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전쟁》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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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은 여전히 불길과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민호는 종철의 몸을 뒤로 두고 다시 총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은 떨렸지만, 

눈빛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사격 지속하라! 절대 물러서지 마라!”


지휘관의 목소리가 포성 속에서 울려 퍼졌다.

민호는 몸을 낮추고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 불빛이 어둠을 찢었고, 

적의 그림자들이 하나둘 쓰러졌다.

그러나 곧 또 다른 그림자들이 밀려들었다.

탄약이 줄어드는 소리가 귀에 선명하게 들렸다.

탄창을 갈아 끼우며 민호는 깨달았다.


“이 전투가 오래가지 못한다. 곧 모든 게 무너진다.”


그 순간, 지휘관이 민호를 불렀다.


“민호! 네가 남아야 한다. 연락병으로 내려가 상황을 알리고 지원을 요청해라!”


민호는 눈을 크게 떴다.


“저기서 물러나면… 전우들을 두고 가라는 겁니까?”


그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

지휘관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모두가 쓰러져도, 

누군가는 끝까지 살아서 이 전쟁을 증언해야 한다. 

그것이 너다.”


민호는 잠시 눈을 감았다.

종철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메아리쳤다.


“넌 살아서… 이 전쟁을 증언해야 해.”


심장은 무겁게 뛰었고, 

발걸음은 땅에 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결국 총을 움켜쥔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능선 아래로 향하는 길은 불길과 연기로 가득했다.

민호는 깊게 숨을 내쉬며 속으로 다짐했다.


“나는 살아남아야 한다. 

이것을 끝까지 전해야 한다.”


그 순간, 다시 포탄이 터졌고 능선은 붉은 섬광에 잠겼다.

민호는 몸을 낮추며, 

불길 속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작가의 말 :

21화에서는 민호가 전우의 죽음과 지휘관의 명령 사이에서 결단을 내리는 순간을 그렸습니다.

전쟁은 언제나 인간에게 가장 잔인한 선택을 강요합니다.

민호는 도망자가 아니라, 

‘증언자’로서의 책임을 안고 능선을 떠나게 됩니다.

다음 화에서는 민호가 능선을 벗어나면서 겪게 되는 새로운 위기와 내적 갈등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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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9-09 09: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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