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한국심리학신문=이창희]
Gemini 생성 이미
면접 일주일 전부터 필자는 옷장 앞에서 깊은 한숨을 내쉰다. 회사 공고에 적힌 면접 복장 자유라는 단어가 야속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검색창에는 이미 복장 추천, 선택 방법 등 자율 복장에 관련된 다양한 검색 기록이 쌓여 있다.
링커리어와 잡코리아 같은 취업 커뮤니티에는 자율 복장을 입는 방법에 대한 수많은 질문글들과 꿀팁 공유글이 올라온다. 블랙키위의 키워드 분석에 따르면 면접 자율 복장과 관련된 블로그 발행량만 해도 누적 만 건 이상을 웃돈다. 이것이 단순히 몇몇 사람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증거다.
글 중에서는 정장을 입으라는 명확한 지시가 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지원자가 있을 정도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진다. 지원자들은 자율 복장이 뭘 입어도 괜찮다는 의미보다는 센스와 적절함을 모두 보겠다는 숨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학생 커뮤니티에 에브리타임 게시물에 한 취준생의 질문이 이 불안을 정확히 표현한다. "면접 공지에 '복장 자율'이라고 되어 있는데, 정말 편하게 입어도 되는 건가요?"
옷장이 클수록 고민도 커진다
미국의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는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우리가 더 많은 자유를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심리적으로 더 많은 스트레스와 후회 가능성에 시달리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어 그는 현대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선택의 폭이 증가한 것이 오히려 심리적 부담과 불행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콜롬비아 대학의 시나 아이엔가 교수와 스탠퍼드 대학의 마크 레퍼 교수가 2000년 발표한 잼 실험이다. 이들은 슈퍼마켓에 24종류와 6종류의 잼을 각각 진열해 고객의 선택 행동을 관찰했다. 24종류를 진열했을 때는 60%의 고객이 시식했지만 실제 구매율은 3%에 불과했다. 반면 6종류만 진열했을 때는 시식 고객이 40%로 줄었지만 구매율은 30%로 무려 10배나 급상승했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실제로 결정하는 비율은 오히려 떨어지는 선택 과부하 효과가 명확히 드러난 것이다.
우리의 면접 옷장 앞 상황에 대입해 보면, 정장 한 벌이 답이었던 시절에는 고민이 단순했다. 하지만 자율 복장이라는 말과 함께 옷장 전체가 후보가 되는 순간, 우리의 뇌는 과부하에 걸린다. 따라서 셔츠부터 가디건, 코트까지 끝없는 비교와 선택에 대한 후회 같은 불안함이 머릿속을 맴도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의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자아 고갈 이론을 통해 자제력과 의지력이 제한된 심리적 자원이라는 것을 밝혔다. 한 번 자기 통제력을 사용하면 해당 자원이 소진되어 이후의 결정이나 자제력이 약화된다는 의미이다.
그의 대표적인 실험을 보자.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는 초콜릿 쿠키를, 다른 그룹에게는 무만 먹도록 했다. 유혹적인 쿠키 앞에서 자제력을 발휘해 무만 먹었던 그룹은 이후 주어진 퍼즐 과제에서 훨씬 빨리 포기했다. 자제력을 사용한 것 자체가 정신적 에너지를 고갈시켰기 때문이다.
전날 밤 옷을 고르는 데 쓴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는 정작 중요한 면접 당일,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까?” 를 고민하는 데 쓸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면접 당일 아침, "잘못 입은 건 아닐까?" 라는 불안감에 집중력이 흐트러진 채로 면접장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옷장 앞 전쟁에서 이기는 법
Gemini 생성 이미지심리학 이론들은 구조 안에서의 선택이야말로 진짜 자유를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물론 기업들이 자유 복장이라는 모호한 표현 대신 비즈니스 캐주얼, 정장, 미니멀룩 등 조금이라도 구체적인 한 줄을 제공해준다면 가장 좋지만 그런 가이드가 없다고 해서 우리가 무기력하게 고민만 할 필요는 없다.
우리 취준생들도 충분히 자신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먼저 미리 A, B, C 세 가지 옵션을 정해두고 면접 하루 전에만 최종 선택하는 전략을 사용해 보자. 이렇게 하면 선택의 범위를 좁혀 결정 피로를 줄일 수 있다. 또한 회사의 SNS 계정이나 공식 블로그를 살펴보면 현직자들의 일상 복장을 엿볼 수 있고, 링커리어나 잡코리아 같은 취업 커뮤니티에서 해당 기업 면접 후기를 검색하면 실제 면접 복장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블라인드나 잡플래닛 같은 현직자 리뷰 사이트에서도 기업 문화와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으니 적극 활용해 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의 명확한 기준을 세워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매번 처음부터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기에 훨씬 덜 피곤하다. 복장을 미리 결정해두고, 정작 중요한 면접 답변 준비와 자기소개 연습에 소중한 정신적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면접을 위해 옷장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는 당신은 준비성과 성실함의 다른 이름이며, 그 회사와 기회를 진지하게 대하고 있다는 증거다. 배리 슈워츠와 로이 바우마이스터 같은 심리학자들이 증명했듯이, 선택지가 많을수록 우리가 더 힘들어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조금 더 너그럽게 대해주고 당신이 느끼는 불안은 당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 공유하는 인간 심리의 자연스러운 결과임을 이해하면 된다.
그 고민 끝에 선택한 옷은 분명 괜찮을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Goodreads. (2021), Barry Schwartz (Author of the paradox of choice) Quotes.
2) Bernstein, E. (2014), How You Make Decisions Says a Lot About How Happy You Are. Wall Street Journal.
3) Sunstein, & Ullmann-Margalit, E. (1998). Second-order decisions. SSRN Electronic Journal.
4) Schwartz, B., & Ward, A. (2012). Doing better but feeling worse: The paradox of choice. Positive Psychology in Practice, 86-104.
5) Malia Mendez. (2020). Choice paralysis and the fear of growing up. The Stanford daily.
(https://stanforddaily.com/2020/02/03/choice-paralysis-and-the-fear-of-growing-up/)
6) Shelly T. 2025. What is ego depletion?. Still Mind Florida.
(https://stillmindflorida.com/mental-health/ego-deple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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