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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루비 ]


 "다른 사람의 두 번째 모방이 되지 말고 자신의 첫 번째 모습이 되어라"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 역을 맡은 배우, 주디 갈런드가 남긴 말이다. 이 말은 운명처럼 내 인생 좌우명이 되었다. 바로 나를 여실히 드러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남다른 것, 독특한 것에 만족을 느끼며 추구해왔다. 그런데 내가 16년간 거쳐온 한국의 교육제도는 나 같은 남다른 사람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인정받으려면 뛰어난 재능이 있거나 증명할 만한 자격증 또는 학위가 있거나 그도 아니면 집안이라도 부유해야 한다. 그런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남다름은 별난 사람 취급을 받을 뿐이다.


이런 성향 때문일까. 내가 맡은 학급의 아이들은 유독 다른 반 학생들과 달리 개성적이고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많았다. 때론 내가 관료적인 학교 분위기에 수긍해 아이들을 다그쳐보기도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어느새 우리 반 제자들도 나를 닮아갔다. 아니 어쩌면 비로소 본래의 자기다움을 찾아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


교사로 일한 지 10년째, 어느새 나에게는 작은 소망이 하나 생겼다. 그건 바로 아이들이 자신만의 꿈을 이루도록 돕는 것, 자신만의 개성을 오롯이 지켜내면서 말이다. 사실 획일화된 대학 입시체제 아래 꽉 짜인 교육 틀에서 쉽지 않은 꿈이기도 하다. 프로젝트 수업, 융합 수업, 주제중심 교육과정, 학습자 중심 교육과정, 과정 중심 평가 등 이름은 다 달리 불리지만 결국 하나로 관통하는 혁신수업들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왜 지필평가를 치르지 않느냐'는 민원이 제기되는 게 교육 현실이기도 하다.


만약 세상의 시선에,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한다면 나는 아이들과 삶을 가꾸는 수업,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수업, 생생히 살아있는 수업을 하기보다 지필 평가지 몇 장씩 던져주며 시간 안에 풀라고 하고 채점하고 피드백해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건 내 마음의 소리는 그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제식 수업, 주입식 수업, 암기식 수업이 맞는 아이들도 물론 있겠지만, 끝없이 불거지는 사회문제들, 학생들의 자살, 학교폭력 등을 보면 서열화된 시험 점수만으로는 결코 아이들의 행복을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얼마 전에(2020년) 나는 우리 반 아이들과 융합 교육과정의 하나로 인형극 영상을 만들어 공모전에 출품하였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함께 하나의 영상물을 완성했다는 것 자체로 아이들 모두 큰 성취감을 느꼈다. 아이들은 학교의 모든 선생님을 만날 때마다 자기들이 만든 영상물을 봤냐며 "선생님, 봤어요, 봤어요?"라며 귀엽게 물어보고 다니기 일쑤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왜 이리 웃음이 나는지... 2학기에는 또 어떤 활동을 해볼까 메모해보았다. 버킷리스트 다이어리 만들기, 자서전 영상 만들기, 온라인 이모티콘 만들기, 파브르처럼 식물이나 곤충 관찰일지 쓰기, 반려견 옷 만들기, 레고 수학, 영화를 활용한 스크린 영어 등 내 머릿속에는 아이들과 해보고 싶은 활동들이 넘쳐난다. 물론, 어디까지나 아이들한테 먼저 제안하는 가이드라인일 뿐, 실제 수업은 아이들의 희망과 특성을 반영해 함께 정한다. 생각만 해도 정말 즐겁고 재미있을 것 같다. 



이런 모습이 행복해 보였는지 얼마 전에 교감 선생님은 다큐 프로그램 인간극장에 출연해보는 게 어떻냐고까지 하셨다. 사양했지만, 우리 반이 올바른 목적지를 향해서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생겼다. 나는 우리 반 제자들이 단순히 꼭대기에 오르려고 애쓰기보다 많은 꽃들과 바다와 초록의 풀잎들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며 숨어있는 날개를 펼치길 바란다. 


아이들의 행복이란 결국 나다움에서 시작되고, 교사 또한 먼저 가장 나다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나를 가장 나답게 하는 것, 그건 바로 아이들의 꿈과 개성을 지켜주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누구보다 나답게 그런 삶을 실천하고자 한다. 비록 여러 현실적 제약에 부딪히더라도 나의 작은 소망을 꽃피워나가고 싶다. 1년 전에 만난 정여울 작가님은 한 문장으로 이렇게 말했다. Follow your bliss! 나의 bliss를 찾아 떠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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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2-24 0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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