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은A
[한국심리학신문=김가은A ]
토트넘 전 회장 다니엘 레비
9월 5일 새벽 2시, 토트넘 홋스퍼의 다니엘 레비 회장이 사임했다. 그는 2001년부터 무려 25년간 구단을 이끌며 EPL에서 가장 오래 자리를 지킨 회장이었다. 팬들은 오랫동안 그의 퇴진을 요구해왔고, 성적 부진이 이어진 지난 시즌에는 경기장에서 직접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은 회장 교체와 감독 교체라는 대대적인 변화를 감행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큰 조직에서 최고 의사결정자가 교체되는 일은 흔치 않다는 것이다. 변화를 원한다고 해서 곧바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조직은 언제나 여러 이유로 변화를 주저하거나 지연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토트넘의 사례는 단순한 스포츠 뉴스가 아니라, “조직에서 변화가 어떻게 가능해지는가?”라는 더 큰 주제로 이어질 수 있다.
조직에서 변화란 단순히 인사가 바뀌는 것을 넘어, 구조·문화·전략 전체가 새로 정비되는 과정이다. 이번 글에서는 조직심리학의 관점에서 변화가 필요한 이유와, 또 왜 많은 사람들이 변화에 저항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조직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조직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조직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인구의 변화(Nature of the workforce) 이다. 조직 구성원의 배경과 문화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세대 간 가치관 차이도 커지고 있으며, 한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의 기대와 요구도 달라지고 있다. 따라서 조직은 이러한 인구학적 변화에 맞게 유연한 구조와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둘째, 기술의 발전(Technology) 이다. 새로운 기술은 더 빠르고 저렴하며 휴대성이 뛰어난 기기를 등장시키고, 이제는 인공지능이 사람의 많은 역할을 대체하거나 보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산업 구조 자체를 흔들고 있으며, 조직이 기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경쟁력을 잃게 된다.
셋째, 경쟁(Competition) 이다. 글로벌화와 디지털화로 인해 기업 간 경쟁은 국경을 넘어 훨씬 치열해졌다. 소비자는 더 나은 품질과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다른 선택지는 언제나 눈앞에 있다. 따라서 조직은 끊임없이 혁신하고,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넷째, 사회적 추세(Social Trends) 이다. 환경 보호, 다양성 존중, 일과 삶의 균형처럼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달라지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온라인과 대면 방식의 균형 역시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조직은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면 구성원과 소비자 모두에게 신뢰를 잃게 된다.
조직이 변화에 저항하는 이유

환경이 빠르게 변하더라도, 조직은 쉽게 변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배경에는 여러 심리적·구조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첫째, 구조적 관성(Structural inertia) 이다. 구조적 관성이란 조직이 기존의 방식과 절차를 고수하며 쉽게 바꾸지 못하는 성향을 말한다. 기업은 성장 과정에서 익숙해진 경영 방식과 제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새로운 전략이나 시스템을 도입하려 해도,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이 안전하다는 이유로 변화를 미루게 된다.
둘째, 확증편향(Selective information processing) 이다. 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기존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축소하는 경향을 뜻한다. 다시 말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심리적 습관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로, 외부 환경의 위험 신호나 변화 요구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해석하며, 결국 변화의 필요성을 축소시킨다.
셋째, 안정 욕구(Security) 이다. 변화에는 늘 불확실성이 뒤따른다. 새로운 제도, 낯선 업무 방식, 달라지는 역할은 구성원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사람들은 익숙한 환경에서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기 때문에, 변화가 가져올 불안과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넷째, 습관(Habit) 이다. 습관은 반복을 통해 형성된 행동 패턴으로, 일상적인 안정감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습관은 동시에 변화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업무 절차나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려 한다.
조직에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
그렇다면 조직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 심리학자 커트 레빈(Kurt Lewin)은 이를 세 단계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Majka, M. (2024, June)
첫째, 해빙(Unfreezing) 단계다. 이는 기존의 습관과 사고방식을 깨뜨리는 과정이다. 조직 구성원들에게 현재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인식시키고, 변화를 위한 필요성을 공감하게 만드는 것이다.
둘째, 변화(Changing) 단계다. 새로운 제도와 행동 방식을 도입하고, 구성원들이 실제로 새로운 방식을 경험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는 리더십의 방향 제시와 구성원들의 학습·참여가 핵심이다.
셋째, 재동결(Refreezing) 단계다. 변화가 일시적인 시도로 끝나지 않도록, 새로운 방식이 조직 문화와 규범 속에 자리 잡게 만드는 과정이다. 즉, 변화를 일상의 습관과 제도로 굳혀야만 비로소 조직이 안정적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다.
토트넘의 사례에서 보듯, 변화는 오래된 관성을 깨뜨리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러나 환경의 변화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면 조직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변화를 불가피한 위기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기회로 받아들이는 태도일 것이다.
< 참고문헌 >
피주영. (2025년 9월 5일). 토트넘 레비 회장 전격 사임...25년만에 떠난다.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
Hannan, M. T., & Freeman, J. (1984). Structural inertia and organizational change.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49(2), 149–164. https://doi.org/10.2307/2095567
Majka, M. (2024, June). Navigating change with precision: Unpacking Lewin's change management model.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81280925_Navigating_Change_with_Precision_Unpacking_Lewin's_Change_Management_Mo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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