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새벽 안개는 숲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민호와 청년은 발소리를 죽이며 옥수수밭을 지나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식량은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모두를 버티게 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이 근처엔 작은 창고가 있었소.”
청년이 낮게 속삭였다.
“전쟁 전에 마을에서 곡식을 보관하던 곳이지.
하지만 지금도 남아 있을지는…”
민호는 눈빛을 굳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해 봐야 한다.
돌아갈 때 빈손일 수는 없어.”
숲 속을 더 들어가자,
흙길 위에 낯선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었다.
민호는 순간 멈춰 섰다.
군화 자국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총을 움켜쥐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금속 부딪히는 소리와 낮은 대화.
안개 너머로 그림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적군의 순찰대였다.
청년이 숨을 삼키며 속삭였다.
“숫자가… 최소 다섯은 돼 보이오.”
민호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정면으로 부딪힌다면 희망은 없다.
그들은 쓰러진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발걸음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민호의 심장은 요동쳤지만,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한 병사가 안개 속에서 고개를 돌리더니,
민호가 숨은 쪽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민호와 청년의 시선이 마주쳤다.
“움직이지 마.”
민호가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순찰병의 발걸음이 점점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총이 들려 있었고,
시선은 의심스럽게 숲을 훑고 있었다.
민호는 방아쇠 위 손가락을 움켜쥐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쏘면… 모두 끝이다.”
긴장 끝에, 순찰병은 고개를 돌려 다른 쪽을 향했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멀어져 갔다.
발자국 소리가 점점 사라지자,
민호와 청년은 동시에 깊은 숨을 내쉬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들은 죽음과 맞닿아 있었다.
청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밤, 우린 기적처럼 살아남았소.”
민호는 차갑게 대답했다.
“아니, 아직 아니다.
진짜 싸움은 이제 시작이야.”
그의 눈은 이미 숲 너머,
그들이 찾아야 할 곡식 창고를 향하고 있었다.
작가의 말 :
31화에서는 민호와 청년이 적군 순찰대와 맞닥뜨리는 긴장감 넘치는 순간을 담았습니다.
그들은 발각 직전까지 몰렸지만,
운과 침착함으로 위기를 넘깁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앞으로 닥칠 더 큰 위험의 전조이기도 합니다.
다음 화에서는 마침내 민호와 청년이 곡식 창고를 발견하고,
또 다른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게 됩니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11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