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전쟁》 4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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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이어진 고요 속에서, 

공동체는 조금씩 평화를 되찾고 있었다.

아이들은 다시 웃기 시작했고, 

어른들은 무너진 천막 대신 나무와 흙으로 임시 거처를 세웠다.

밤이면 모닥불 주변에서 이야기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민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이 있었다.

그는 매일 새벽, 편지를 품고 언덕에 올라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하늘 어딘가에 윤희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믿음.

그날 아침, 청년이 그를 찾아왔다.


“민호님, 내일 장정 몇 명이 남쪽 마을로 식량을 구하러 갑니다.

그곳은 아직 전쟁의 흔적이 덜하다더군요.”


민호는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그 남쪽 마을… 이름이 뭐라 했지?”

“해온리요.”


그 이름에 민호의 눈빛이 흔들렸다.


“해온리라면… 윤희가 피난 갔을 가능성이 있는 곳이네.”


청년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정말입니까? 그럼…”


민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그 길을 가야겠어.”


공동체 사람들은 민호의 결심을 듣고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의 침착함과 경험은 모두에게 버팀목이 되어왔다.

노파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민호야, 너 없이 우리가 버틸 수 있을까?”


민호는 부드럽게 웃었다.


“이젠 당신들이 날 대신 지켜야죠.

난 단 한 사람을 찾아 떠나지만, 

여러분은 서로를 지켜야 하오.”


청년은 그의 앞에 섰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아니다.”


민호는 단호하게 말했다.


“넌 이 사람들과 함께 남아야 한다.

이곳을 지키는 게 네 몫이다.”


청년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결국,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약속해 주세요.

그분을 찾으면… 꼭 돌아오겠다고.”


민호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 반드시 돌아오마.

이 땅에 이름 없는 전쟁이 끝나는 날, 다시 만나자.”


해가 지고, 민호는 천막 안에서 마지막으로 편지를 꺼내 보았다.

그의 손끝이 종이 위를 천천히 스쳤다.


“민호야, 이 전쟁이 끝나면 다시 봄을 맞이하자.”


그 문장이 이제는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나아가야 할 길의 불빛이 되어 있었다.

밖에서는 청년과 사람들이 작별의 불을 피우고 있었다.

민호는 마지막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붉은 노을 속에서, 윤희의 미소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작가의 말 :

48화는 ‘떠남의 결심’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민호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전쟁의 잔해를 벗어나기로 하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생존자’가 아니라, 

‘삶을 찾아가는 사람’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청년은 그의 뒤를 지켜보며, 

‘남아 있는 자의 싸움’을 이어가기로 다짐합니다.

다음 화에서는 민호의 여정이 시작되고, 

폐허 속에서 또 다른 생존자들과의 운명적 만남이 그려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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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0-28 09: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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