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집은 도둑질하기엔 별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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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집은 도둑질하기엔 별로네..." - 공간의 변화만으로 범죄율을 줄일 수 있는 방법
  • 기사등록 2025-09-30 08: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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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채빈 ]


Pixabay.com범죄란 무엇인가? 어느 개념이 그렇듯이 범죄의 정의를 무엇이라 확실히 두기는 어렵고, 범죄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여러 가지의 정의 중 일반적으로 범죄학에서 사용되는 범죄에 대한 정의는 “형사법령을 위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우리 사회는 이 형사법령을 위반하는 행위를 감소시키거나 막기 위하여 수많은 연구와 노력을 이어갔고, 그 노력은 경찰력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우리에게는 익숙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범죄는 우리 사회에 도사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범죄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찰력과 같은 물리적 통제만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범죄학은 오래전부터 환경적 요인이 범죄의 발생을 부추기거나 떄로는 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주목해왔다. 그리고 그 연구의 성과로서 등장한 대표적인 것이 바로 셉테드, 즉 ‘환경 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CPTED)’이다.

   

불편함과 범죄


CPTED가 목표로 하는 것은 간단히 말하자면 ‘범죄자가 행동하기 불편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장소라 함은 그저 어두컴컴하거나 사각지대이며, 분위기가 흉흉하다는 등, 여러 부정적인, 그리고 적대적인 이미지가 떠오르곤 한다. 때문에 이런 장소에 방범초소나 CCTV를 설치하거나 그 수를 증가시킨다면 단순히 경찰력이 강화되었다는 의미를 넘어서 잠재적 범죄자는 그 공간을 범죄를 발생시키기에 위험한 선택지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범죄자의 심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범죄자 역시 인간이기에 환경에서 오는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신이 들키거나 체포될 가능성이 크다고 느낄 때 범죄 행위를 억제하는 쪽으로 심리적 균형이 기우는 것이다. 즉, 다시 말해 CPTED는 범죄자의 심리적 의사결정 구조를 범죄 행위를 하는데 있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바꾸는 환경 설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 조성을 통해 범죄를 감소시키는 법


상기한 CPTED를 잘 보여주는 사례는 상당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도 그 사례가 있을까? 물론 사례는 존재한다. 바로 서울의 ‘토끼굴’이다. 토끼굴은 한 장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토끼굴이란 서울에 있는 좁은 골목이나 크고 작은 낡은 지하보도들을 일컫는 말로, 이 토끼굴들은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동선임에도 불구하고 낡고 좁다는 물리적 특성 상 소위 범죄 취약지대라는 인식이 강하다. 토끼굴들은 토끼굴이라는 명칭과 같이 어둡고 폐쇄적이며, CCTV 사각지대가 많아 범죄자에게는 범죄를 일으키기 유리한 ‘은밀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특별시 시 당국과 지역 주민들이 협력해 이 토끼굴들에 조명을 밝히고 CCTV를 설치하며, 벽면을 미술작품으로 꾸미거나 카페 등을 조성하는 등 장소의 환경을 개선한 이후, 이곳은 범죄율이 크게 줄어들었다. 범죄 감소를 위해 흔히 사용되던 방법인 경찰 인력 증원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간의 변화만으로 ‘범죄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던 것이다.

   

CPTED가 효과적이였던 이유


그렇다면 CPTED가 효과를 가지고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행동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범죄는 어떻게 설명되는가? 범죄자들의 행동은 합리적 선택 이론(Rational Choice Theory)에 기반해 설명되어지고는 한다. 즉 범죄자도 범죄 행동을 저지를 때 그저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 행동이 가져올 비용과 편익을 따져 행동한다는 것이다. 토끼굴이 어둡고 사람이 적다면 자신의 범죄 행동이 가져올 편익은 크고 비용은 작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CPTED를 통해 조명이 밝아지고, CCTV가 가시적으로 존재하며, 심리적 압박을 주는 시선이 느껴지게 된다면 범죄자가 인식하는 범죄 행동이 가져올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결국 그들은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다른 적절한 공간을 찾거나 애초에 범죄를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하나의 심리학적 개념이 작동한다. 바로 사회적 시선의 내면화이다. 사람이 많지 않아도 CCTV, 조명, 길거리를 지나가는 행인들, 주변 점포들의 유리창, 혹은 벽화에서 느껴지는 타인의 존재는 일종의 감시 효과를 유발한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이를 ‘파놉티콘 효과’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감시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저 감시받고 있다거나 감시받고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인식, 혹은 불안감만으로도 인간은 자기 통제를 강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범죄자 역시 사람이므로 예외가 될 수 없다. CPTED는 이러한 심리적 반응을 활용해 범죄자의 마음속에서 ‘여긴 위험하다’는 내적 신호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범죄 억제 뿐만 아니라 안전감 증가도 함께


더 흥미로운 점은, CPTED가 단순히 범죄 억제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심리적 안전감도 크게 증대시킨다는 사실이다. 토끼굴들의 개선 이후 토끼굴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긍정적이게 변해갔다. 이는 곧 공간의 심리적 재구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두운 공간을 지날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불안감과 위험을 느끼며, 이 불안은 ‘내가 위험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 ‘혹시나 범죄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예측적 불안으로 확장되곤 한다. 그러나 환경이 밝고 개방적으로 변하면 우리의 뇌는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공간을 지날때보다 위험 신호를 덜 감지하게 되고, 안정감을 경험하게 된다. CPTED는 바로 이런 인지적·정서적 과정을 설계에 반영하는 방식인 것이다.

   

결국 범죄 예방은 단순히 범죄를 저지르는 직접적인 대상인 범죄자만을 겨냥하고, 경찰력 증원과 같은 전통적이고 물리적인 방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CPTED가 말하는 범죄 예방은 시민 모두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으로 정리된다고 볼 수 있다. 환경이 달라지면 범죄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행동과 심리가 바뀐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다시 그 공간의 사회적 의미를 바꾸어내는 결과를 산출한다. 결국 CPTED가 강조하는 것은 ‘범죄를 억누르는 물리적 힘’만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즉, CPTED의 진짜 강조점은 ‘사람들의 심리에 작동하는 설계적 힘’인 것이다.

   

시민 친화적인 ‘토끼굴’을 위하여


하지만 이런 사회 각계각층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는 도시 곳곳에는 여전히 토끼굴과 같은 심리적으로 위험한 공간이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범죄가 존재하고, 누군가는 위험을 느끼고 있으며, 안전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공간의 운명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아서는 안된다. 이 ‘토끼굴’같은 장소들이 범죄자의 은신처, 범죄자의 즐거운 범죄터가 될지, 아니면 시민 모두에게 안전하고 사랑받는 통로가 될지는 우리 시민들의 선택과 설계에 달려 있다. 범죄학은 이를 단순한 이론으로 끝내지 않는다. 심리학과 결합해 잠재적인 범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시민의 마음을 안심시키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합쳐질수록, ‘저 집은 도둑질하기엔 별로네’라는 인식이 확산될수록, 우리의 도시도 점차 범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대한범죄학회. (2022). 범죄학개론, 박영사

2) 조율. "경찰, 강남역 '토끼굴' 흡연 단속하니…신고 절반 ‘뚝’". 문화일보. 2025.02.19

     https://www.munhwa.com/article/11485864

3) 조장훈. "동대문구 이문초교 일대, '범죄예방디자인'(CPTED) 안전마을 조성". 나눔일보. 2017.02.09

     https://www.nanumilbo.com/12356

4) 주현진. "‘어두컴컴’ 토끼굴,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서울신문. 2018.03.05

     https://go.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030601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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