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은
[한국심리학신문=전성은 ]

“40대인데, 마음은 여전히 스무 살 같아요.”
최근 사회에서는 이런 40대가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영포티(Young + Forty)’라 불리는 이들이다. 겉보기에는 중년이지만, 마음과 라이프스타일은 여전히 젊음을 지향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나 허영일까, 아니면 심리학적으로 더 깊은 의미가 있을까?
나이와 마음의 괴리, ‘심리적 젊음’의 등장
심리학에서는 나이를 단순히 생물학적 나이로만 정의하지 않는다. ‘주관적 나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자신이 실제 나이보다 더 젊거나 늙었다고 느끼는 심리적 경험을 말한다. Krause(2006)의 연구에 따르면, 스스로 젊다고 느낄수록 삶의 만족도와 자기효능감이 높게 나타났다. 영포티는 바로 이 ‘심리적 젊음’을 극대화한 세대라 볼 수 있다.
SNS와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영포티의 모습도 흥미롭다. 40대임에도 불구하고 패션, 운동, 취미, 여행 등에서 20~30대와 다르지 않은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사회적 비교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들은 또래나 사회적 기준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동기를 얻고, 영포티는 이러한 비교 속에서 젊음을 유지하려는 행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하게 된다.
중년, 자기정체성 탐색의 시기
왜 40대가 굳이 젊음을 유지하려 할까?
이는 심리학적으로 ‘중년의 자기 정체성 탐색’과 깊은 관련이 있다. 에릭슨의 발달단계 이론에서 중년기는 ‘생산성 대 침체’의 시기다. 자신의 성취와 영향력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려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침체감을 경험하게 된다.
영포티 현상은 이러한 침체감을 회피하려는 심리적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젊음과 활력을 유지함으로써 자신을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로 인식하려는 것이다. 즉, 단순히 외적 활동으로 스트레스와 불안을 달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행동 자체가 내적 정체성을 강화하고 중년기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긍정적 정서와 삶의 만족
긍정 심리학 관점에서 ‘영포티 활동’은 Broaden-and-Build Theory와 연결된다. 즉, 새로운 취미, 운동, 여행, 자기 계발 등은 긍정적 정서를 확대하며, 장기적으로 삶의 자원과 웰빙을 쌓는 데 기여한다. 단순히 외모를 꾸미는 행위가 아니라, 심리적 건강과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전략인 셈이다.
또한, “Subjective Age and Its Relationships With Physical, Mental, and Cognitive Functioning” 연구에 따르면 스스로를 젊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은 우울과 불안 수준이 낮은 경향을 보이며, 사회적 활동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주관적 나이가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적 시선과 내적 갈등
하지만, 영포티의 삶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부 사회적 시선에서는 ‘허영’이나 ‘현실 도피’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The Reciprocal Relationship between Depression and Physical Morbidity: The Role of Subjective Age” 연구에서도, 주관적 나이와 사회적 역할 간의 불일치는 내적 갈등과 스트레스, 불안을 증가시킬 수 있음이 보고됐다. 마음은 젊지만, 가족·직장·사회적 책임이 중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긴장과 부담을 동시에 경험한다.
또한, 동료·상사·친구들이 요구하는 전통적 중년 역할과 자신이 추구하는 젊은 라이프스타일 간의 괴리는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역할 갈등’으로 정의하며, 장기적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세대 간 공감과 심리적 안전망
흥미로운 점은 영포티가 단순히 자기중심적 세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젊은 세대와의 공감을 위해 노력하며, 새로운 경험을 통해 사회적 연결망을 넓혀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맥락에서 젊음을 유지하는 행동은 단순한 자기 실현을 넘어, 사회적 유대와 정서적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주관적 나이를 젊게 유지하는 것은 개인의 정신적 건강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도 이로운 효과를 가져온다. 즉, 영포티 현상은 자기 실현과 사회적 연결망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루어내는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영포티, 허영인가 자기 실현인가?
영포티 현상은 단순히 허영이나 자기 과시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이는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고, 삶의 의미를 탐색하며, 긍정적 정서를 확보하려는 심리적 목표와 연결된다. 특히 중요한 점은, 나이에 상관없이 각자가 ‘원하는 삶의 방식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자기 주도적 삶을 추구하는 방식이자, 심리적 건강을 지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영포티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정의하고 꾸려갈 것인지에 대한 심리적 선택이다. 그렇기에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하다. 누군가는 젊음을 향한 집착으로 평가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삶의 활력과 자기 실현의 표현으로 이해한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영포티가 되는 것은 나이보다 마음이 먼저 늙지 않도록 하는 ‘심리적 결정’이자, 한 편의 사회적 실험과도 같다.
출처
1) Rubin, A. M., & Westerhof, G. J. (2009). Subjective health and memory self‑efficacy as mediators in the relation between subjective age and life satisfaction. PubMed.
2) Westerhof, G. J., & Bohlmeijer, E. T. (2014). Psychosocial well‑being in the second half of life: The role of subjective a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3) Erikson, E. H. (1950). Childhood and Society. New York: W. W. Norton & Company.
4) Fredrickson, B. L. (2001). The role of positive emotions in positive psychology: The broaden-and-build theory of positive emotions. American Psychologist, 56(3), 218–226.
5) Subjective Age and Its Relationships With Physical, Mental, and Cognitive Functioning: A Cross-Sectional Study of 1,004 Community-Dwelling Adults Across the Lifespan.
6) Segel‑Karpas, D., Palgi, Y., & Shrira, A. (2017). The Reciprocal Relationship between Depression and Physical Morbidity: The Role of Subjective 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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