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민호는 천막으로 돌아와 옥수수를 내놓았다.
피난민들의 눈빛에 잠시 빛이 스쳤다.
아이들은 작은 옥수수 알갱이 하나에도 두 손을 모으며 기뻐했다.
그러나 민호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가 떠올린 것은 숲 속에서 마주쳤던 그 청년의 얼굴이었다.
굶주린 눈빛 속에서 그는 적을 보지 않았고,
자신과 같은 생존자를 보았다.
다음 날 새벽,
민호는 다시 숲으로 향했다.
식량은 여전히 부족했고,
어제의 옥수수로는 하루를 버티는 것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안개 낀 숲길을 따라 걸어가던 그는 다시 그 청년을 마주쳤다.
청년도 총 대신 옥수수 몇 개를 들고 있었다.
서로의 눈빛이 교차하는 순간,
공기 속에 긴장이 흘렀다.
청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린 같은 처지요.
굶어 죽느냐,
총에 맞아 죽느냐의 차이뿐이오.”
민호는 총을 움켜쥔 채 물었다.
“네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지?”
청년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믿음 같은 건 전쟁에선 사치지.
하지만 난 혼자선 못 버텨.
네겐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잖아?
그러니 서로 등을 돌리지만 않는 게 최선이오.”
민호는 깊은 숨을 내쉬며 총을 내렸다.
그의 내면에서는 끝없는 의심과 연대의 갈망이 싸우고 있었다.
그는 종철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살아서 증언하라.
이 전쟁의 모든 얼굴을.”
그 순간 민호는 결심했다.
“좋다.
하지만 내 사람들을 해치면… 난 주저하지 않을 거다.”
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서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나누자.”
두 사람은 숲을 헤매며 옥수수를 더 모았다.
그 길은 위험했고,
언제 적군이 나타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낯선 청년과의 동행은 민호의 마음속에 작은 변화의 씨앗을 심고 있었다.
그는 깨달았다.
이름 없는 전쟁 속에서,
인간을 갈라놓는 것은 깃발과 이념이었지만,
서로를 묶어주는 것은 굶주림과 생존,
그리고 희미한 신뢰라는 사실을.
작가의 말 :
30화에서는 민호와 청년의 신뢰와 의심 사이의 갈등을 그렸습니다.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생존을 위해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전쟁 속의 만남은 적과 아군을 떠나,
결국 인간 대 인간의 문제로 돌아옵니다.
다음 화에서는 민호와 청년이 함께 더 큰 위험 ― 적군의 순찰대와의 조우 ― 를 마주하는 장면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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