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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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윤서 ]



익명성이 주는 무적 방패


사이버 공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익명성이다. 현실에서는 상대방의 시선과 사회적 평가를 의식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얼굴과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환경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면허’를 주어, 책임을 지지 않고도 공격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만든다. 실제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약 60%가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글을 쓸 때, 현실에서는 하지 않을 비난이나 조롱을 서슴없이 한다고 나타났다 (Hussain et al., 2023).


“내가 누군지 아무도 모르니까 괜찮다”라는 생각은 도덕적 제약을 약화시키며, 가해 행동을 더욱 부추긴다. 익명성은 가해자에게 심리적 방패를 제공하며, 현실에서 느끼는 죄책감이나 두려움을 크게 줄인다. 온라인에서는 평소 억눌러둔 공격성이 쉽게 표출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또한 익명성은 집단 내 권력 구조에도 영향을 준다.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은 “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켜보지 않는다면 마음껏 공격할 수 있다”는 허용감을 주어, 공격 행동을 반복하게 만든다.



공감 능력이 줄어드는 비대면 환경


사이버불링의 또 다른 특징은 피해자를 ‘실제 사람’이 아닌 단순한 아이디나 닉네임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상대방의 얼굴 표정이나 목소리를 직접 볼 수 없는 상황에서는 피해자의 감정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가해자는 자신이 던진 말이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 실감하지 못한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비대면 환경에서는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평소에는 하지 않을 행동도 쉽게 저지를 수 있다고 나타났다 (Baumann & Baier, 2022).


예를 들어, SNS에서 악성 댓글을 단 가해자는 상대가 우울증이나 불안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느끼지 못한다. 화면 속 글자는 단순한 문자일 뿐, 실제 사람의 고통을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온라인에서는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공격적인 언행을 이어가는 경향이 나타난다.



군중 심리의 위력


온라인 공간에서는 개인의 공격이 쉽게 집단적 행동으로 번진다. 누군가가 악성 댓글을 달면 다른 사람들이 동조하거나 ‘좋아요’를 누르면서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때 발생하는 군중 심리는 가해자에게 “나 혼자가 아니니 괜찮다”는 정당화를 제공한다. 심리학적 실험에서도, 집단 내에서 공격성이 정당화되면 개인의 공격성이 훨씬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Tintori et al., 2025). 실제 사건에서도 한 학생이 특정 동급생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집단적으로 괴롭힘을 가할 때, 개인적으로는 주저하던 행동을 군중 심리에 편승해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군중 심리 속에서 공격성은 증폭되고, 피해자는 다수의 화살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단순한 개인 갈등이 아니라 집단적 폭력으로 확산되는 위험을 보여준다.



권력감과 통제 욕구


현실에서는 소외감이나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더 공격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사이버불링 가해자는 약자를 공격하며 일종의 권력감을 얻고,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쾌감을 느낀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대리 권력감’이라 부른다. 현실에서 충족되지 못한 권력 욕구나 통제 욕구가, 온라인에서는 다른 사람을 조종하거나 괴롭히는 방식으로 왜곡되어 표출된다. 연구에 따르면, 권력감과 통제 욕구가 강한 개인일수록 SNS에서 공격적인 댓글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고 나타났다 (Kee & Lee, 2022).


또한 가해자는 공격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거나, 집단 내 위치를 확인하려는 심리적 동기를 갖는다. 단순히 재미나 장난이 아니라, 심리적 욕구 충족 수단으로 사이버불링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로 이어지는 상처


가해자에게는 단순한 글자 몇 줄일 수 있지만, 피해자에게는 그것이 현실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사이버불링 피해자들은 불안, 우울, 자존감 저하에 시달리고, 심한 경우 대인기피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21년 한 사례에서는 SNS에서 반복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청소년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상담 치료를 받는 일이 있었다. 온라인에서의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최근 연구에서도, 사이버불링 피해 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약 25%가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며, 일부는 학교 생활이나 사회 활동에 제한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Vogels, 2022).



맺음말


사이버불링이 현실보다 더 잔인해지는 이유는 익명성, 공감 부족, 군중 심리, 권력감이라는 네 가지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의 작은 공격이라도 현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화면 속에 존재하는 것은 단순한 닉네임이 아니라, 나와 같은 감정을 지닌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작은 인식의 변화가 사이버불링을 줄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 참고문헌

  • 1. Hussain, Z., Kircaburun, K., Savcı, M., & Griffiths, M. D. (2023). The role of aggression in the association of cyberbullying victimization with cyberbullying perpetration and problematic social media use among adolescents. Journal of Concurrent Disorders, 5(2), 1–14.

  • 2. Baumann, S., & Baier, D. (2022). Perpetrators and victims of cyberbullying among youth with disabilities: A systematic review. Journal of Developmental and Physical Disabilities, 34(5), 1–15. 

  • 3. Tintori, A., Ciancimino, G., & Cerbara, L. (2025). Sociopsychological analysis of a highly vulnerable category of adolescents: Victim-perpetrators of cyberbullying from a wide national survey of Italian adolescents. Societies, 15(2), 25. 

  • 4. Kee, D. M. H., & Lee, S. Y. (2022). Cyberbullying on social media under the influence of COVID-19: A systematic review. Journal of Social Media Studies, 2(1), 1–10. 

  • 5. Vogels, E. A. (2022). Teens and cyberbullying 2022. Pew Research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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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0-14 08: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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