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창고 틈 사이로 희미한 새벽빛이 스며들었다.
밤새 불길은 잦아들었지만, 연기 냄새와 탄 냄새는 여전히 목을 죄었다.
도윤은 세진의 어깨를 살짝 흔들었다.
“일어나.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어.”
세진은 힘겹게 눈을 떴다.
피로에 절은 눈빛 속에서, 잠시 희망이 번졌다가 곧 사라졌다.
그는 아직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도윤은 세진의 팔을 어깨에 걸쳤다.
“조용히, 숨 죽이고.”
말은 했지만, 심장은 이미 귀 옆에서 북소리처럼 울리고 있었다.
창고 문을 살짝 열자, 축축한 새벽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멀리서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발소리.
규칙적이지 않은, 하지만 분명 가까워지는 발걸음이었다.
도윤은 세진을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한 쌍의 적군이 총을 어깨에 멘 채 지나갔다.
그들의 대화가 뚜렷하게 들릴 정도로 가까웠지만, 다행히 시선은 반대편에 있었다.
숨을 죽인 시간이 한 세월 같았다.
발소리가 멀어지자, 도윤은 세진을 부축해 골목으로 향했다.
이 길 끝에 계곡이 있었고, 그곳만 빠져나가면 아군 진지와 이어졌다.
하지만 계곡 입구에는 철조망이 늘어져 있었다.
허물어진 틈이 있었지만, 낮은 땅 위로 물이 고여 있었다.
그 위를 건너야 했다.
세진이 낮게 중얼거렸다.
“나 먼저 가. 네가 뒤따라.”
“안 돼. 같이 가야 해.”
순간, 뒤쪽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울렸다.
“멈춰!”
도윤은 고개를 돌렸다.
어두운 새벽 속, 총구가 번쩍였다.
그때 세진이 도윤을 힘껏 밀쳤다.
“뛰어! 뒤는 내가 막을게!”
“세진!”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총성이 터졌다.
도윤은 본능적으로 몸을 낮추고 철조망 틈을 기어 나갔다.
새벽 공기 속에서, 숨이 뜨겁게 타올랐다.
뒤돌아봤을 때, 세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연기와 어둠 속에서 사라져가는 발자국 소리만이 메아리쳤다.
작가의 말 :
9화에서는 새벽 탈출 시도의 긴장감과,
전우를 두고 떠나야 하는 심리적 갈등을 담았습니다.
이 장면은 도윤의 내면에 깊은 상처와 부채감을 남기며,
이후 전개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다음 화에서는 세진의 운명과,
도윤이 아군 진지로 돌아간 뒤 마주하게 되는 새로운 명령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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