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빈
[한국심리학신문=한영빈 ]
cctv 갈무리
지난 12일 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다세대주택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이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30대 남성이 주차장 리어카에 불을 지르며 1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친 이 참사는 단순한 범죄를 넘어 현대인의 심리적 병리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방화는 심리학적으로 매우 복합적인 범죄 유형이다. 미국정신의학회(APA)의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에 따르면, 방화벽은 크게 세 가지 심리적 동기로 분류된다.
첫째는 '쾌락 추구형'이다. 불이 타오르는 모습에서 심리적 쾌감을 얻는 유형으로, 종종 반복적 방화로 이어진다.
둘째는 '분노 발산형'으로, 개인적 좌절이나 사회적 소외감을 극단적 방식으로 표출하는 경우다.
셋째는 '관심 끌기형'으로, 사회적 인정 욕구가 왜곡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가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는 정확한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지만, 주거지 인근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일상적 스트레스와 사회적 고립감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경기대학교 범죄교정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방화범의 상당수가 사회적 연결망이 약하고 만성적 우울감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30대 남성의 경우 사회적 성취 압박과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면서 극단적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방화 사건 가해자의 70% 이상이 남성이며, 이 중 30-4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들 대부분은 범행 전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에 따르면, "방화와 같은 극단적 행동은 하루아침에 발생하지 않으며 평소 이상 행동, 사회적 고립, 분노 표출 등의 전조 증상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문제는 이런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고 개입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도시형 주거 환경에서는 이웃 간 관계가 희박해 잠재적 위험 인물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
한국사회심리학회 관계자는 "지역사회 정신건강센터의 역할 확대와 함께 주민 간 소통을 늘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사건으로 생존자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까지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발병 위험이 높아 전문적 심리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다. 방화범에 대한 처벌과 함께 정신건강 치료, 사회복귀 프로그램 등을 통한 근본적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생명을 앗아간 이번 참사가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끝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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