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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난 돌도 함께 어울리는 사회 - 아이들의 개성을 존중해주는 교실, 빛깔이 있는 교실
  • 기사등록 2023-02-07 08: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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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루비 ]


내가 꾸민 2011년 00초 1학년 교실

2년차 때 우리반 교실 환경 뒷판 타이틀은 빛깔이 있는 교실이었다. 우리교육 출판사에서 나온 학급운영 책을 참고하여 지은 타이틀이었지만 내 교육철학을 함축하는 말이었다. 나는 교실에서 아이들의 개성이 살아나기를 바란다. 자신만의 특색을 뽐냈으면 좋겠다. 회색인간처럼 모두다 닮아가는 건 너무나 슬플 것 같다.


학교생활 준비에 관한 책을 읽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읽다보니 갸우뚱해지는 내용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튀는 색의 문구류는 사주지 않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었다. 학부모마다, 교사마다 관점이 다르겠지만, 어려서부터 남달리 보이는 걸 좋아했던 나로서는 선뜻 동의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아마도 이 책을 쓴 교사는 질서정연하고 일사불란한 교실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처럼 보였다.


학창시절에도 마찬가지고 대학을 들어가고 졸업해서 사회에 나와도 튀는 사람은 정을 맞기가 십상이다. 대학 졸업 사진을 찍을 때 나는 파란색 원피스에 하얀색 볼레로를 입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나머지 대다수 동기 여자들은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스커트를 입었다. 지금도 그 사진은 우리집 한구석을 조심스레 차지하고 있다. 사진을 볼 때마다 참 다르구나 싶다. 독특한 것, 다름을 추구했던 나에게는 이 사진 또한 하나의 상징처럼 남았다.


나는 홀랜드 성격검사를 해보면 예술형이 제일 높은 점수가 나온다. 어려서부터 공부에 길들여온지라 실제로 내가 예술적 재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문학과 그림, 글쓰기를 즐기는 걸로 봐서 내 특성을 정확하게 잘 도출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나는 오랜 시간 고민해왔다. 나는 왜 남들과 다른지, 왜 나는 누군가에게 이해받기가 힘든지, 나의 잘못은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교실에서도 반 아이들은 평균보다 뛰어나거나 미치지 못하는 양 극단의 아이들을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남다른 사람은 쉽게 차별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 상황을 지켜봄과 동시에 나의 고민이 맞닿은 지점에서 하나의 사명을 깨달았다. 그것은 내가 바로 예술적인 성향의 아이들을 지켜줘야겠다는 것이었다. 대학입시라는 목표아래 초중고 12년간 획일적으로 다듬어지는 아이들의 세계에서 조금 남다르다고 특별하다고 배척되거나 몰이해의 괴로움에 속한 아이들을 교사인 나라도 어루만져 줘야겠다는 것, 그 아이들을 품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한번은 우리 반 아이가 찍은 학교 사진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라와 눈여겨보게 되었다. 빛을 어슴푸레하게 받은 학교 건물 사진은 꽤 분위기 있게 찍혔다. 그 아이는 그리 잘생긴 외모도 아니었고 공부도 썩 잘하지 못했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기회가 됐을 때 반 아이들이 모두 있는데서 칭찬을 하였다. “OO는 예술적인 재능이 있어. 사진 구도를 참 잘 잡았던데.”라고. 반 아이들이 일제히 그 아이를 쳐다봤다. 아이들이 그 아이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2014년 인성교육실천사례 시도대회 연구대회 3등급 수상작

6년 전 인성교육실천사례 연구대회에 나가면서 보고서 제목을 <별별 아이들이 만든 별난 학급, 별날 이야기>로 지었다. 기성세대의 관점으로 보면 그 해 내 학급운영은 완전히 망한 거나 다름없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울퉁불퉁한 내면을 그대로 다 드러냈고 싸우고 따돌리고 졸고(수업시간에) 그야말로 막장이었다. 아이들은 내게 부모님께 학원 좀 그만 보내게 해달라고 말해주길 부탁했었다. 나는 세상 천사의 얼굴로 아이들의 내면을 다 이해한 듯 한 표정으로 그럴 것처럼 굴다가 세상의 시선과 압력에 굴종해 회유와 설득으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러면서 점차 아이들과 벽이 생긴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 과정을 보고서에 그대로 담았다. 보고서 내용은 <별 모서리 지키기>와 <별 모서리 다듬기>였고 시도대회 연구대회에서 3등급을 수상하였다. <별 모서리 지키기>는 아이들의 개성을 지켜준다는 뜻을 담고 있고, <별 모서리 다듬기>는 모난 부분을 다듬어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내 교육관과 사회의 암묵적인 룰의 조화였다.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착잡하다. 내 교육관을 실현하기엔 내 능력이 부족했다.


피카소는 모든 어린이는 예술가다라는 말을 남겼다. 어쩌면 아이들 한 명 한 명 갖고 있던 예술성이 규격화된 교육을 거쳐 사장 돼 버리는 건 아닐까. 나는 아이들이 자기만의 빛깔을 뽐내며 성장해갔으면 좋겠다. 일직선상에서 하나의 잣대로 서로 경쟁하고 질투하고 비난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출발선에서 자신들만의 특별한 가치를 자랑하며 서로를 인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갈등해결방법을 터득하면서. 그럴 때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창조적인 인재가 배출되지 않을까.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대학입시아래 획일화된 점수만을 추구하는 지금의 학교 현장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70억 인구만큼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인생과 행복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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