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빈
[한국심리학신문=김수빈 ]
출처 : 픽사베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거창한 게 아니라, 어려운 순간에도 나를 위해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선의에서부터 시작된다. 크리스틴 네프(Kristin Neff, 2023)는 자기자비를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따뜻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심리적 어려움들은 누구나 겪는 보편적 경험인 것을 인식하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것을 설명했다.
"내가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위해 어떤 선의를 선택해야 할까?"
깊은 물음이 따르지만 나를 해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나를 향한 비난은 멈추기로 한다.
이기심과 자기애를 구별하기
자기 자신을 챙기라는 말이 이기심과 혼동되기 쉽다. 이기심은 타인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다. 하지만 나를 위한 따뜻한 마음을 유지하면서 내면을 이해하다 보면 내가 느낀 감정과 욕구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나의 부족함도 받아들일 때, 스스로에 대한 존중이 뒷받침될 수 있다. 이것은 진정한 공감으로 확장되며, 타인의 단점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삶에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이 의미가 있으랴』에서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한다고 설명한다. 사랑은 결국 자기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타인과 건강한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서 꾸준히 연습하는 과정으로 보았다. 각자가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성장을 돕는다.
진정한 사랑은 오직 관계 속에서만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의는 언제나 나를 나답게 걷게 해준다. 이러한 신념은 내가 어떤 상황에 놓이든 내 안의 선함을 지키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우리는 늘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가족, 연인, 친구, 직장 등 타인과의 접점 속에서 공동체와 단절한 채 온전히 자기 돌봄을 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나의 슬픔이 때론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기도 하고 타인의 상처를 이해하면서 위로 받기도 한다. 목표를 달성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선의의 자극을 주기도 한다. 이렇듯 인간은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더 단단한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그러나 종종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또는 '상처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을 내어주며 선의를 베풀기도 한다. 그런데 그 선의가 결국 나를 소진한다면 그건 정말 선한 마음일까? 진정한 사랑은 오직 관계 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먼저 나 자신을 존중하고 소중하게 대하는 태도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공동체 안에서 타인을 존중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나를 잃지 않고 내 경계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자기애를 형성하고 타인과 깊은 교류를 맺을 수 있다.
건강한 선의와 건강하지 않은 선의 : 선의의 두 얼굴
건강하지 않은 선의는 내가 타인을 위해 무엇인가 행동으로 옮기고 생각하는 것이 강압적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감정은 자신을 소진할 수 있다. 자발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선의가 아니라 강요나 수동적인 형태의 선의가 수반된다면 진정한 마음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갈등이 누적되면 스트레스나 좌절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나 자신을 온전히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이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선의를 하다 보면 내 안의 중심을 지키면서 진실한 감정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건강한 선의를 만들고자 한다면 나와 타인의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해가 안돼, 왜 그래?" 하며 남을 탓하던 감정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 하면서 후회의 감정으로 성숙하게 변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타인에게 감정을 돌린 것도 내가 그때 느낀 감정이고 변화된 감정도 나의 감정인 것이다.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충돌과 변화의 흐름을 주목하다 보면 나를 아껴줄 수 있다. 자기자비는 따뜻하지만은 않다. 모든 감정을 무조건 허용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한 경계가 있는 친절이야말로 내 안의 선함은 지키면서 타인의 감정에서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힘든 시간은 교훈을 얻어 새로운 길이나 발전된 방법을 찾아줄 것이다. 지혜가 쌓이다 보면 선한 결심이 형성될 것이고 이러한 결심이 행동으로 옮겨졌을 때, 자신을 지켜줄 보호막을 만들 수 있다. 현실 속에서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자신을 믿고 아껴주면서도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존중하다 보면 가치 기준에 따라 우선순위를 찾을 수 있다. 자기자비의 성숙한 모습은 뭘까. 타인과의 교집합을 찾아내면서 행복을 느끼고 차이점은 선하게 드러내고자 한다면 적절한 시기에 빛을 발휘할 것이다. 비로소 건강한 선의로 나타난다.
선함을 건강하게 나타내고자 한다면 나를 포함한 모두의 방향이어야만 한다. 타인에게 거절이 필요할 땐 분명하게, 상처가 되는 것들로부터 거리를 두어야 할 순간에는 담대해야 한다. 이건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작업이다. 스스로가 지키려는 선은 어떠한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도록 해주는 울타리가 되어줄 것이다. '선의 있는 기준'은 나와 상대 모두가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을 제시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나를 지키는 선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마음의 방향은 유약한 선택이 아닌 용기 있는 자기 돌봄의 태도이다. 내 마음의 흐름을 이해한다는 것은 누구도 상처 입히지 않으면서 자신에게 떳떳한 길을 가겠다는 선의의 결심과도 같다. 그것은 타인의 강요나 기대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나만의 가치를 확립해 가는 내면의 기준이 된다. 타인을 위한 마음이 결코 나를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흐르기를 바란다.
자기자비와 자기보호의 경계 사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육체와 정신을 건강하고 조화롭도록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회에 어울리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다 보면 수많은 갈등과 변수가 생긴다. 내 맘처럼 되지 않을 때, 선과 기준을 지키는 것은 어렵게 느껴진다. "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안 되는 걸까?"하고 자신을 자책하거나 타인을 원망하기도 한다. 이럴 땐 스스로 이런 답을 해주길 바란다. "지금 느끼는 감정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야. 나를 보호하기 위한 신호니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물론, 이 방식이 자신의 실수를 덮거나 이기적으로 행동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며 더욱 성숙한 관점을 키워나가자는 의미이다. 가장 먼저 내면의 흐름을 이해해 줄 것은 스스로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경계를 지키면서 희망과 소통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기대가 무너지고 열심히 했던 일이 틀어졌을 때 절망 가운데 내 감정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무엇이 정말 나를 지키는 것인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 사랑은 고요한 산물이 아니라 때때로 부딪히고 깨지고 아파하면서 성장하는 지점과 맞닿아 있다. 그 모든 부딪힘은 내면을 더 밝게 빛내기 위한 소중한 과정들이 된다. 그림자 같은 순간들은 사실 나를 지키고 버텨온 내면화된 빛의 증거이기도 하다. 그림자 위에도 빛은 흐른다. 어떤 날은 세상이 너무 아득해서 나조차 나를 알아보지 못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다시 내면의 빛을 밝히는 과정임을 인식해야 한다. 내 안에 잠시 잊었던 다정함, 성실함, 낭만, 목표의 결실과 같은 반짝이는 빛들을 의식적으로 자꾸 떠올리고 경험해 내야 한다. 결국은 슬프고 힘든 감정을 인식했다는 것 자체가 내 안의 어두움을 받아드릴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탄 같은 것이다. 그 순간들은 나를 위한 시간이었음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훗날 돌아본다면, 그것은 내면의 빛을 다시 밝혀나가는 여정이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마무리하며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완벽하게 삶을 살아가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 어릴 때를 떠올리면 이런 현실적인 고민을 자각조차 하지 못할 만큼 순수함을 가졌던 때가 있지 않았던가. 놀이터에서 탈출 놀이를 하면서 해가 지도록 웃고 떠들던 모습, 베란다 유리창에 글라스 장식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말려서 스티커가 되면 기뻐하던 모습, 수련회에서 친구들과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따사로운 햇살에 싱그러움을 느끼던 모습,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인사하면 좋을지 설레는 기분으로 상상하던 모습 같은 순수한 그 시절 말이다. 어른이 되어가며 따르는 책임감에 낭만이나 순수함은 현실에서 늘 경계가 되곤 한다. 천진난만했던 그 순간들을 떠올려 다시금 행동으로 옮겨도 좋고 온전히 나만을 위해 쉬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오늘의 나는 어떤 행복을 떠올리고 품었을까?
어제와 오늘이 같지 않듯, 삶은 매일 조금씩 달라진다. 주어지는 오늘을 따라서 현재를 살아가겠다는 작은 결심이 나를 나답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 결심은 누구도 아닌 나에게서 변화되며 바로 설 수 있다. 삶이 때론 실패했다고 느껴질 때도 어떤 순간이 후회되더라도 크고 작은 역경들이 쌓여 자신을 성장시킬 지점이 되어주기도 한다. 진실하게 살아갈 힘을 기르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시간 속에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간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때 개인의 삶과 세상을 더 사랑할 수 있는 걸 기억하고 사랑의 자비를 나로부터 실천해 본다면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빛과 그림자가 고요히 스며드는 내 안의 경계를 이해하며,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어느새, 온전한 나와 마주하게 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이 어떤 순간에는 흔들리고 지칠지라도 나 자신에게 조용하고 깊은 사랑을 건넬 수 있기를, 그러니 부디 자신을 포기하지 말기를 바란다.
사랑을 담아.
*참고 문헌
1) Kristin D. Neff . (2023). Self-Compassion: Theory, Method, Research, and Intervention. Annual Review of Psychology, 74, 193-218. https://doi.org/10.1146/annurev-psych-032420-031047
2) Erich Fromm. (2025). 삶에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이 의미 있으랴 (에리히 프롬편). 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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