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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의사가 쓸 수 있는 유일한 마법 - 정신과의사가 진료실에선 못한 말(5)
  • 기사등록 2024-05-28 22: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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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신동진 ]



내가 처음 정신과 레지던트로 일할 때 가장 무서운 곳은 바로 응급실이었다. 당직을 설 때면 하루에도 두세명 정도의 정신과 환자가 오고는 했었는데 대부분이 급성기의 조현병, 조울증(양극성 장애), 자살, 자해 등의 위급한 경우라 대부분 환자들뿐만 아니라 보호자들까지 흥분한 상태인 경우가 많아 돌발 상황이 많이 생기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응급실에서 연락이 오면 내려가서 환자를 보고 올라오는 순간까지 긴장을 끈을 놓칠 수가 없었다. 또 한가지 응급실이 두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나도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초짜 정신과 의사인데 응급실에 있는 간호사와 응급의학과 의사 심지어 보호자들까지도 내가 흥분한 환자를 안정시켜줄 것이라고 기대하며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정신과의사가 초능력이나 마법을 부려서 환자를 잠재워주기를 바랐는데 처음에는 정신과의사로서 평가 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부담스러웠고 그래서 응급실에 가는 것이 더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실제로 그런 마법 같은 능력이 나에게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순간부터는 응급실에 내려가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응급실에 내려가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간호사 한명을 붙잡고 언성을 높이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환자이다. 그 때 간호사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면 안도의 눈빛으로 ‘저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하면 된다’라고 환자분을 나에게 토스한다. 그러면 그 순간부터 환자분은 그 흥분을 그대로 나에게 쏟아낸다. ‘자신은 이상한 것이 아니고 자신을 데려온 사람이 이상하고, 자살을 하려던 것이 아니고 실수를 한 것뿐이고, 술에 취한 것이 아니고 다만 소주 두세잔을 마셨을 뿐이다’ 등의 앞뒤 안 맞는 이야기들을 나에게 쭉 내뱉는다. 쇼미더머니에 나갈 정도로 쉼 없이 말을 하는데 경험이 없는 초장기에는 그들의 말을 중간에 끊어도 보고, 반박도 해보고, 고쳐주려고 하는 등 논쟁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그 논쟁은 끝이 날 기미가 안 보였고 오히려 환자도 나도 화가 더 난 채로 끝날 때도 많았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는 전략을 바꿔보기로 했다. 처음 내려간 순간부터 환자분이 먼저 말을 끝내기 전까지는 말을 하지 않기로 하였다. 그런데 왠걸 오히려 면담을 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보통 언성을 높이며 끝나던 대화가 오히려 차분하게 끝나고 내가 원하는 대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때부터 느꼈다. 정신과 의사가 가지고 있는 마법은 다다른 것 아니고 들어주는 것 그리고 논쟁을 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학창 시절에 친했던 친구와 늘 논쟁하는 것을 좋아했다. 의견에 반박을 하고 내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면 내가 마치 이긴 것만 같고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좋았었다. 그러다 그 친구와 한번은 여행을 같이 갔다가 사소한 논쟁을 하게 된 적이 있는데 불이 붙어서 서로 의미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다가 감정 싸움까지 하고 그 날 하루 여행을 망친 기억이 있다. 지금은 사실 뭐 때문에 논쟁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고 분명한 것은 정말 의미 없는 논쟁이었다는 것이다. 하루 동안 그 친구와 얘기를 하지 않다가 그 다음날쯤 되어서야 내가 정말 의미 없는 행동을 했구나 하며 화해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뒤부터는 의미 없는 논쟁을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데일 카네기의 유명한 저서 ‘인간관계론’에 보면 사람을 설득 시키는 12가지 방법 중 첫 번째를 ‘논쟁을 피하라’라고 소개 하고 있다. 그는 책에서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다. 바로 논쟁을 피하는 것이다…말싸움으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지능 지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자신의 삶을 돌아봤을 때 말싸움을 하거나 논쟁을 하고 난 이후에 진심으로 상대방의 말에 감복을 하거나 내 생각을 바꾼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는가?적어도 나는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반대로 내가 상대방의 말을 논쟁 없이 끝까지 들어준 경우에는 오히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말이 조금이나마 전달된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다.

바로 논쟁을 피하는 것이다…

말싸움으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지능 지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아내, 부모, 자식, 친구, 직장 동료, 선후배 등의 관계에서 계속 갈등이 잦고 다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가? 그러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딱 5분간만 참아보라. 눈 딱 감소 5분간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거기다가 논쟁까지 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당신의 말을 들어주는 마법이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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