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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손미리 ]


드라마 '더 글로리' 파트2 포스터(제공•Netflix-Korea)“단 하루도 잊어본 적 없어. 어떤 증오는 그리움을 닮아서 멈출 수가 없거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웹드라마 ‘더 글로리’ 시즌1 속 주인공 동은의 대사이다. 위 대사와 같이 동은에겐 한이 서려 있다. ‘더 글로리’는 유년시절 학교폭력을 당한 동은이 온 생을 걸어 가해자들에게 처절히 복수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의 어두운 내용과는 다르게 대중들은 열광했다. ‘더 글로리’는 지난해 12월 31일 공개되자마자 국내 넷플릭스 시리즈 순위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방영 중인 SBS 드라마 ‘모범택시’도 복수를 소재로 활용한 매체로 시즌1에서 최고 시청률 16%를 달성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는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으로 실상에서 볼 수 있는 폭력 사건들이 담겨있다. 


이처럼 대중들이 ‘더 글로리’, ‘모범택시’와 같은 복수극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학교폭력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피해자를 숨게 만드는 폭력을 향한 동조


이전에는 연예계 중심으로 학교폭력 논란이 일어났다면, 드라마 '더 글로리'의 영향으로 대중들 사이에서도 학교폭력 가해자 폭로나 피해 고백이 이어졌다. 


지난 2일 MBC 시사, 교양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 12년 동안 학교폭력을 당해온 피해자 표예림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피해자의 동창생은 “수업 중에 예림이를 불러 뺨을 때렸고 폭행을 당했다.”라고 진술했다. 피해자를 위해 나섰던 사람이 없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피해자는 “담임선생님한테 얘기한 적이 있었다. ‘네가 애들이랑 어울리지 못하는 거다. 너는 정말 애들한테 잘못한 것이 없냐” 했다. ••• 그다음부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이와 같은 극심한 외상을 입었음에도 입을 열 수 없던 이유는 묵인에 있을 것이다. 학교 내부를 비롯한 사회는 피해자에게 손길을 내미는 것이 아닌 권력에 동조한다. 이 때문에 그들은 피해자이자 폭력의 생존자임에도 무력이 숨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흥행한 이유도 사회가 동은과 같은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달갑지 않은 시선 때문일 것이다. 대중들은 학교폭력 피해자와 같이 약자, 을이었던 순간을 기억하기에 분노하고 공감한 것이다. 현실에서는 마땅한 처벌도, 복수도 어렵기에 복수극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복수극이 해피엔딩일 수 없는 이유


 영화 '친절한 금자씨' 포스터(출처•모호필름)

그러나 복수의 끝이 통쾌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는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복수 3부작(‘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복수 3부작의 시작, 영화 ‘복수는 나의 것’ 속 동진은 자신의 딸을 유괴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류에게 복수한다. ‘올드보이’ 속 우진은 입을 잘못 놀려 자신의 누나를 자살하게 금한 대수를 15년 동안 감금하고 자신이 느꼈던 고통을 그대로 부여한다. 복수 3부작 중 마지막을 장식한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는 그녀의 딸을 볼모로 잡아 자신을 죄인으로 만든 백 선생에게 복수한다. 


이들 모두 복수에 성공하지만, 복수를 마친 그들의 얼굴엔 행복이 드리워있지 않다. 자신의 삶을 파괴한 가해자에게 온 생을 걸어 복수한 그들의 얼굴에 남아있는 것은 상실이다. 복수를 끝낸 이후 그들의 곁엔 사랑하는 딸의 웃음도, 유년시절 아름답던 누나도 그리고 그저 흘려보낸 자신의 인생도 없다. 이러한 복수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복수로는 행복한 결말도, 속 시원한 응징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필요한 건 보복이 아닌 ‘피해 회복’ 


드라마 더 글로리,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속의 주인공들이 겪은 일들은 단순 사고나 불행으로 여기기에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폭력, 가족의 사망, 억울한 누명 등은 한 사람의 삶에 심리적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최근 더 글로리의 흥행과 여러 사례의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학교폭력 대책으로 미국식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는 학교폭력도 한 번 잘못하면 인생이 끝난다는 취지로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의견은 보복적 관점에 가깝다. 형벌에는 크게 7가지의 목적이 있다. 먼저, 다른 잠재적인 범죄자를 억제하는 일반억제, 특정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통해 미래에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특별 억제가 있다. 그리고 무력화, 보복, 도덕적 분노, 재활, 배상의 목적이 뒤따르는데, 그중 보복은 범죄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앙갚음과 분노의 특성이 강하다.


우리는 학교폭력, 성폭력, 사기 등과 같은 분노를 일으키는 사건이 수면 위로 드리우면 마땅한 처벌을 요구하고 분노를 표출한다. 그러나 carlsmith et al. (2002)의 연구에 따르면 형벌이 높은 보복적 성향을 갖고 있을수록 범죄 억제에 대한 요구가 낮다고 한다. 이러한 보복적 관점은 범죄자가 받아야 하는 처분에만 초점을 두고 그 처벌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고 한다. 


부당한 피해를 겪고도 마땅히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피해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더 글로리와 같은 복수극의 선한 영향력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그 분노의 감정에 휩싸여 단지 분노 표출로만 끝나면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다. 


보복적 접근보다는 피해자와 공동체의 피해 회복에 초점을 맞춰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발생 피해와 영향을 직시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는 개인만이 아닌 공동체가 함께 그 과정에 참여해 피해자가 겪은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이해하고 그 시선을 변화하는 것이 피해 회복과 예방을 돕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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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die Greene,Kirk Heilbrun. (2022.02). 법심리학 9판. 정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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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3-20 21: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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