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
[The Psychology Times=루비 ]
수평적으로 학급 운영을 하다 보면 친구 같은 선생님을 넘어 어느새 만만한 선생님이 되어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처음 몇 해는 반 아이들이 왜 이리 인성이 안되어있을까 학생들을 비난하고 힘들어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한다. 그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도 교사의 역할이라고.
이 년 연속 맡은 우리반 아이들도 헤어질 때가 다가오니(2020년에 쓴 글) 점점 격의 없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 역시 선배 선생님들 말씀이 옳았나? 3월에는 절대 웃어주지 말라고 하셨는데. 나는 처음부터 너무 많이 웃어줘서 문제인가 고민해보지만 이미 지난 과거를 되돌릴 수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자료를 만들기 전에 인디스쿨을 뒤져봤다. 그랬더니 PPT로 만든 좋은 자료가 나왔다. PPT자료와 내 훈화를 첨가해 1시간 동안 예절교육을 하였다. 그러나 몇 주 지나자 효과는 없었다. 학생들이 그렇게 쉽게 바뀔 리 없었다. 결국, 원상 복귀되었다.
그다음은 역할극 놀이를 해봤다. 선생님과 학생의 입장을 바꿔서 이해해보자는 심산이었다. 연극 기법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어서인지 뭔가 효과적으로 극을 이끌어나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도 유희에 좀 더 초점을 맞춰서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2번째도 별 효과를 못 봤다.
세 번째는 직접 활동지를 만들어서 나눠줬다. 1번은 예의에 관한 명언, 2번은 책 <미움받을 용기>에서 인용한 문장 2개, 3번은 직접 예의 없는 말을 예의 바른 말로 연습해보는 활동, 4번은 약속하기였다. 내가 너무 학생들을 몰아붙이는 게 아닌가 싶어서 “우리반은 선생님들이 정말 칭찬을 많이 해. 방금도 교무실에서 00이 정말 태도가 좋았다고 칭찬받고 왔어. 그런데 한 가지만 더 장착하면 정말 퍼펙트할 거 같아.”라고 운을 떼자 여학생이 대뜸 “선생님 그게 아니라 우리가 진짜 나쁜 거 같아요. 저희는 다 알면서 그래요.” 이렇게 말해 내가 할 말이 없어졌다. 아무튼, 그동안 경솔하게 했던 말들을 다시 바꾸어보면서 학생들도 조금은 마음에 변화가 온 것 같다. 어쩌면 그동안 했던 모든 활동이 누적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지난 국어 논설문 시간에 우리반 남학생이 쓴 글의 제목이 ‘예의 있는 학생이 공부도 잘한다’였다. 선생님과 학생이 친근하게 지내는 가운데 서로 간에 존중과 예의를 지킨다면 정말 최고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 남은 날들이 아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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