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기 위해 흔들렸던 시간들: 초보 상담자의 회기 내 어려움과 성장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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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지 않기 위해 흔들렸던 시간들: 초보 상담자의 회기 내 어려움과 성장의 서사 - 상담실의 침묵, 그 무게를 견디는 법
  • 기사등록 2025-08-11 08: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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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정연수]



“처음부터 잘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거기 있는 내담자만은, 진심으로 만나주세요.”


실습 오리엔테이션 날 교수님이 하신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을 받아 적으며 의욕에 넘쳤다. 이제 정말 상담자가 되는구나. 그러나 상담실 문이 닫히고, 내담자와 단둘이 남겨진 첫 회기에서 나는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처음으로 실감했다. 말문이 막히고, 머릿속은 하얘졌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 앞에서 나는 무력했고 두려웠다. 이론이 말하던 ‘치료적 관계’는커녕, 어색함과 침묵으로 얼룩진 40분이 지나고 난 뒤 나는 질문했다. 


“나는 정말 상담자가 될 수 있을까?”


이번 실습에서 나는 ADHD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 중인 초등학교 남자아동과 총 10회기의 상담을 진행했다. 미술치료와 놀이 중심의 활동을 기반으로 정서지지 및 자기조절능력 향상을 목표로 설정하였고, 매 회기마다 세심한 계획과 개입 전략을 고민했다. 그러나 내 계획은 첫 회기부터 틀어졌다. 아이는 들어오자마자 말을 하지 않았고, 나와의 눈맞춤도 회피했다. 간단한 질문에도 “몰라요”, “아니요”라는 단답만 반복했다. 나는 당황했고, 상담실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러한 어려움은 해당 논문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초보 상담자가 상담 회기 내에 경험한 어려움과 대처 과정」에서는 초보 상담자들이 내담자의 비협조적 태도, 비언어적 거부 반응, 예기치 않은 행동 등으로 인해 “자신의 역량 부족을 체감하고 정체성 혼란을 경험”한다고 지적한다. 나 역시 그랬다. 특히 두 번째 회기에서 아이가 “나 그냥 가도 돼요?”라고 말했을 때, 나는 ‘상담자로서의 나’가 철저히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머리로는 아이가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서일 수 있다고 이해했지만, 감정은 따라주지 않았다. 불안, 수치심, 무력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논문에서는 이러한 감정을 초보 상담자가 경험하는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으로 분류하고, 그에 대한 대처 방식으로는 ‘소극적인 태도 유지’와 ‘내면화된 자기검열’이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나는 그 회기 이후 아이 앞에서 웃는 것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과하게 다정한 건 아닐까’, ‘너무 조용한 건 아닐까’ 모든 행동이 의심스러웠고, 내 존재 자체가 아이에게 부담이 되는 건 아닐까 자책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논문은 “초보 상담자들이 회기 후 복기와 슈퍼비전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상담자의 역할을 재구성한다”고 말한다. 이 말처럼, 나 또한 멈추지 않고 그 회기를 복기했다. 슈퍼바이저 교수님께 조언을 구했고, “지금의 침묵은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피드백을 받으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문제가 되는 회기’가 아니라, ‘배움이 일어나는 회기’라는 시각을 갖게 되었다.


그다음 회기부터 나는 질문의 양을 줄이고, 아이와 함께 블록을 쌓으며 자연스럽게 활동 중심으로 개입을 시도했다. 아이는 말이 없었지만, 손끝은 점점 안정적인 구조물을 만들었고, 블록을 완성했을 때는 나를 쳐다보며 처음으로 웃었다. 그 순간, 나는 “상담은 말을 잘하는 게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라는 사실을 체화했다.


논문에서는 ‘상담자의 내적인 노력’이 회기 중 느낀 좌절을 돌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상담자들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감정을 성찰하고, 때로는 동료와의 대화를 통해 정서적 균형을 회복한다. 이 과정은 단기적 위기극복뿐 아니라, 장기적인 상담자 정체성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 역시 동기들과의 회기 공유 시간에서 서로의 ‘불완전한 장면’들을 나누며 안도했고, '나만 부족한 게 아니구나'라는 공감 속에서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4회기부터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조금씩 표현하기 시작했다. “오늘 친구랑 싸웠어요”, “선생님이 나 혼냈어요” 같은 짧은 문장이었지만, 내게는 큰 전환점이었다. 그 말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나는 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속상했겠다”라고 말하며 감정을 확인했다. 그 순간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블록을 쌓기 시작했다. 나는 그 짧은 눈맞춤 안에서, 아이가 내게 ‘조금은 안전하다고 느꼈구나’라는 감정을 받았다.


논문은 이러한 경험을 ‘상담자의 긍정적 감정과 상담관계 향상’으로 정의한다. 내담자가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상담자는 자아효능감을 회복하고, 자신이 상담자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된다. 나에게도 그랬다. 열 번째 회기 마지막 날, 아이는 상담실 문을 열며 “오늘이 1학기 마지막이에요?”라고 물었고, 나는 “응, 오늘이 1학기 마지막이야. 한 학기동안 선생님과 함께해줘서 정말 고마워”라고 대답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고, 나는 그 웃음을 한참 바라보았다. 상담자는 결국 존재하는 사람이구나. 방법을 강요하기보다, 기다리고 함께 있는 사람이구나. 그 웃음은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상담 장면은 늘 예측 불가능하고, 초보 상담자에게는 매 회기가 도전이었다. 어떤 날은 내담자가 아무 말 없이 침묵만 흘리다가 돌아가고, 어떤 날은 내가 준비한 개입이 전혀 먹히지 않아 무력함을 느끼기도 했다. 때로는 내담자의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리고, 조그만 실수에도 스스로를 책망하며 밤잠을 설쳤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불완전한 순간’들이 상담자로서의 나를 빚어내는 중요한 거름이 되었음을 느낀다.


그 흔들림 속에서 나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지금 진심으로 여기 있는가?”, “내담자의 감정에 내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 “이 관계에서 나는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이 질문들은 단순히 회기를 복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내면의 도구였다. 그리고 그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려는 노력은, 서툴지만 성실하게 상담자로 성장하고자 하는 내 마음의 증거이기도 했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앞으로도 수없이 흔들릴 것이다. 내담자의 반응 하나에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고, 회기 중 무언가 놓쳤다는 자책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 흔들림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흔들리는 그 순간들이 상담자로서의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흔들림은 미숙함의 증거가 아니라, 내담자를 진심으로 만나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나는 그 마음을 지키기 위해 계속 배울 것이고, 실수를 성찰의 기회로 삼아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지금의 나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첫 회기를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괜찮아요. 상담자는 그렇게, 흔들리면서 자라는 거예요.”


참고문헌 


1) 김길문 and 정남운. (2004). 초보 상담자가 상담 회기 내에 경험한 어려움과 대처 과정: 질적 분석.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16(1), 1-20. 

2) 박혜주, 윤정훈 and 김준성. (2023). 초보 상담자의 상담 수련 경험에 대한 질적메타분석. 한국 사회과학연구, 42(2), 181-208.

3) 이영순. (2010). 초보 상담자들의 어려움과 역전이 관리능력 및 상담성과 간의 관계. 상담학연구, 11(3), 1021-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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