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이 조직을 굴러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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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가은A ]



김OO 대리는 매일 아침 탕비실을 정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성과평가에 반영되는 일도 아니지만, 팀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김대리의 이러한 모습은 점차 팀 문화로 확산되어, 직원들 역시 하나둘씩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서로를 돕는 행동을 실천하게 된다. 

 

박OO 사원은 회의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흩어진 의자를 가지런히 놓고, 남겨진 자료를 정리한 뒤에야 회의실을 나온다. 또 신입사원이 낯설어할 때면 먼저 다가가 업무를 설명하며 적응을 돕는다. 작은 배려지만, 이런 행동이 쌓여 팀 전체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그러나 오늘날, 김 대리와 박 사원의 행동은 때로는 이해타산에 맞지 않는 ‘손해 보는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성과에 없는 일은 굳이 할 필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과거에는 미덕으로 칭송 받던 행동이 “오지랖”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조직은 결코 문서에 적힌 과업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나서는 작은 행동, 즉 ‘조직시민행동(OCB: 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이 조직의 신뢰, 응집력,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토대가 된다.

 


조직시민행동(OCB: 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이란?


조직시민행동(OCB)이란 공식적인 업무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조직의 효과성을 높이는 자발적 행동을 의미한다. 비록 성과평가에 직접 기록되지는 않더라도 팀워크와 조직문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다섯 가지 핵심 요소로 구체화된다.



1) 이타적 행동 :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동료나 신입사원을 자발적으로 돕는 등 조직 내에서 타인에게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는 행동

2) 예의 바른 행동 : 개인이나 부서에서 발생할 예정인 사건을 미리 알리거나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여 조직에 도움을 주는 행동

3) 스포츠맨십 : 불평이나 비난 대신 긍정적인 태도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행동

4) 양심적 행동 : 정해진 규칙을 넘어 자발적으로 더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행동. 예를 들어, 일찍 출근하거나 마감을 철저히 지키는 태도

5) 시민의식 : 의무가 아님에도 중요한 회의에 참여하거나, 회사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 제안, 사회공헌 활동 등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행동



조직시민행동이 꼭 필요한가?




“주어진 일만 잘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조직시민행동은 단순히 착한 행동이 아니라, 조직의 핵심 경쟁력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의 데니스 포드사코프(Podsakoff) 교수 연구팀은 27개국에서 진행된 168개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을 통해 OCB의 효과를 검증했다. 총 5만 명이 넘는 개인 자료와 3천여 개 조직 단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조직시민행동은 개인과 조직 모두에 뚜렷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차원에서는 성과평가, 보상, 승진 가능성, 리더의 호감도와 유의미한 연관이 있었다. 다시 말해, 공식적으로 평가에 반영되지 않더라도 결국에는 간접적으로 경력 성공에 기여한다는 뜻이다. 조직 차원에서는 생산성 향상, 효율성 개선, 고객 만족 증대, 이직률 감소, 재무 성과 개선까지 이어졌다. 특히 신뢰와 협업, 응집력 같은 사회적 자본을 강화함으로써 조직의 지속적인 성과를 뒷받침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조직시민행동은 무조건 좋은가?


하지만 모든 조직시민행동이 긍정적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미국 오클라호마대학교의 러셀 볼리노(Russell E. Bolino) 교수 연구팀은 조직시민행동의 ‘어두운 면’을 지적한다. 연구에 따르면, 자발적이지 않고 강요된 조직시민행동은 직원에게 스트레스와 피로를 안기며, 본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수도 있다. 또한 조직시민행동을 많이 하는 직원이 실제 성과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불공정이 발생하거나, 일부는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동’으로 이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과도한 조직시민행동은 개인에게는 번아웃과 워라밸 침해를, 조직에는 신뢰 저하와 문화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결국 조직시민행동은 무조건 장려하기보다, 진정성과 자발성을 기반으로 한 건강한 형태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직이 구성원들에게 신뢰와 존중의 토대를 제공해야 한다. 억지로 요구된 시민행동은 피로와 불공정을 낳지만, 심리적 안전감과 공정한 제도가 보장될 때 구성원들은 기꺼이 자발적으로 나서게 된다. 작은 배려와 협력이 인정받고 공유되는 문화, 공정한 평가와 투명한 소통이 뒷받침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결국 건강한 조직시민행동은 개인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키워낼 수 있는 환경을 조직이 얼마나 세심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강요가 아닌 자발성에서 비롯된 시민행동은 팀의 응집력을 강화하고, 조직문화의 정체성을 만들며, 나아가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과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 출처 > 

양훈모. (2001). 조직시민행동의 구성요소 및 분석방법에 대한 실증적 연구. 대한경영학회지,(28), 195-215.

이민지. (2025). 관리자 코칭행동과 조직시민행동의 관계에서 심리적 안전감의 매개효과 (석사학위논문).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https://dcollection.korea.ac.kr/common/orgView/000000291464

Bolino, M. C., Klotz, A. C., Turnley, W. H., & Harvey, J. (2013). Exploring the dark side of 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34(4), 542–559. https://doi.org/10.1002/job.1847

Podsakoff, N. P., Whiting, S. W., Podsakoff, P. M., & Blume, B. D. (2009). Individual- and organizational-level consequences of 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s: A meta-analysi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4(1), 122–141. https://doi.org/10.1037/a001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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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0-20 08:3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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