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영
[한국심리학신문=송주영 ]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도치 않은 독특한 위로 방식에 대한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었다. 한 이용자는 T 성향의 지인에게 ‘너만 힘든 거 아니야. 남들도 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라고 말을 건네자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예상과 달리, 뜻밖에도 상대에게 큰 위로를 되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이 글이 퍼지면서 ‘보편성’이 주는 위로라는 흥미로운 화제가 사람들 사이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더해서 유명 밴드 한 멤버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친구들에게 악기 다루기가 너무 어렵다며 하소연을 늘어놓자, ‘세상에 쉬운 게 어딨냐. 쉬우면 누구나 다 하지’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언뜻 들으면 '모두가 힘들게 살아간다. 너만 힘든 게 아니다.'는 말들은 위로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나의 힘듦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가 겪는 고통이라는 '보편성' 속에서 그 어려움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이러한 말속에서 위로를 얻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보편성’ 속에서 위로를 받는 걸까?
보편적 가치 이론
보편성과 관련된 대표적인 이론으로는 슈워츠(Schwartz)의 보편적 가치 이론(Schwawrtz’s Theory of Universal Values)이 있다. 이 이론은 문화와 상황에 관계없이 인간이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10가지의 보편적 가치 유형을 설명한다. 해당 가치들은 안전, 동조, 전통, 박애, 보편주의, 자율, 자극, 쾌락주의, 성취, 권력으로 구성된다.
가치와 관련된 연구는 개인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짐에 따라 문화 간 비교를 위한 사회 과학 분야 뿐 아니라, 개인의 특성을 이해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받아왔다. 이는 가치가 개성, 태도, 동기보다 더 중심적이며 행위의 기초가 되는 동기와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공유되는 보편적 가치 체계는 개인적 가치보다 인간의 행동과 태도에 대해 더 강력한 설명력을 가진다고 말한다.
해당 이론은 ‘인간은 전 세계 어디서든 유사한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Schwartz는 전 세계 70개 이상의 국가에서 다양한 표본 집단을 선출했고, 그들로 구성된 대규모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로부터 10개의 보편적 가치 유형을 확인하였다. 또한 한국인 대상 연구에서도 유사한 가치 구조와 경험의 보편성이 나타났다. 즉 보편적 가치 이론은 개인이 가지는 가치의 중요도 순서는 다를 수 있어도 인간에게 의미 있는 가치의 범주는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하며, 인간 심리의 ‘보편적 틀’이 있음을 밝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집단상담에서의 보편성
인간에게 보편성이 존재함은 확인했지만, 우리는 어째서 그 보편성을 통해 위로를 얻는 것일까? 집단상담에서의 보편성은 이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실존주의 심리상담사이자 스탠퍼드 대학의 명예 교수인 어빈 얄롬(Irvin David Yalom)은 집단상담에서 11가지의 치료적 요인을 제시했다. 치료적 요인이란 말 그대로 집단 치료 과정에서 환자를 치료하게 만드는 직접적 요인으로, 희망의 고취, 보편성, 정보 전달, 이타심, 대인관계의 학습, 정화, 일차 가족 집단의 교정적 반복 발달, 사회화 기술의 발달, 모방 행동(모델링), 집단 응집력, 실존적 요인들로 구성된다.
그중 ‘보편성’이란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문제나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는 경험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독특한 문제들로 인해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느낀다. 그러나 집단 경험을 통해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다른 이들을 발견하면 고립감과 소외감이 완화되는 심리적 효과가 발생한다. 더불어 소속감이 형성되며 감추고 있던 비밀을 털어놓는 자기 개방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기 수용이 촉진되고 이는 치유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보편성이 주는 위로
각자의 문제는 고유하며 타인이 대신 해결해 줄 수 없다. 그러나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외로움’이라는 큰 짐은 한결 가벼워진다. 보편성은 단순한 공감을 넘어, 우리의 삶에 가장 오래되고 근본적인 위로를 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본 적 없는 길이라도 함께 걷는 사람이 있다면 두려움은 줄어든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이미 위로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출처
1) 김연신 and 최한나. (2009). Schwartz의 보편적 가치 이론의 적용 타당성 연구:한국대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심리학회지: 사회및성격, 23(1), 1-16.
2) 최윤미 and 유지언. (2017). 심리극을 활용한 단회기 집단상담에서의 보편성, 응집력, 그리고 상담만족도 간의 관계. 인문과학연구, 54, 109-129.
3) 이임숙. (2016). 『이게 정말 나일까?』의 치료적 요인들: 얄롬(Yalom)의 치료적 요인을 중심으로. 독서치료연구, 8(2), 10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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