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빈
[한국심리학신문=채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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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물결로도 불리는 정보화 혁명이 일어나며 탄생한 사이버 공간은 그 파급력,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증가해 그 위상을 다른 무언가가 대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이 사이버 공간은 그 특유의 익명성과 자유로움을 중심으로 끝없는 성장을 이루어냈으며, 그 결과로서 오늘날 사이버 공간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명에 걸맞게 사이버 공간은 본 칼럼은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정보를 생산해내고 타인과 그것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자유의 그늘에서는 소위 ‘사이버불링’이라 불리는 사이버 내 괴롭힘과 ‘악플’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서 대두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 개인 등을 사건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집단적으로 조롱하거나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는 장면, 그리고 이 결과로서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결과는 모두가 개인 통신 기기를 가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제 낯설지 않다. 왜 평소에는 법·규범을 잘 따르던 시민들이 온라인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등장하는 것일까? 심리학은 이에 대하여 ‘몰개성화 이론(Deindividuation Theory)’이라는 날카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군중 속에서 사라지는 개인
몰개성화란 집단 속에 포함되거나 익명성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자아 정체성과 자기 통제가 흐려지고, 평소보다 충동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심리적 상태’를 뜻한다. 이는 군중 심리를 형성하는 핵심적인 요인 중 하나로, 집단의 분위기에 휩쓸린 개인은 독자적인 판단이나 의견을 내세우기 어려워지며 결국 ‘자신’을 상실하는 상태에 이른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짐바르도(Philip G. Zimbardo)를 비롯한 여러 연구자들은 몰개성화가 발생하는 전제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대표적인 것이 책임의 분산, 익명성, 집단 규모의 확대, 그리고 흥분된 각성 상태이다. 집단이 커질수록 ‘내가 아니라 우리가 했다’는 인식이 강화되어 개인의 책임감은 줄어든다. 또한 익명성은 ‘나를 특정할 수 없다’는 감각을 만들어내어 행위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여기에 자극적인 환경과 군중의 열기가 더해질 경우, 개인의 억제력과 이성적 판단은 쉽게 약화된다.
공격과 비난의 결과는 보상
이처럼 몰개성화가 성립되는 요소들이 충족되면 개인 행동의 통제 방식은 기존과 크게 달라진다. 개개인은 평소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의 규범이 그것을 어길 시 일어날 명예 실추를 두려워하여 나에 대한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을 억제하지만 몰개성화 상황에서는 오히려 충동과 내적 욕구가 행동을 지배한다. ‘원래 하고 싶었지만 참았던 말’이 댓글로 쏟아지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몰개성화가 일어나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규범이 출현하는데, 이때 집단 속에서는 기존 사회 규범보다 집단 내부에서 즉석적으로 수립된 새로운 규범이 우위를 차지한다. 예를 들면 선플보다 악플이 다수인 댓글창에서는 ‘비난해도 괜찮다’ 내지 ‘비난하는게 정상’이라는 인식을 통한 새로운 규범이 등장하고, 실제 사회에서의 예의와 존중 규범은 무시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심리적 매커니즘에 대한 결과로서 몰개성화된 개인은 집단적 동조나 공격적 행동을 통해 일종의 쾌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기존의 규범을 깨뜨리고 충동을 해방시키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해방감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즉, 몰개성화로 촉발된 비난에 대한 동조는 집단은 물론 개인에게 사이버불링이나 악플 현상을 강화하는 심리적 보상이 되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 몰개성화의 완벽한 조건
상술한 바와 같이 사이버불링 현상 등과 사이버 환경을 종합하여 생각하여 보면 인터넷은 몰개성화의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제공한다. 아이디, 닉네임은 개개인의 실체를 가려 익명성을 보장하며, 수천·수만 명의, 심지어 얼굴도 모르는 이용자들이 동시에 글을 남기는 구조에서 개인의 책임은 미미하게 느껴져 책임이 분산된다. 또한 좋아요 버튼, 댓글 등의 실시간 반응은 흥분 상태를 강화하며,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 발언이나 조롱이 반복되면 그 공간에서는 그것이 규범이 된다.
즉, 이러한 사이버 환경은 몰개성화가 발생하는 주요 요인들인 책임의 분산, 익명성, 각성 상태 및 새 규범 형성을 전부 충족하고 있다. 즉, 인터넷은 몰개성화가 일어나기 가장 좋은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불링의 심각성
이처럼 몰개성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들이 충족된 상황 속에서 악플과 비난은 단일 사건에 기인한 단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집단 구성원 전체의 움직임으로 확대가 이루어진다. 한 사람의 비난이 다른 사람의 모방을 불러오고, 반복되는 모방을 통한 공격 행위는 새로운 부정적 규범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부정적 규범은 비난의 열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더욱 더 심화된다. 이 반복 심화는 결국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거나 합당한 해명을 하더라도 기존의 도덕적 가치보다 더 강하게 작용되어 피해를 극대화한다.
또한 이로 인해 촉발되어지는 몰개성화된 온라인 폭력은 현실보다 훨씬 잔인하다. 피해자는 일상에서조차 피해를 피할 수 없으며, 스마트폰 알림을 통해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경험한다. 연예인들과 같은 셀럽이 악플과 비난, 심하면 날조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들, 청소년들이 단체 채팅방과 SNS 속에서 집단적 따돌림을 겪는 사건들은 모두 몰개성화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나 혼자 한 게 아니다”라는 가해자의 인식, 그리고 “다들 하니까 문제 없다”는 집단적 착각이 우리 사회를 넘어 세계 각국에서 비극을 양산하고 있다.
심지어 사이버불링의 발생 원인도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심각한 범죄를 저질러 사회에 크나큰 물의를 일으킨 경우도 수없이 존재하지만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저 사람이 맘에 안들어서’나 ‘내 위치가 위협받는 것 같아서’, 심지어는 그저 ‘나보다 행복해보이는게 부러워서’와 같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사이버불링을 시작, 그리고 이를 인맥을 이용해 피해자에 가해질 피해를 증폭시키기까지 한다.
개인을 찾다
이러한 몰개성화 현상은 개개인이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게 만들어 종종 집단이 발생시키는 문제에 휩쓸리게 만들어낸다. 따라서 이러한 몰개성화 현상이 만들어내는 사이버불링을 막기 위해서는 개인·집단·제도의 종합적 노력이 절실하다. 이에 대하여 에를 들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익명성의 제한을 검토할 수 있다. 완전한 실명제는 논란이 많고, 인터넷 공간이 가지는 의의를 퇴식시키므로 현실적 어려움이 따르나, 최소한 본인 인증과 추적 가능성은 확보해야 하여 자신의 행동이 기록된다는 인식을 형성해 책임감을 강화할 수 있다.
다음으로, 댓글 작성자에게 ‘내 글이 남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를 환기하는 장치, 예컨대 작성 전 경고 문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자기 인식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악플을 제재하고, 친사회적 댓글을 장려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집단 규범이 공격에서 존중으로 바뀔 때, 몰개성화는 오히려 긍정적 집단 행동을 촉진한다.
마지막으로 단순한 제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항상 생각하여야한다. 행동을 제재하는 것은 그것의 목적이 정의롭든, 정의롭지 못하든 반발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때문에 보편타당한 사회 규범을 따랐을 시, 즉 긍정적 행동을 하였을 시 보상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악플을 달면 주목받는다’ 대신 ‘건강한 댓글이 칭찬받는다’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선순환
몰개성화 이론은 단순히 ‘군중 속에서 사람이 달라진다’는 설명을 넘어, ‘왜 사이버 공간에서 인간이 더 쉽게 공격적으로 변화하는가’를 이해하도록 돕는 대표적인 심리학 이론 중 하나이다. 익명성, 자극적인 환경, 책임 분산 등이 결합하면 사람은 평소의 규범을 잊고 집단 내에서의 새 규범과 개인의 충동에 따라 행동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의 시선이나 체면을 고려해 평소에는 하지 못할 행동을 함으로서 느끼지 못할 의외의 쾌감까지 느낀다. 즉, 이러한 과정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이 저명한 상황에서 개인이 사라지고 군중에 휩쓸림과 동시에, 그것을 판단하지 못하게 막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리학에서는 동시에 희망도 제시하고 있다. 집단의 규범이 부정적일 시 폭력과 비난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집단 규범이 긍정적일 때는 오히려 선한 행동이 증폭될 수 있다. 즉, 결국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구조와 집단이다. 우리가 온라인에서 서로를 비난하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규범을 강화하고,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을 환기시킬 수 있다면 몰개성화는 더 이상 악플과 사이버불링의 도구로서 제시되는게 아니라 아니라 공동체적 연대와 사회적 선순환의 힘으로 작용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김경규, 김광호, 이애리. (2024).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익명성과 지식공유의 관계: 자아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24(12), 482-496.
2) 오세윤. (2023). 청소년의 자기통제력이 폭력비행에 미치는 영향 : 현실폭력과 사이버폭력의 비교를 중심으로 [석사학위논문, 동국대학교].
3) 이건근, 정병곤. (2018). Steinbeck의 “The Vigilante”에 나타난 탈개인화 군중심리 현상에 관하여. 예술인문사회 융합 멀티미디어 논문지, 8(4), 925-933.
4) 권준수, "[권준수의 마음의 窓] 군중심리 악용한 댓글 조작", 한국일보, 2018.05.07.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5072008691973
5) 정길선, “군중심리(Herd mentality), 보편적인 인류 사회를 뒤흔드는 양날의 검”, 저널인뉴스, 2024.11.10.
https://jinkorea.kr/news/view.php?no=6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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