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바꾸는 가장 확실한 방법: 움직이기
기사 메일전송
감정을 바꾸는 가장 확실한 방법: 움직이기 - '기분이 좋아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기 때문에 기분이 바뀐다'라는 과학적 근거
  • 기사등록 2025-08-11 08:24:12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배정원 ]


(출처=프리픽)


"억지로라도 나가서 산책을 해보세요. 생각보다 기분이 따라올 수도 있어요."


우울증 치료 현장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권유가 실제로 심리학적으로, 뇌과학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낯설게 느껴진다. 인지행동치료(CBT: Cognitive Behavioral Therapy)의 핵심 전략 중 하나인 행동 활성화(Behavioral Activation)는 바로 이 원리를 체계적으로 다룬다.




먼저 움직이면, 감정은 그 다음



CBT는 생각과 행동이 감정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한다. 감정은 스스로 제어하기 어렵지만, 행동은 비교적 쉽게 개입할 수 있기 때문에, 감정을 건드리기보다는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먼저 시도함으로써 감정을 바꾸는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다.


특히 행동 활성화 전략은 무기력하거나 우울한 상태에서조차 일단 몸을 움직이고, 외출을 해보게끔 유도한다. 평소 좋아하던 취미나 일상 루틴을 억지로라도 수행하는 이 접근은 자칫 ‘가짜 감정’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행동을 통해 감정을 구성한다는 이 접근은, 단순한 자기기만이 아니라 실제 연구로도 입증되고 있다.


(출처=프리픽)




‘가짜 행동’이 ‘진짜 기분’을 만들어낸다



강제로라도 웃는 표정을 지으면 기분이 정말 나아질까? 심리학에서 오래 논의되어 온 이 질문은 이제 신경과학의 영역에서 실제로 실험되고 있다. 웃는 표정이나 열린 자세를 취했을 때,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기분 상태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2016년 The Lancet에 발표된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는, 행동 활성화 기법만으로도 기존 CBT 못지않은 우울증 개선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간단하고 저렴하게 적용할 수 있는 점에서 향후 치료 접근의 대중화를 기대하게 했다.




감정은 정해진 회로가 아니라 ‘훈련할 수 있는 시스템’



감정을 단일한 반응 회로로 바라보는 관점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오히려 감정은 뇌의 해석, 신체 신호, 과거 기억, 맥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진다는 시각이 부상하고 있다. 이 점에서 CBT는 감정을 단순히 느끼는 것이 아닌 만들어내는 것으로 간주하는 새로운 접근과 맞닿아 있다.


(출처=프리픽)


예를 들어 Klumpp은 우울 및 불안 환자들이 감정 자극에 대해 보이는 뇌 반응이 CBT의 효과를 예측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 이는 뇌가 감정을 조절하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으며, 행동적 개입이 감정 조절 회로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Yılmaz의 연구에서는, CBT를 받은 환자들이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 자체가 향상되었다고 보고했다. 즉, CBT는 감정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감정을 더 정확하게 인식하고 다루는 능력까지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느끼는 사람에서 만드는 사람으로



우울증은 감정 자체보다 감정을 ‘제어할 수 없다’라는 무력감이 더 고통스러운 병이다. 그 무력감은 결국 자기효능감의 상실로 이어지고, 일상은 점점 더 좁아진다. 행동 활성화 전략은 그 자기효능감을 되찾기 위한 실질적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감정은 때때로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신체, 환경, 사고, 그리고 행동으로 구성된다. 인지행동치료는 우리에게 감정이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출처=프리픽)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 변화가 크게 다르거나 특별한 행동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기, 친구에게 짧은 메시지 보내기처럼 아주 작은 행동부터 감정의 물꼬는 트이기 시작한다.


그러니 언젠가 기분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기보다, 오늘 먼저 움직여보는 건 어떨까. 가짜처럼 보이는 시작이 결국 진짜 감정을 불러오는 순간을 만들어낼 수도 있으니까.





참고문헌

1) Ekers, D., Webster, L., Van Straten, A., Cuijpers, P., Richards, D., & Gilbody, S. (2014). Behavioural activation for depression; an update of meta-analysis of effectiveness and sub group analysis. PLOS ONE, 9(6), e100100.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100100

2) Yılmaz, O., Gençöz, T., & Soygüt, G. (2019). Effects of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Existential Psychotherapy, and Supportive Counselling on Facial Emotion Recognition Among Patients with Mild or Moderate Depression. Psychiatry Investigation, 16(6), 436–445. https://doi.org/10.30773/pi.2019.02.01

3) Klumpp, H., Fitzgerald, J. M., Angstadt, M., Post, D., & Phan, K. L. (2020). Brain response to emotional faces in anxiety and depression: Neural predictors of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outcome. Psychological Medicine, 50(3), 505–514. https://doi.org/10.1017/S0033291719000245

4) NowWithPurpose. (2022). The Science Behind “Fake It ‘Til You Make It”. https://www.nowwithpurpose.com/the-science-behind-fake-it-til-you-make-it

5) Psychology Today. (2023). When is it OK to ‘Fake It Till You Make It’?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think-well/202301/when-is-it-ok-to-fake-it-till-you-make-it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10769
  • 기사등록 2025-08-11 08:24:1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