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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루비 ]





작년 국어 교과 중 감사 편지 쓰기 시간이었다.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누구에게 편지를 써볼래?”하니깐 우리반 아이들이 “스쿨버스 기사 아저씨랑 승차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쓸래요.”하는 것이었다. 나는 내심 담임 선생님인 나나 전담 선생님을 말할 줄 알았는데 다른 분을 이야기해서 좀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무엇보다 편지는 진심으로 우러나와야 된다고 생각해서 그러느냐며 그럼 한번 써보라고 편지지를 내주었다.


아이들이 기쁜 마음으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비밀이라며 꽁꽁 감추고 편지를 보여주지도 않았다. 편지를 쓰고 하교할 때 편지를 전해주라고 하니 알았다고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신들이 한 자 한 자 눌러쓴 편지를 스쿨버스 기사님과 승차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전달했다. 나는 아이들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시는 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고마웠다. 어쩌면 나나 전담 선생님에게 쓰길 바랐던 내 마음은 어른들의 고정관념일지도 모른다. 응당 그래야 한다는 선입견 같은 것. 그러나 이미 나는 바로 전해에도 아이들의 담임교사를 하면서 정성스러운 편지를 받은 적이 있고 아이들 입장에서는 늘 가까이하고 교류하는 선생님보다도 안 보이는 곳에서 헌신하는 그분들이 마음이 쓰였구나 싶었다.


그래서일까? 그 당시 우리반 아이들은 어떤 어른들하고도 참 잘 어울렸다. 심지어 학교에 트램펄린, 일명 ‘방방’이 생겼는데 그 안에까지 어른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월, 수, 금, 주 3회 점심시간마다 방방을 타곤 했는데, 담임교사인 나부터해서 과학 선생님, 행정사 선생님,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 체육 선생님을 차례차례 끌어들며 함께 뛰놀았다. 선생님들마저 어느새 어른의 체면을 내려놓고는 트램펄린의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교감 선생님은 이런 우리 반을 신기해하면서도 기특하게 바라보며 종종 찾아와 친근하게 말을 건네곤 하셨다.


이런 아이들의 자유로움이 참 부럽고 보기 좋았다. 어른들은 쉽게 아이들을 훈계하고 틀 안에 가둬두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어주면 무한히 뻗어나가는 것도 어린이들인 것 같다. 우리는 왜 자주 우리가 어린이였던 시절을 잊곤 하는 걸까? 모든 어린이는 어린 시절 빨리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던가? 그 마음을 잊지 않고 그저 아이들의 의지와 마음을 믿어주었으면 한다. 더불어 아이들이 내게 편지를 쓰지 않았다고 뾰로통했던 내 마음 또한 반성한다. 그저 묵묵히 아이들의 웃음과 성장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참 감사한 일이었다는 것을... 조금씩 깨우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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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0-21 16: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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