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정경미 교수 "용기를 내어 도움을 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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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정경미 교수 "용기를 내어 도움을 구하세요" - 임상심리 전문 인력에 대한 직업 인식 제고 - 정신건강 치료의 사각지대…심리사 법제화 논의
  • 기사등록 2025-11-28 08:45:34
  • 기사수정 2026-01-14 17: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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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수빈 ]


출처 : 정경미 교수 제공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며, 때론 우울과 불안 등 심리적 어려움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은 시간과 함께 사라지기도 하지만, 때론 더 심각한 정서 문제로 발전하기도 한다. 신체적 질병과 마찬가지로 정신 장애도 조기 발견과 치료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는 국민의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이 늦고 전문 서비스 이용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2024년부터 시작된 전국민 마음투자사업은 심리 전문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에 대한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서울특별시 시민건강국 정신건강과(2025)에 따르면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만족도 조사·모니터링 자료에서 만족도 조사에 참여한 3,981명 중 92%가 마음 건강이 회복되었다고 응답했다. 또한 내년 사업에도 참여하겠다는 의향은 94%로 이용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또한 사전평가에서 우울 또는 불안 척도에서 중증도 이상이었던 이용자 중 약 61%가 사후평가에서 경도 이하로 회복되었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는 이 사업의 대상을 사업 초기 26만 명에서 10만 7,000명으로 낮추고 내년도 예산은 올해 본예산 대비 31%가 감액될 가능성을 밝혔다 (신도경, 2025). 이 자료는 사업 참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전문가 도움과 같은 적극적인 해결 방안이 정서적 회복을 촉진하는 데 효율적임을 시사한다. 

 

본 인터뷰는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심리학과 정경미 교수와의 대화를 통해, 임상심리 분야의 직업적 역할을 조명하고 사회적 인식과 향후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Q.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건강임상심리사는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인 역할과 활동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2개의 임상심리관련 자격증은 정신건강임상심리사와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임상심리전문가는 한국심리학회 산하 임상심리학회가 부여하는 학회 자격이고, 정신건강임상심리사는 보건복지부가 부여하는 국가자격으로 정신건강전문요원 범주(간호, 사회복지, 임상심리, 작업치료) 안에 포함됩니다. 현장에서 수행하는 일은 상당 부분 겹치지만, 법적 권한과 제도적 역할, 행정 체계상 위치는 서로 다릅니다.

 

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는 과학적 평가로 문제를 정확히 규정하고, 근거 기반 개입으로 변화를 촉진하며, 팀과 제도 속에서 서비스를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운영하도록 행정·자문·수퍼비전을 수행하는 전문가입니다. 전통적으로는 병원 세팅에서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과 협업하며, 외래·입원 환자에 대한 평가와 개입을 수행합니다. 개인 개원에서는 특정 연령대나 문제 영역(불안·우울, 아동·청소년, 신경 발달, 신경심리, 부부·가족 등)에 전문화를 두고 평가 및 개입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최근에는 기업 내 정신건강관리센터나 연구소에서 근로자 지원, 위험 선별, 프로그램 개발·평가를 담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법원·가정법원 등 사법 영역에서도 이혼·양육권, 피해·가해자 평가, 전문가 증언 등 법정용 심리평가와 의견서 작성 수요가 서서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무의 중심에는 과학적 근거하에 ‘정확한 평가’와 ‘효과적인 개입’이라는 두 가지 핵심이 놓여 있습니다.”

  

Q. 국내에서는 임상심리전문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높은 학문적 전문성을 요구하지만, 낮은 처우와 사회적인 인식이 미비하여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의 격차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직업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국내에서 임상심리전문가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정신건강 관련 자격증의 난무로, 대중들이 각 자격증을 변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정신건강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거나 자격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한 법적 틀이 미비하다 보니, 여러 직역이 중복되거나 혼재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서비스의 질은 들쭉날쭉하고, 전문성과 책임의 기준이 모호해지면서 임상심리전문가의 역할이 뚜렷하게 자리 잡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심리서비스에 대한 법제화가 시급합니다. 지금 진행 중인 한국심리학회와 한국상담협회 공동으로 상정한 법안이 바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신건강 서비스를 누가, 어떤 자격과 기준을 갖춘 사람이 제공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규정해 주는 법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고 직역 간의 역할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법을 만드는 과정은 정치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정치권과 보건복지부, 그리고 다른 직역과의 협업이 매우 필요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전문가 자신의 사회적 참여와 홍보 노력도 필요합니다. 의료 분야에서 의사라는 직업이 기본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전문성 때문만이 아니라, 제도적 기반과 사회적 인식이 함께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임상심리전문가 역시 이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도 구축해야 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에게 역할과 전문성을 알리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이태원 참사나 전세사기 피해 사건 등 사회적 트라우마 상황에서 임상심리전문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전문성을 발휘했고, 임상심리전문가의 입지가 보다 분명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지속적인 사회참여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에게 자연스럽게 ‘이런 일을 하는 전문가가 필요하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변화는 몇몇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법제화나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한국심리학회와 한국 임상심리학회 및 한국상담심리학회 차원의 조직적 움직임이 필요하고, 동시에 개별 임상심리전문가들도 자신이 속한 영역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는 활동, 예를 들어 대중 강연, 미디어 출연, 온라인 콘텐츠 제작 등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사회적 인식 제고는 제도적 기반, 집단적 연대, 개인적 실천이 함께 맞물릴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Q. 정신 질환의 예방 및 치료의 보편적 접근이 사회 전체의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개인의 심리적인 역량을 강화하고 제도적 전환점을 위해 필요한 변화와 지원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예방 중심의 전환’에 그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정신건강 문제가 심화한 이후에 개입하는, 이른바 ‘3차 지원’ 중심의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즉, 이미 질환이 발병했거나 기능 저하가 뚜렷한 사람을 대상으로 치료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방식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무엇보다 고통을 겪는 당사자로서도 회복이 쉽지 않습니다. 정신건강의 유병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사후적 개입만으로는 대응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개인이 정신적으로 ‘나빠지기 전에’, 즉 증상이 본격화하기 전에 조기 예방과 초기 개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시스템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나 직장, 지역사회 수준에서 일상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교육과 인식 개선 활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단순히 병이 생긴 뒤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힘들어지기 시작할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가 필요합니다. 초기 불안이나 우울, 스트레스 반응 같은 경미한 단계에서부터 개입할 수 있어야 질병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조기 개입 체계를 구축하려면 전문 인력의 확충이 필수적이나, 현실적으로 인력과 예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조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예방 및 개입 체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디지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디지털 치료제나 정신건강 관리 앱, 온라인 상담 프로그램 등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를 체계적으로 인증하고, 공공 영역에서 표준화된 디지털 프로그램을 배포한다면 비용은 줄이면서도 훨씬 많은 사람에게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이원적 서비스 체계(stepped-care model)’를 도입해, 경증 단계에서는 디지털 프로그램이나 간단한 상담을 이용하고 증상이 심화한 경우, 전문가의 대면 치료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인력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조기 개입을 가능하게 합니다.

 

결국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치료 서비스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예방적 접근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족한 인력과 재원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디지털 도구의 적극적 사용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을 ‘치료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의 기본조건’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야말로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Q. 해외 많은 국가에서는 심리 전문가 자격증이 법제화가 되어있고, 이 제도의 윤리적·전문적 실행을 위해 부가적인 지원 체제가 잘 수립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심리서비스 관련 법이 부재합니다. 최근 발의된 '심리사법'의 사회적 필요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현재 국내 심리서비스 환경은 제도적 기반이 매우 미흡한 상태입니다. 그 결과, 다양한 단체와 개인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격증을 만들어 심리상담이나 심리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서비스의 질적 편차가 크고 소비자로서는 어떤 전문가를 신뢰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는 심리서비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진정한 의미의 정신건강 복지를 실현하는 데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심리사법의 제정입니다. 해외의 경우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심리사가 국가 면허 혹은 주정부 면허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심리사가 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대학원 교육, 임상 수련, 국가시험을 거쳐야 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윤리교육과 수퍼비전을 받아야 면허가 유지됩니다. 즉, 전문적 자격과 윤리적 기준이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서비스의 품질이 보장되고, 국민은 신뢰할 수 있는 심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심리사법을 통해 이러한 전문성의 기준을 제도적으로 확립해야 할 시점입니다. 심리사법은 단순히 관련 전문가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국민이 안전하고 검증된 심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공공의 장치입니다. 현재 한국심리학회 산하 임상심리학회가 운영하고 있는 교육과 수련 체계는 국제적인 기준과 비교해도 매우 체계적이고 전문적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학문적, 실무적 표준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그 기준을 충족한 사람만이 심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국 심리사법은 양질의 심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장치이자, 전문가의 자격과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법적 토대입니다. 이를 통해 심리서비스 시장의 난립을 방지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 체계를 확립하며, 궁극적으로는 정신건강 서비스의 공공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다만 법 제정 과정에서는 여러 직역 간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변수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그런데도, 이 법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하며, 학계와 현장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내면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무엇보다 ‘용기를 내어 도움을 구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마음이 힘들 때가 있는데, 그 어려움을 혼자 감당하려고 하다 보면 점점 더 힘든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소한 불안이나 슬픔으로 시작되더라도, 그것을 묵혀두면 점점 커지고 복잡해져서 나중에는 해결이 훨씬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어려움을 초기에 인식하고 작은 도움이라도 받는다면 훨씬 수월하게 회복할 수 있습니다.

 

만약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불편함이라면 혼자 해결을 시도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불편함이 더 증가하고 일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이럴 때는 반드시 용기를 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울 수 있지만, 실제로 전문가들은 생각보다 훨씬 따뜻하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심리상담이나 치료는 결코 ‘특별한 사람들만 받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어려움을 건강하게 다루기 위한 매우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정신건강 전문가를 찾는 비율은 약 11~12% 정도에 불과하며, 전문가에게 처음 도움받기까지 평균 84주 즉, 거의 1년 반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는 이미 어려움이 더 큰 문제로 번진 뒤에야 도움을 요청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되면 회복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고통이 따르게 됩니다. 그러니 ‘지금이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걱정하지 말고, 힘듦을 느끼는 순간 바로 도움을 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여러분이 느끼는 괴로움은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고, 그중 많은 이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다시 삶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내면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 그것을 숨기거나 참으려 하지 말고 밖으로 꺼내어 말해보세요. 그 한 걸음이 회복의 시작이고, 그 용기가 결국 당신을 더 건강한 삶으로 이끌 것입니다.”

 

*참고문헌

1) 정경미, & 이승아. (2023). 한국심리학회의 심리사법: 국민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과학적인 선택. 한국심리학회지: 일반, 42(3), 205–210.

2) 김잔디. (2025). 마음투자 지원사업 1년간 10만명 참여…일반인 65% “이용 의향”. 연합뉴스.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5582664?sid=102

3) 신도경. (2025). 국민 60% '전국민 마음투자' 참여 긍정적…정부는 사업 축소 '엇박자'. 뉴스핌.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50902000755

4) 차민주. (2023). [단독] 자살사망자 정신건강복지센터·자살예방센터 이용률 2%도 안 돼. 국민일보.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638719?sid=102

5) 시민건강국 정신건강과. (2025년 10월 27일). 마음건강 회복했어요 92%…공공심리서비스 1년의 변화 [보도자료].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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