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한국심리학신문=김동연 ]

‘새집 증후군’이란 말이 있습니다. 사전적으로는 ‘새로 지은 건물의 건축 자재에서 배출되는 물질들로 인해 발생하는 병적인 증상’을 일컫는데, 일상적으로도 간간이 사용됩니다. 6개월 전, 그러니까 11기 심꾸미 활동을 시작하면서 저는, 그 증후군을 앓았습니다.
지면의 기회를 부여받아 달가웠지만, 그 못지않게 압박감도 동반했습니다. 활동 기간에 월 2회 원고 기사를 작성하여야 했기에, 넉넉하다면 그럴 만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쫓기며 글을 쓰는 성격이 못되었을뿐더러, 글의 형식이나 구성 및 내용 등 모든 부분이 낯설었습니다. 저는 이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 비교적 시간이 넉넉한 2월에 일고여덟 편의 글을 미리 써두었습니다. 이후에는 차근차근 그 내용을 퇴고하거나 다른 글을 쓰는 방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새둥지 증후군’이란 말도 있습니다. 사실 ‘빈 둥지 증후군’이 적절한 표현일 텐데, 이는 ‘자녀가 독립하여 집을 떠난 뒤에 부모나 양육자가 경험하는 슬픔, 외로움과 상실감’을 의미합니다. 비록 제가 부모는 아니지만, 그간 기고했던 열두 편의 글은 분명 자식입니다. 그들을 지면에 내놓을 때마다 설렜지만, 한편으로는 더 이상 제 것이 아닌 마음에 무력하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 통제하지 못하고 온전히 타인의 시선으로만 남을 글. 처음에는 쓰기를 앓았다면 마무리에 다다라서는 보내기가 두려웠습니다.
‘새집 증후군’과 ‘새둥지 증후군’ 외연적으로는 비슷한 단어로 보이나, 그 의미는 사뭇 다릅니다. 마치 시작과 끝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쩌면 인생은 한 증상을 극복하자마자 한 증상이 엄습하는 일련의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어찌 되었든 우리는 새 보금자리를 찾는다는 것입니다. 극복과 반복이라는 예정된 아픔을 받아들일 자신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신을 믿는 자신을.
아쉬운 감정을 떨쳐 내고자 기고된 글을 하나둘 머금어 보았습니다. 대부분 ‘심리학’보다는 ‘심리’에 기대며 글을 썼습니다. 그렇기에 예의상 용어를 삽입한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취지에는 어긋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매번 믿고 지면을 할애해 주신 귀사에 감사합니다. 더불어 보잘것없는 글을 일부라도 읽어주신 모든 독자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언젠가 기고했던 글의 한 부분을 옮기며 끝맺겠습니다. 인간은 나아갑니다. 나아가는 것과 나아지는 것은 다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두 말을 혼용해 왔습니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의 내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리라고는 보장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매번 속고, 속아줍니다. 이 작은 착각이 살아있는 날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 아닐는지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 참고 문헌
1) [네이버 지식백과] 빈 둥지 증후군(심리학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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