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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루비 ]


교직 인생을 돌아보면 기억나는 일들이 몇 가지 있다. 합창반을 지도한 일, 과학업무를 맡아 과학탐구대회에 나간 일, 아이들과 동시집을 펴낸 일, 영상 만들기 프로젝트 수업 등등. 한 가지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해본 것은 전문성을 쌓는데 빠른 길은 아니지만 옆으로 다채롭게 넓어지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이것은 흥미가 자주 바뀌는 내 적성과도 잘 맞는다.




신규교사 연수 때 장학사님이 해주신 말씀이 일찌감치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찾으라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그것이 참 힘들었다. 나는 한 우물만 깊게 파기에는 관심사가 너무나 다양했기 때문이다. ‘초등교육은 여러 과목을 다루는 과목이니깐’이란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결론적으로 나는 앞으로도 이런 내 성정을 즐겨야만 할 것 같다. 새롭게 배우기 시작한 아동문학, 기존에 배웠던 피아노, 취미로 하는 그림 그리기와 영어공부 그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서이다. 물론 전문가들에 비하면 내 실력은 한참 모자란다. 가끔씩 한 가지에만 집중할 걸 하는 번뇌에 빠지기도 한다. 그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못하는 내 욕심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누구 말마따나 모든 걸 건드리는 건 그 어느 것 하나 잘하는 게 없어서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나는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속도는 느리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다.


작년에 반 아이들과 영상 만들기 프로젝트 수업을 했다. 내가 쓴 동화를 소재로 클레이 점토를 이용해 애니메이션을 만든 수업이었다. 취미로 썼던 글인데 수업에 활용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일본의 문학가이자 초등교사였던 하이타니 겐지로는 매 수업을 특별방송 같은 수업으로 만들자고 했다. 그렇게 하기란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노력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점차 교과서의 비중이 줄어들고 교사 개인의 역량과 학생 간의 소통과 팀워크가 중요해지고 있다. 교과서에 주어진 대로만 하면 수업이 재미없고 힘들 뿐이지만 교육과정 목표, 성취기준 등을 참고해서 내가 창조적으로 만들어나가면 지루했던 수업에 생기가 돈다.


여전히 나는 부족한 게 많은 교사이다. 가끔은 교사라는 사실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많다. 그렇지만 내가 그간 쌓아온 경험, 노하우등을 발판으로 해서 정말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최적화된 수업을 하고 싶다. 산만한 아이, 오감이 발달한 아이, 조용한 아이, 학습장애가 있는 아이 등 모든 아이들을 아우를 수 있게... 그러기 위해서 꾸준함진실함, 그리고 연대의 미덕을 발휘해야겠다. 꾸준한 열정을 통해 포기하지 않는 낙관과 노하우를 기르고 진실함을 통해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키우고 연대의 힘으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그럴 때 더 이상 “아, 교사하기 싫어. 힘들다.”란 자조적인 말이 나오지 않고 “아, 교사여서 참 다행이야. 행복해.”란 말이 입 밖으로 매일 터져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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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3-08 08: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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