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 줄에 담긴 나의 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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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창희]



출처: 데일리팝 (인스타그램)

인스타 스토리를 넘기다 보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자신이 쓴 네이버 블로그 글 관련 링크를 첨부한 화면을 마주한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 보면 자신의 추억부터 경험, 느낌 등 스스로의 이야기에 집중해 기록하고 있다. 필자에게 기록이라는 행동은 그저 정보와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남기는 행위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들은 기록이라는 행동을 앞에서 새로운 심리가 발동되는 것 같았다. 


급증하는 기록 열풍



출처: 네이버 블로그

기록에 대한 인기는 현재 트렌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급상승 중이다. 현재 개설된 네이버 블로그는 총 3500만개, 누적 게시물 수는 30억 개가 넘는다. 특히 작년 기준 1월부터 9월까지 네이버 블로그에 월 1회 이상 글을 쓴 사람의 수는 2020년과 비교해 30%가량 증가할 정도였다. 놀라운 건 이중 MZ세대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주 1회씩, 4주 동안 주간 일기를 쓰면 네이버페이 포인트나 상품을 주는 주간 일기 챌린지를 시작으로 날것의 일상을 담은 사진 수십 장을 올리는 포토 덤프 챌린지를 하며 누적 참여자 66만 명, 참여 글 330만 개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트렌드를 반영한 기업들



출처: 고구마팜 (레포브)

이러한 트렌드 흐름을 파악한 기업들은 기록 전문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레포브는 유저의 일상에 영감을 준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개인 아카이브 공간을 제공했다. 북모리는 독서 달력을 통해 후기를 작성하여 느낌에 대한 기록을 남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 외에도 유령집사의 공부방, 미니모어맥스 등 다양한 기록 관련 플랫폼이 등장하였다. 

결국 사람들은 적당한 수준의 개방성과 폐쇄성을 추구하며 자신에 대해 기록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기록 행동이 인기를 얻고 있을까?


기록 행동의 심리: 자기 이해 욕구



출처: Pixabay

전문가들은 ‘자기 이해 욕구’가 커진 결과라고 설명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세상 자체가 자기 이해가 중요해졌고, 이에 따라 직관적으로 상대를 파악하기보다는 어떤 툴을 바탕으로 타인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자기 이해를 통해 타인과 공감하고 어울리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다만 이 자기 이해 욕구가 커진 배경에는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가 존재한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대사회를 ‘액체 시대’라고 규정하며 질서와 존엄, 안정 등이 해체되고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액체’ 같은 유동적인 상태라고 봤다. 이 시대에서 성인이 되기 위해 젊은 세대들은 어떤 존재가 되고 싶다는 희망에서 출발하기에 자기 이해 욕구가 강해지는 것이다. 

또한 사공정규 동국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자기 정체성에 대한 확신이 불안을 줄여주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자기 이해 욕구는 불안을 다루고 안정감을 찾는 하나의 방식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록 행동은 자신이 보고 느낀 모든 것을 남기면서 자기를 이해하고 정체성을 찾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자기 이해 욕구는 변화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불안을 다루고 안정감을 찾기 위한 솔루션인 것이다. 


건강한 자기 이해를 위한 방법


전문가들은 자기 이해 욕구를 건강하게 해소하기 위해 일상 경험 속에서 객관적인 자세로 본인을 탐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자신을 알아보려는 노력은 긍정적일 수 있지만 과하게 몰입하거나 강박이 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진정으로 자신을 알기 위해 외부에서 정하는 기준에 빗대어 자기를 파악하려고 하기보다는 경험을 통해서 자신 안에 숨겨진 가능성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 안으로만 너무 파고들어 본인들 너무 지나치게 주관화하는 되는 것은 위험하니 스스로 객관화하는 훈련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기록은 길을 찾는 행위다



출처: Pixabay

우리는 모두 흔들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은 더욱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작은 글 한 줄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기록은 단순히 과거를 보관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불확실한 현재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좌표를 찍는 일이고, 흐려지는 자아의 윤곽을 다시 그려 보는 시도다. 우리가 기록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여기 내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건 그 기록이 나를 가두는 틀이 아니라, 나를 발견하는 여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보다는, 하루하루의 경험 속에서 진짜 내 모습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액체처럼 흐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가장 단단한 중심이 될 것이다.

당신이 오늘 남긴 기록의 한 줄이, 내일의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1) 뉴닉. (2024). 젠지들이 인스타 대신 블로그로 몰려가는 이유. 뉴닉.

(https://newneek.co/@gosum_beat/article/14130?utm_source=article&utm_medium=share&utm_content=14130)

2) 고구마팜. (2024). 기록부터 감정 관리까지! Z세대가 적극 추천하는 일상 필수 앱 모음[북모리, 레포브, 미니모어맥스, 무디]. 고구마팜.

(https://buly.kr/5q84DHx)

3) 대학내일20대연구소. (2025). 세대별 관계 데이터와 Z세대의 기록법, 소셜 빅데이터로 본 AI 스마트폰 경쟁. 대학내일20대연구소.

(https://www.20slab.org/Archives/38855)

4) 조현희. (2025). MBTI부터 에겐-테토까지 ‘자가 진단 콘텐츠’에 빠진 한국인들. 영남일보.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50911023264601)

5) 뉴스1. (2025). 남 말고 나 파고들래요 MZ 세대 ‘셀프디깅’ 열풍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50701/1319147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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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0-16 09: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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