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비는 얇게 내리고 있었다.
총성은 멀어진 듯했지만, 그건 잠깐의 착각이었다.
들판 저편에서 터지는 박격포음이 다시 귀를 찢었다.
부대는 임시로 점령한 산자락 마을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벽은 허물어졌고, 지붕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바닥에는 젖은 흙과 타버린 잔해가 뒤섞여 있었다.
중대장은 짧게 말했다.
“우린 포위됐다.”
그 말이 공기처럼 무겁게 내려앉았다.
도윤은 세진과 눈을 마주쳤다.
세진의 입술은 말라붙어 있었고,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정찰조가 돌아왔다.
“동쪽과 남쪽은 이미 막혔습니다. 북쪽도 적이 움직입니다.”
이제 남은 건 서쪽, 좁은 계곡길뿐이었다.
명령은 단순했다.
해질 무렵, 어둠이 내려앉는 순간을 노려 서쪽으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계곡은 이미 적의 감시망에 걸려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도윤은 손에 쥔 탄창을 확인했다.
총알은 많지 않았다.
한 발 한 발이 목숨값이었다.
해가 뉘엿지며,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중대장은 손을 들었다.
“이동한다.”
군인들은 재빨리 폐허를 빠져나왔다.
도윤은 세진의 뒤를 따랐다.
비에 젖은 군화가 미끄러웠다.
한 발, 또 한 발.
숨소리가 커졌다.
계곡 입구가 보였다.
그 순간, 산등성이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총성이 어둠을 가르며 쏟아졌다.
“엄폐!”
도윤은 옆으로 몸을 날렸다.
바위 뒤로 숨은 순간, 흙과 돌이 튀었다.
귀가 멍해졌고, 숨이 목까지 차올랐다.
세진이 옆에서 이를 악물고 말했다.
“돌파해야 돼. 아니면 여기서 끝이야.”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나아가든가, 여기서 죽든가.
중대장의 외침이 울렸다.
“전진!”
도윤은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켰다.
방아쇠를 당기며 앞으로 뛰었다.
총구의 섬광과 비명, 그리고 터지는 흙먼지가 시야를 덮었다.
그 순간, 어딘가에서 세진의 외침이 들렸다.
“도윤아, 조심—!”
그리고 폭발음이 귀를 찢었다.
작가의 말 :
6화는 전쟁 속 ‘포위’라는 극한의 상황을 그렸습니다.
좁혀오는 적과 한정된 선택지 속에서,
병사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과 공포를 담았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폭발 이후의 상황,
세진과 도윤의 생사가 갈릴 위기의 순간을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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