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치우기 좀 애매하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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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치우기 좀 애매하긴 해 - - Rice Theory - - 같은 나라 안에서도 문화차이가 존재한다고?
  • 기사등록 2025-09-29 08: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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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송주영 ]




사람이 많은 시험 기간의 학교 앞 카페. 책상도, 의자도, 사람도 많은 공간에서 이동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마침 그 때, 당신 앞을 가로막고 있는 의자 하나. 과연 당신은 길을 가로막고 있는 의자를 치우고 지나갈 것인가, 아님 그저 몸을 웅크린 채 좁은 틈새를 비집고 지나갈 것인가? 


바로 이 사소하고 작은 행동 하나를 통해 당신이 일상생활에서 주로 먹는 음식의 종류, 속한 문화권을 추측할 수 있다면 눈 앞의 의자는 더 이상 평범한 의자가 아니게 된다. 이는 마술사도 탐정도 아닌, 바로 당신의 마음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몇몇 심리학자들이 밝혀낸 이론이다. 



The Rice Theory



Thomas Talhelm 등의 문화 심리학자들이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고안한 벼농사 이론(rice theory)은 쌀 문화가 상호의존적인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는 가설에 기반한다. 


여러 통계 자료에 따르면, 쌀은 단위 면적 당 인구 부양 능력이 가장 높은 작물 중 하나이며, 칼로리 공급 능력 역시 뛰어나다. 한 신문 기사에 의하면, 성인 1인당 일일 필요 열량 공급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수준이라고 한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인류는 쌀을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이라면 다른 작물 대신 쌀을 재배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즉 쌀 농사가 실패하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 갖추어지는 것이다. 


또한 쌀은 밀이나 기장과 같은 건조 작물과 비교해 여러 사람이 협력해야 하는 관개 시스템과 협업이 필수적이며, 다른 작물보다 약 두 배나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한 마을이 생존하기 위해선 구성원들이 서로 착 달라붙어 있는 끈끈함이 필요하다. 옆집 사람이 아무리 미워도 오늘 우리 논에서 일해주지 않으면 나의 식량은 위험해진다. 너도 살고 나도 살기 위해, 고운정을 넘어 미운정이 생길 때까지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밀농사의 경우 물에 크게 의존하지 않으며 노동력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옆집 사람이 없어도 우리 가족의 생존에는 큰 문제가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집단에 대한 우선도가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개인주의적 문화가 발전해왔다. 




Chair moving in Starbucks !



그렇다면 이러한 벼농사 문화와 의자 옮기기 행동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먼저 “의자 옮기기”라는 단순한 행동이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문화를 구별할 수 있는 타당한 방식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의자를 옮긴다는 단순한 행위는 단순히 오늘 힘이 없거나, 몸집이 크거나, 날씨가 좋거나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이 의자 옮기기 행동을 측정 방식으로 선택한 이유는 문화권마다 통제 방식의 차이가 이러한 행동에 반영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자아 개념과 관련한 고전적인 논문(Markus, Kitayama, 1991)에 따르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인들은 주변 환경에 대해 통제하려는 경향이 강한 반면,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인들은 자신의 내면을 통제하는 능력을 더 성숙한 것으로 여긴다고 한다. 


이러한 통제 방식의 차이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관찰된다. 예를 들어,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의 경우, 유명 아이돌 그룹의 인기 멤버가 열애설에 휘말렸을 때 팬들이 “우리 팀이 이제 막 승승장구하려는데 어떻게 연애를 할 수 있냐”, “내가 얼마나 너를 서포트해줬는지 아느냐” 등 아이돌과 팬을 마치 하나의 과제를 수행하는 팀으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집단의 목표를 위해 개인을 통제하는 것이 더 성숙하다고 여기는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의 예라고 볼 수 있다. 


즉, 문화권마다 ‘상황’을 통제하는 1차적 통제(primary control)와 상황속에서 ‘자신’을 통제하는 2차적 통제(secondary control)를 중요시하는 정도가 다른 것이다. 개인주의 성향의 사람들은 환경을 바꾸려 하는 반면, 집단주의 성향의 사람들은 환경에 자신을 맞추려 한다.


Talhelm과 연구자들은 이 이론을 “의자 옮기기” 행동에 접목시켰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자신을 더 우선시한다면 불편한 환경을 바꿀 것이고(의자를 치움), 환경을 더 우선시한다면 상황에 맞추어 자신을 조정할 것이다(통로와 의자 사이를 비집고 지나감). 그래서 연구자들은 카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의자를 치우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가는지를 관찰했고, 벼농사 지역의 집단주의적 성향의 사람들이 의자를 움직일 가능성이 더 낮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한 가지 행동에는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연구자들은 벼농사와 밀농사의 차이 외에도 다양한 변인을 통제했다. 예를 들어, 국가 간 차이를 통제하기 위해 중국이라는 한 국가를 선택하고, 그 안에서 전통적으로 밀을 재배해온 북부 지역과 쌀을 재배해온 남부 지역을 비교했다. 또한, 카페 간의 차이를 통제하기 위해 스타벅스라는 다국적 기업의 동일한 브랜드를 실험 장소로 선택했다.


중국의 각 도시의 스타벅스에서 실험한 결과, 벼농사 지역 사람들은 의자를 움직일 가능성아 약 6%로 매우 낮게 나타났지만, 밀농사 지역의 사람들은 약 16%의 상대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의자를 움직였다. 나이, 요일, 근대화 수준, 성별 등 다양한 요인을 통제한 후에도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이는 역사적 거주 양식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행동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한 번 형성된 사회적 규범은 개인의 행동에 내면화되어 지속적으로 전승된다. 그리고 여전히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라지는 문화차?



이 연구가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문화 사이의 유의한 차이를 보여주는 반면, 세계화로 인해 경제사회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나라 간 문화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다국적 기업은 동일한 컨텐츠를 다양한 문화에 노출시키며 글로벌 문화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우리에게 "문화차를 연구하는 것이 여전히 의미가 있는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Talhelm의 연구는 이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의 고유성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이 주장은 홍콩의 사례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연구자들은 중국의 여러 도시 외에도, 서구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홍콩도 연구 집단에 포함시켰다. 홍콩은 시장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중심지이며, 서구 문화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었지만 전통적인 쌀 문화권에 속한다. 만약 홍콩에서 “의자 옮기기” 행동이 자주 관찰된다면, 이는 세계화가 문화차를 약화시킨다는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연구 결과, 홍콩에서 의자를 옮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는 근대화와 세계화가 문화 차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각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연구해야 한다. 세계화가 활발히 진행되는 지금, 문화 연구야말로 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어울리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1. 1) H. R. Markus, S. Kitayama, Culture and the self: Implications for cognition, emotion, and motivation. Psychol, Rev, 98, 224-253 (1991)

2) 김선희, <초점> 가장 많은 사람을 먹여살릴 수 있는 작물은?, 농수축산신문, 08.08.25

http://www.af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9182

3) Talhelm, T., Zhang, X., & Oishi, S. (2018). Moving chairs in Starbucks: Observational studies find rice-wheat cultural differences in daily life in China. Science advances, 4(4), eaap8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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