다슬기가 서식하던 곳이었다. 깊고 그윽한 산맥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그땐 울면서 갔지만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어쩌면 나에겐 커다란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월든 호수에 사는 것보다 신과 천국에 더 가까이 갈 수는 없다."


소로의 말이다. 예전 첫 발령지는 아니지만 다시 시골에 돌아온 나는 지금 있는 곳에서 끝없는 안락함을 느낀다. 이웃들이 가꾼 집 근처의 텃밭을 보면서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고 주말마다 강을 끼고 드라이브를 할 때는 탁 트인 해방감을 느낀다. 소박하며 정겨운 시골 아이들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알게 해 주며 푸르른 산은 편안한 휴식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다. 비 오는 날의 빗소리도 정겹고 도시처럼 굳이 방범창을 달지 않아도,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바람을 쐬면 기분 좋은 행복감을 느낀다.


왜 이 좋은 곳을 마다할까? 시골에 위치한 작은 학교의 매력, 그것은 무엇인지! 아등바등 모두가 경쟁하듯이 방 한 칸 마련하기 힘든 도시에 살기보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떠할지 조심스레 제안해본다. 지금 내가 거주하는 곳, 그곳을 지상낙원으로 만드는 것,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첫걸음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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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0-06 13: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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