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잃어버린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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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영서 ]



“화가 나면 벽을 치고, 슬프면 배가 아파요.”


2025년 대한민국. 어느 초등학생의 말이다. 감정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을 설명할 단어가 사라졌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감정의 언어’를 잃어가고 있다.



대화의 빈자리, 깊어지는 고립


이 현상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변화하는 가족 구조와 줄어든 대화 시간, 디지털 중심의 소통이 맞물리면서 아이들은 점점 더 깊은 정서적 고립 속으로 밀려나고 있다. OECD 국제비교 연구에 따르면, 한국 아동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적다. 한국 부모가 미취학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48분으로, OECD 평균인 150분에 크게 못 미친다. 또한 학령기 자녀를 둔 부모 중 매일 자녀와 대화를 나눈다고 응답한 비율은 53.7%로, OECD 평균 70%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는 부모와 함께 살아도 정서적 연결이 단절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말 없는 감정, 몸으로 나타나는 아이들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들은 감정을 말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UCLA 연구팀의 뇌영상 실험에 따르면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때 전전두엽이 활성화되어 감정 조절 능력이 높아진다. 반면, 감정에 이름을 붙이지 못하는 아이들은 충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두통이나 복통 같은 신체 증상으로 감정을 대신 표현하기도 한다. 



감정은 경험이 아니라, 배워야 하는 기술


심리학은 말한다. 감정 표현은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라 배우는 기술이다. 특히 영유아기와 아동기는 감정 언어를 습득하기에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충분한 정서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존감, 사회성, 자기조절 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서울시교육청의 감정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은 "화가 날 때 어떻게 진정해야 하는지 배워서 좋았다"고 인터뷰한 점을 토대로 감정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신의 감정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해외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덴마크는 공감 교육을 통해 학교폭력 경험률을 48%에서 3%로 낮췄다. 그 비결은 감정 인식, 감정 표현, 또래 피드백이라는 3단계 접근에 있다. 감정은 훈련 가능한 언어이며, 교육을 통해 충분히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제 감정 언어의 빈곤은 더 이상 가정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는 사회 전체의 문제이며, 미래 세대의 역량과 직결된 과제다. 감정 표현은 갈등 해결, 협업, 리더십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감정을 언어로 풀지 못하는 세대가 자라면 결국 공감 없는 사회, 소통 없는 조직이 된다.



감정 빈곤, 개인을 넘어 사회의 문제


따라서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정에서는 하루 20분 정도의 감정 대화 시간을 의식적으로 마련하고, 감정 카드를 활용한 놀이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학교는 주 1회 정기적인 감정 교육을 정규 수업에 포함시키고, VR 기반의 감정 체험 공간 등을 통해 아이들이 실제로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연습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아동의 감정 언어 발달 상태를 국가 차원에서 모니터링하고, 정기적인 조사와 지표를 바탕으로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감정 언어는 제2의 외국어처럼 배워야 할 대상이다.

그리고 그 가르침은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나누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작은 실천이 단지 아이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공감 능력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이다.



  • 숨겨진 감정, 들여다보기


감정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 그게 시작이다

오늘 아이가 “배가 아파요”라고 말할 때,

우리는 그 말 속에 숨은 감정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화났구나.”

“속상했겠다.”


이 짧은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마음을 열고, 세상의 단절을 잇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감정 언어는 사라지는 중이 아니다.

그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아이의 마음에 감정의 이름을 다시 붙여주는 일.

그것이 곧, 한 세대의 정서를 지켜내는 일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공감이 살아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참고 및 출처


1. 온라인 기사
한겨레. (2024). 감정 언어 많이 들려줄수록, 아이 사회성이 길러진다.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hanihealth/medical/1170706.html
정정엽. (2021). 뇌와 감정은 어떻게 연결될까? 느끼는 뇌. 정신의학신문.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5053
YTN. (2021). 초등생 학부모 10명 중 6명 "자녀와 하루 1시간 미만 대화". YTN 뉴스. https://www.ytn.co.kr/_ln/0103_202107151133012364
EBS 뉴스. (2024). 덴마크에서 학교폭력이 48%→3%로 감소한 비결은? EBS 뉴스. https://home.ebs.co.kr/ebsnews/menu1/newsAllView/20482552/H
2. 정부 보고서
보건복지부. (2023). 2023년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 발표. https://www.mohw.go.kr/board.es?mid=a10503010100&bid=0027&act=view&list_no=1481860
한국어린이재단. (2024). 2024년 아동행복지수 생활시간조사 결과. https://welfare.childfund.or.kr/STH2/upload/file/10000027/2024/5/31/MYcQQUUMUU_20240531155645.pdf
3. 통계 데이터
통계청. (n.d.). 인구대시보드. Retrieved June 30, 2025, from
https://kosis.kr/visual/populationKorea/PopulationDashBoardMai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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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9-25 08: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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