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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루비 ]


스위스 인터라켄에 여행가서 알프스 소녀 하이디 책이 상점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봤다. 그걸 보니 문득 내게 하이디 같다고 말씀해주신 교생 시절 지도 선생님이 생각났다. 지도 선생님은 나의 어떤 점을 보고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닮았다고 하신 걸까? TV만화 알프스 소녀 하이디는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인 1970년대에 방영되어 본 적은 없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소녀라는 것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어쨌든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

내가 깊은 산촌마을에 첫 발령을 받아 교사생활 하던 시절에 옆 반 제자는 나에게 드라마 학교 2013에 나오는 정인재 선생님(장나라 배역)을 닮았다고 말했다. 그 학생은 내게서 어떤 모습을 보고 정인재 선생님을 닮았다고 한 걸까? 내가 본 정인재 선생님은 순수하고 헌신적이었다. 그 학생도 내게서 그런 모습을 발견한 걸까? 어쨌든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대학 시절 지독한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한 (일명 왕따) 아픔이 있다. 그런데 그 아픔을 이십대 후반에 재차 경험했다. 다 잊은 듯 잘 살고 있는 나를 옛날 일을 들춰 또다시 문제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괴롭힌 것이다. 그래서 정말 죽을 것 같은 고통과 절망감에 삶을 포기할까란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내게는 나를 지지해주는 친구들, 사랑으로 보살펴주는 가족들이 있었다. 그것이 내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지금도 너무나 고맙고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나처럼 원치 않는 괴롭힘과 불운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천사 같은 존재가 되자고. 내 제자들에게는 존경받는 사랑의 사람으로 베풀며 살고, 세상 사람들에게는 내 모든 걸 내어주는 아낌없는 창조자가 되자고!


그 첫걸음으로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 피아노 연주를 꾸준히 하고 있다. 무언가를 소비하는 사람보다는 생산해내는 창조자가 되고 싶은 소망에서였다. 아직은 많이 미숙하고 서툴지만 어쨌든 이것들을 해내는 시간은 나에게 큰 기쁨이고 행복의 시간들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세상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경험하는 기쁨과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다.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서 혜민스님에게 대학시절 따돌림 당한 일화에 대해 여쭤보았다. 그들을 용서해야되냐고? 댓글에 아직 내 마음이 안 그런데 어떻게 용서가 되냐고 달아주셨다. 나를 질책하지 않고 내 마음 편에 서서 헤아려 준 스님 덕분에 감사하다. 아직은 그 일이 잊히지도 않고 용서가 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또 다른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새로운 추억과 행복, 자산을 쌓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나에게 독서와 여행은 정말 최고의 휴식이자 의미 있는 경험이다. 책을 통해 각양각색의 삶의 경험을 지닌 작가들,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풍경, 장소들로부터 많은 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세상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친절한 사람들도 정말 많다는 것, 도전은 해볼만 하다는 것, 용기를 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 그럼에도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만큼 강인해져야 한다는 것.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에 사람들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은 나이지만 어떤 분은 내게 섬세하고 사려 깊은 거라고 바꿔 말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나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만 바라본 게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나를 섬세하고 사려 깊은 사람으로 묘사해야겠다. 하이디와 정인재 선생님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생각인걸까? 이 글을 씀으로 인해 점차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이다. 앞으로도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피아노 연주도 하며 새롭게 계속해서 행복을 만들어 나가야겠다. 그리하여 내가 지었던 나의 묘비명, ‘문장가, 창조, 사랑의 사람’에 가까워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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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2-01 18: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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