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어두운 밤이 지나고,
피처럼 붉은 새벽이 산 능선을 물들이고 있었다.
민호와 종철은 하룻밤 동안의 긴장된 경계를 마친 채,
고개를 들어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빗줄기는 멎었지만, 땅은 여전히 진흙탕이었고,
전선은 고요한 듯 숨죽인 채 다음 폭풍을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포성이 울렸다.
산 너머에서 시작된 굉음은 메아리처럼 번져나와 두 사람의 가슴을 흔들었다.
곧 이어 참호 속의 지휘관이 소리쳤다.
“준비하라! 적이 움직인다!”
순식간에 병사들은 총을 움켜쥐고 진지에 몸을 낮췄다.
민호는 손에 땀이 차는 것을 느끼며 방아쇠를 고쳐 잡았다.
종철은 옆에서 떨리는 손을 억누르며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안개 속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적의 병사들이 총을 앞세운 채 능선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총성이 새벽 하늘을 찢었고,
불빛과 연기가 뒤엉켜 전장을 덮었다.
민호는 귀가 멍멍해지는 가운데도 손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적의 물결은 끊이지 않았다.
종철이 짧게 외쳤다.
“민호야, 끝까지 버티자!”
그 외침은 두려움을 짓누르려는 몸부림이었고,
동시에 살아남기 위한 결의였다.
민호는 눈앞이 붉게 물드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피인지, 새벽빛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는 마음속 깊이 다짐했다.
“오늘도 나는,
내 이름을 알 수 없는 전쟁의 일부로 살아남아야 한다.”
작가의 말 :
15화에서는 ‘붉은 새벽’이라는 상징을 통해 전쟁의 새로운 국면을 그려냈습니다.
어둠이 걷히는 순간,
평화가 아닌 더 격렬한 전투가 시작된다는 아이러니가 이 장면의 핵심입니다.
새벽은 희망이 아니라 또 다른 피의 예고였고,
병사들의 결의는 생존을 향한 몸부림일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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