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예린
[한국심리학신문=채예린 ]
지난 기사에서는 "핑크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를 제목으로 "핑크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하였을 때, 생각하지 않으려 애써도 자기도 모르게 계속 핑크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는 '핑크 코끼리 역설'과 같이 의도적으로 부정적 감정과 생각을 회피하고 억압하려 할수록 해당 생각에 더 자주, 강렬하게 사로잡히게 되는 현상에 대한 2가지 대처법을 배웠다.
억압은 겉으로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아서 괜찮아 보일 수 있지만, 상황을 재평가하는 것보다 더 큰 몸의 긴장과 생리적 부담을 만들었다. 또한 지속적 자기 감시로 인해 주의집중해야할 대상에 쏟는 인지자원을 사용하게 되어 기억 성과를 저하하기도 하였고 대화하는 상대방의 혈압상승을 유도하는 등의 대화에도 문제를 야기한다. 이처럼 감정을 억압하며 무작정 참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 자체를 재평가 즉, 다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는 구체적으로 처리할수록 침투적 기억의 정도와 정서적 반응을 낮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기사에는 그 다음 3번째 대처법으로 마음챙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3. 마음챙김: 감정을 없애려 하지 말고, 함께 있어주기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는 연습이 주는 놀라운 변화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상담센터 자·우리(cnscounsel.snu.ac.kr)
우리는 불안하거나 긴장이 될 때 본능적으로 그 감정을 없애려 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감정을 밀어낼수록 더 커진다. 심리학은 여기에 다른 길을 제시한다. 바로 마음챙김이다.
마음챙김은 감정을 통제하거나 억누르는 기술이 아니다. 그저 지금 일어나는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다. Kabat-Zinn(1990)은 이를 “현재 순간을 판단하지 않고 주의 깊게 인식하는 것이자 감정과 거리를 두고 관계를 바꾸는 연습”이라고 정의했다. 즉, 감정을 바꾸는 게 아니라, 감정과의 관계를 바꾸는 연습이다.
1) “판단하지 않고 알아차린다”는 건 무슨 뜻일까? - 마음챙김의 핵심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주의 — 자동으로 흘러가는 생각을 잠시 멈추고 지금 일어나는 일로 주의를 돌린다. 우리는 하루 대부분을 ‘자동 조종(auto-pilot)’ 상태로 산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머릿속은 과거 실수, 내일 일정, 누군가의 말에 매달려 있다. 마음챙김의 첫걸음은 이런 자동 흐름을 잠시 멈추고, 지금 벌어지는 감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부 중 갑자기 “나 이번 시험 망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올라올 때, 그 생각을 붙잡는 대신, 의자에 닿은 허벅지의 감촉, 손끝의 펜 무게, 호흡이 들어오고 나가는 리듬에 주의를 돌린다. 단 10초라도 좋다. 그 짧은 순간이 바로 “주의 훈련”이다. 이것이 바로 ‘Automatic mode → Awareness mode’ 로의 전환이다. 즉, 무의식적 반응에서 의식적 인식으로 바꾸는 연습이다.
둘째, 태도 — “이건 나쁘다”, “이건 없어져야 한다”는 평가를 내려놓는 태도다. 마음챙김에서는 이런 태도를 비판단(non-judging)이라 부른다. Kabat-Zinn이 제시한 아홉 가지 태도 중 특히 중요한 것은 비판단, 수용, 내려놓기, 인내, 신뢰, 감사다. 이 태도들은 감정을 피하지 않되, 휩쓸리지 않게 돕는다.예를 들어,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하지? 불안한 건 나를 망쳐.. 나쁜 거야.”라는 생각이 들면 마음챙김은 이렇게 말한다. “불안이 있구나. 그 자체로 괜찮다.” 불안은 적이 아니라 내 마음의 신호다. 이렇게 태도를 바꾸면 감정의 강도는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자신을 비난하는 대신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비판단은 ‘무감각’이 아니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되 평가하지 않는 태도다. 이 태도가 쌓이면, 마음은 점점 덜 요동친다.
셋째, 의도 — 왜 이 연습을 하는지, 그 목적을 의식적으로 떠올리는 것이다. 이때의 의도는 “무엇을 성취하겠다”는 목표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지금 이 마음챙김을 왜 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자각하는 힘이다.(Kabat-Zinn, 1990) 우리의 마음은 쉽게 ‘자동 모드’로 흘러간다. 마음챙김을 하더라도 “빨리 집중해야지”, “이 생각을 없애야지” 같은 성과 중심의 마음으로 빠지기 쉽다. 그러나 마음챙김이 말하는 의도는 그런 “목표”가 아니라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왜 바라보려 하는가”, “이 연습을 통해 무엇을 배우려 하는가”를 인식하는 존재 중심의 마음(BEING mode)이다. 즉, 의도는 행동을 이끄는 방향과 에너지의 근원이다.
이 세 가지는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간단한 말로 바꾸면 “지금 여기에, 판단 없이, 이유를 알고 머무는 것”이다.
2) 감정을 없애려는 것을 멈출 때 생기는 변화에 대해 생각해보자. “불안이 없어져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은 불안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아직 불안한가?’ ‘조금 나아졌나?’ 이런 감시가 오히려 불안을 유지시킨다. 하지만 마음챙김은 그 반대 방향이다. 아, 지금 불안이 있구나.” 그저 이렇게 알아차릴 뿐이다. 이 간단한 인식이 놀랍게도 감정의 강도를 낮추고, “불안 = 나 자신”이라는 동일시를 끊어준다. 감정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지나가는 것이 된다.
연구에서도 이런 변화는 분명하게 나타난다. Keng 등(2011)의 연구 종합에 따르면, 마음챙김은 감정적 사건에 반복적으로 매달리는 경향인 반추를 줄이고, 감정을 더 유연하게 조절하도록 돕는다. 즉, 감정을 없애려는 대신 그 자리에 두고 바라보는 것이 오히려 더 건강한 조절 전략이 된다는 것이다.
3) Arch & Craske (2006)의 연구를 통해 호흡에 집중한 것의 효과를 보고자 한다. 참가자들은 세 집단으로 나뉘었다. ① 호흡 집중 그룹, ② 걱정 유도 그룹, ③ 무집중 그룹. 그리고 모두 같은 부정적 사진을 보았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호흡에 집중한 사람들은 중립적인 사진을 더 긍정적으로 해석했고, 감정이 요동치는 정도가 가장 낮았다. 또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마주할 때 기꺼이 다시 보려는 의지도 컸다. 이건 단순히 “명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잠시 호흡에 주의를 둔 것만으로도, 감정에 덜 휘말리는 심리적 거리가 생긴다는 뜻이다.
4) 일상 속 마음챙김: 마음챙김은 하루 세 번, 3분이면 충분하다. 복잡한 명상 도구가 필요 없다.
첫째, 주의를 되돌리기: 지금 몸의 감각 하나를 고른다. 발바닥, 호흡, 손끝 중 아무거나 상관없다.
둘째, 떠오르면 이름 붙이기: 생각이 들면 “생각”, 감정이 올라오면 “감정”, 몸이 찌릿하면 “감각”. 분석이나 비판 없이 짧게 이름 붙이고 다시 돌아온다.
셋째, 자기친절로 마무리: 마지막 30초, 속으로 이렇게 말해본다. “지금의 감정은 괜찮다. 나는 배우는 중이다.”
이 간단한 루틴만으로도, 감정은 억눌리지 않고 내 마음 안에서 흘러갈 공간을 얻게 된다. 감정을 지우지 않아도, 우리는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출처>
Arch, J. J., & Craske, M. G. (2006). Mechanisms of mindfulness: Emotion regulation following a focused breathing induction. Behaviour Research and Therapy, 44(12), 1849–1858. https://doi.org/10.1016/j.brat.2005.12.007
Kabat-Zinn, J. (1990). Full catastrophe living: Using the wisdom of your body and mind to face stress, pain, and illness. New York, NY: Delacorte Press.
Keng, S.-L., Smoski, M. J., & Robins, C. J. (2011). Effects of mindfulness on psychological health: A review of empirical studies. Clinical Psychology Review, 31(6), 1041–1056. https://doi.org/10.1016/j.cpr.2011.04.006
Segal, Z. V., Williams, J. M. G., & Teasdale, J. D. (2002). 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for depression: A new approach to preventing relapse. New York, NY: Guilford Press.
이미지 출처: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상담센터 자·우리. (n.d.). Mind Full, or Mindful? Retrieved from https://cnscounsel.snu.ac.kr/board/share?md=v&bbsidx=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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