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희
[한국심리학신문=이제희 ]
양극화 시대, 그 끝없는 대립의 그림자
민주주의란 신권 체제의 봉건 사회를 무너트려 그 권한을 국민에게 부여하며, 자유와 평등, 그리고 참여를 보장하는 체제이다. 그 보장의 실현 정도에 따라, 민주주의의 발전 단계는 달라진다.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체제의 목표는 제도 도입과 운영을 넘어, 체제의 가치가 일상 속에 내면화되고, 다원주의가 실현되는 데 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는 길에 있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사회적 상식으로 볼 것인지 팽팽하게 의견을 달리한다. 모두가 자신의 신념과 주장을 상식으로 여기고, 다르다면 상대를 공격하는 언어와 이미지로 맞서기 때문이다. 이를 ‘정치적 양극화’라 부르며, 단순 의견 차이를 넘어 사회적 합의나 타협을 만든다.
정치적 양극화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빠른 국가 발전 탓에 사회적 인식이 제도를 따라가지 못한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보고, 또 다른 시각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한다. 그러나 어쩌면 다원주의가 산출한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다. 사회적 상식이 희미해졌다는 것은, 사회 안에 다양한 가치와 이념이 공존한다는 뜻이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 다양성이 건강한 경쟁과 공존으로 이어질지, 적대와 혐오를 심화시키는 위험으로 흐를지의 선택에 달려있다.
오늘날 한국 정치 지형은 포용보다는 분열을, 존중보다는 혐오가 앞서는 모습이다. 같은 발언조차 진영에 따라 정반대로 해석되며, 한쪽에서는 칭찬이, 다른 한쪽은 비난이 쏟아진다. 국민 전체의 목소리보다 특정 지지층의 요구가 더 크게 반영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개인은 보수와 진보 중 어디에 서야 할지 혼란을 겪고, 결국 정치적 무관심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보수와 진보, 시대를 넘어 반복되는 선택
좌파-우파라는 용어는 프랑스 혁명 당시 국민의회에서 유래됐지만, 급진적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과 기존 질서를 지키려는 세력의 대립은 인류 역사 전반에 존재했다. 이들의 대립은 특정 시대만의 현상이 아니라 사회가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오래된 질문이기도 하다. 조선 후기에는 개화파와 위정척사파가, 미국 남북전쟁에서는 북부 연방과 남부 연합이, 러시아 혁명에서는 볼셰비키(사회주의 혁명파)와 황제 지지 세력을 통해 그 대립 양상과 결과를 엿볼 수 있다.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선과 악이 아니라, 변화의 속도와 방법론의 차이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정치는 이러한 차이를 왜곡시켜, 상대방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며 대립하는 것으로 전락했다. 정치적 갈등의 골을 더욱 깊어지고,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아예 관심을 기울이지 않거나 특정 정당이나 정책에 무비판적인 지지를 보내는 경우도 늘어난다.
정치적 태도를 형성하는 심리적 요인들
세계적인 뇌과학자들은 진보와 보수 성향은 선천적 기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이 기질은 각자의 환경과 경험 요소에 따라 특성이 강화되거나 완화되어 태도로 나타난다. 한 사건에 대한 심리적 반응에 따라 정치 성향을 짐작할 수도 있다.
핵심 질문은 바로, ‘내가 무엇에 혐오감을 느끼는가.’이다.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주로 약자나 소수자를 배려하지 않는 상황에서 강한 혐오감을 느낀다. 예를 들어, 사회 안전망을 무시하거나 차별적 발언을 하는 정책 혹은 인물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를 불공정하다고 인식한다. 진보 성향은 평등과 연대, 사회적 공정성을 중심 가치로 두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차별적 구조를 바로잡는 정책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반대로,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 질서와 안정성을 해치는 행위에 혐오감을 드러낸다. 기존 제도와 관습을 무시하고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는 정책에 반발한다. 안정과 질서,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급진적인 변화에 경계심을 가지며, 이를 해치는 행위를 도덕적 위반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은 사람들이 사건과 정보를 해석할 때, ‘프레임’이라는 인지적 틀을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같은 정책이라도 어떤 프레임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예컨데 복지 확대 정책은 보수에게는 ‘낭비와 기존 규율의 해체’로, 진보에서는 ‘사회 안전망과 연대’로 해석한다.
진보와 보수의 만남이 더욱 어렵게 하는 심리는 인지적 편향과도 연결된다. 참·거짓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믿음과 일치되는 정보만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일치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지만 가치와 충돌하는 정보에는 저항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보수와 진보가 만나는 길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성향이 달라도 이를 적대시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성품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치적 의견이 모두 다르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열광하는 MBTI만 해도 16가지가 있고, 새로 만나는 누군가를 알아갈 때 먼저 물어보고 그 성격에 맞춰 다가가지 않는가.
하지만 정치 성향을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으로 단순히 나누어 판단하는 것은 상대를 이해하기엔 협소하다. 설령 이분법적 구분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변수를 만나 정치 지형이 확장되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인은 지금과 같은 혐오와 상대를 악마화하는 언어 사용을 멈추고, 건강히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가 시급하다. 대중 역시 그런 정치인에게 관심과 지지를 보내야 할 것이다. 다양성을 포용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할 때, 사회적 합의와 공동의 발전은 가능하다.
*출처
1) 중앙일보. (2011). https://www.joongang.co.kr/article/5742422
2) 최경영의 최강시사.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DN0iz0ZaO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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