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숲을 빠져나오는 길은 긴장으로 가득했다.
청년은 작은 보리 자루를 품에 안고 있었고,
그 옆에는 무기를 든 낯선 사내들이 발걸음을 맞추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경계와 피로로 얼룩져 있었지만,
묘하게도 서로에 대한 이해의 기운도 스며 있었다.
“우린 그저 살고 싶을 뿐이다.”
앞장서 걷던 사내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너희처럼 아이들도 있고,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지.”
청년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안다.
하지만 우리 공동체는 낯선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굶주림이 사람을 더 잔혹하게 만들거든.”
사내들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동행이 단순히 협력이 될지,
새로운 갈등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골짜기에 도착했을 때,
피난민들은 숲 너머에서 나타난 사내들을 보고 경악했다.
“누구야? 왜 적들을 데리고 온 거야?”
“저들은 무장했어! 위험하다!”
사람들의 불안과 분노가 쏟아졌고,
일부는 돌멩이를 움켜쥐기까지 했다.
청년은 급히 앞으로 나섰다.
“이들은 적이 아니다!
우리처럼 가족을 지키려는 사람들이야!”
그러나 굶주림과 공포는 사람들의 이성을 무디게 만들었다.
“믿을 수 없어.
어쩌면 우리 곡식을 빼앗으러 온 걸지도 몰라!”
“문 밖에서 쫓아내야 해!”
낯선 사내들의 눈빛이 점점 굳어졌다.
손은 다시 무기 쪽으로 향했고,
공기는 곧 폭발할 듯 팽팽해졌다.
그때,
천막 안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민호였다.
그는 피투성이 붕대를 두른 채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아이들이 놀라 달려와 그를 붙들었고,
어른들은 숨을 죽였다.
민호는 잠시 청년과 사내들을 바라본 뒤,
힘겹게 말했다.
“이 전쟁에서… 적과 아군을 나누는 건 총이 아니라, 배고픔이다.
만약 그들이 우리와 같은 굶주림을 겪는 사람들이라면… 우리는 싸우는 대신 함께 살아야 한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사람들의 가슴속 깊은 곳을 울렸다.
공동체는 여전히 두려웠지만,
민호의 말은 작은 균열을 만들었다.
누군가는 고개를 숙였고,
누군가는 돌을 내려놓았다.
청년은 민호의 곁에 서서 덧붙였다.
“우리가 불신을 키우면,
결국 굶주림보다 먼저 서로를 죽일 거요.
이제 선택해야 해.
함께 버틸지, 아니면 서로의 목을 겨눌지.”
사람들의 시선이 뒤엉킨 가운데,
불안한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새로운 선택의 가능성이 싹트고 있었다.
작가의 말 :
40화에서는 청년이 낯선 무리를 데리고 돌아오며 생겨난 공동체 내부의 불신과 갈등을 그렸습니다.
굶주림은 여전히 가장 큰 적이지만,
동시에 낯선 자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공동체의 생존을 가를 문제로 떠오릅니다.
민호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공동체 앞에 서서,
다시 한 번 ‘인간다움’의 가치를 일깨웁니다.
다음 화에서는 공동체가 낯선 무리를 받아들일지,
혹은 새로운 분열의 씨앗이 될지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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