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서
[한국심리학신문=이윤서 ]

지난해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은 사이버 괴롭힘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한 남학생이 또래 여학생의 얼굴을 음란 이미지에 합성해 온라인에 유포했을 뿐 아니라, 피해자의 연락처까지 공개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학생은 결국 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The Readable, 2024).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피해자에게 가해진 정서적·사회적 상처가 너무도 컸고, 사회는 다시 한 번 청소년 사이버 범죄의 현실을 직면하게 되었다.
사이버 괴롭힘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이미 2018년 인천에서는 중학생이 반복적인 언어 폭력과 성희롱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Korea Times, 2018), 이천 지역에서도 고등학생이 SNS를 통한 지속적 위협 끝에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The Diplomat, 2020). 이러한 비극적 사례는 온라인에서의 괴롭힘이 단순히 심리적 상처에 그치지 않고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범죄심리학적으로 볼 때, 청소년이 사이버 괴롭힘에 쉽게 가담하는 이유는 또래 집단과 온라인 정체성 때문이다. 청소년기는 또래 집단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시기이며, 집단 내 배제를 피하기 위해 가해에 동참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동조 압력(peer pressure)’과 ‘책임 분산 효과(diffusion of responsibility)’가 그대로 작동하는 사례다. 실제로 “같이 웃지 않으면 내가 왕따가 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중립적인 학생조차 괴롭힘에 가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에 온라인 공간 특유의 익명성과 비대면성은 가해 심리를 더 가볍게 만든다. 피해자의 고통을 직접 목격하지 못하기 때문에 죄책감이 약화되고, “아이디만 바꾸면 된다”는 인식이 퍼져 책임감이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이를 ‘범죄적 무감각(desensitization)’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SNS의 문화는 괴롭힘을 하나의 과시 수단으로 만들기도 한다. 청소년들은 ‘좋아요’와 조회수를 통해 사회적 지위를 확인하고, 괴롭힘 영상을 공유하며 자신을 드러낸다. 범죄심리학의 ‘사회적 학습 이론(social learning theory)’에 따르면, 이러한 콘텐츠가 주목받을수록 또 다른 학생들이 모방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사이버 괴롭힘은 또래 압력, 기술의 특성, 자기 과시 욕구가 맞물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실태 조사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뒷받침한다.
국가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청소년의 20.1%가 최근 6개월 이내 온라인에서 욕설, 배제, 정서적 상처를 경험했다고 밝혔다(Korea Times, 2024). 이 가운데 12.2%는 원치 않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받았고, 10%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의도적으로 제외되거나 강제 참여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사이버 괴롭힘이 이미 일상적인 문제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사이버 괴롭힘을 줄이기 위한 해법은 단순한 법적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 범죄심리학자들은 세 가지 접근을 강조한다. 첫째, 학교 기반 심리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또래 압력과 인정 욕구를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둘째, 피해자 회복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단순한 상담을 넘어 자기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 모델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화와 이해를 통해 공동체로 복귀할 수 있게 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셋째, 사회 전반의 디지털 시민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SNS 기업과 협력해 괴롭힘 게시물을 자동 감지·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사이버 괴롭힘은 단순히 ‘청소년들끼리의 다툼’이 아니라, 범죄심리학적으로 설명되는 복합적 현상이다. 또래 관계의 압력, 온라인 익명성, 정체성 욕구가 결합해 실제 범죄로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청소년들은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교차하는 복잡한 위치에 놓인다. 따라서 교육, 상담, 사회적 개입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예방과 치유가 가능할 것이다.
* 참고문헌
1. Korea Times. (2018, November 13). School bullying takes another life in Korea. The Korea Times. https://www.koreatimes.co.kr/www/nation/2024/12/113_256314.html
2. Korea Times. (2024, August 27). 1 in 5 Korean teens experience cyberbullying: survey. The Korea Times. https://mm.koreatimes.co.kr/www/nation/2024/08/281_370341.html
3. The Diplomat. (2020, April 28). South Korea: Cyberbullying amid coronavirus. The Diplomat. https://thediplomat.com/2020/04/south-korea-cyberbullying-amid-coronavirus/
4. The Readable. (2024, July 19). Cyberbullying among teens in South Korea surges, police report. The Readable. https://thereadable.co/cyberbullying-teens-south-korea-police-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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