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서
[한국심리학신문=이영서 ]

"선생님, 손 들 사람?"
지난 가을, 전국의 중학교 교실에서 이 질문에 응답하는 학생은 없었다. 30명이 앉아 있지만, 단 한 명도 손을 들지 않는다. 이것은 한두 학교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는 현상이다.
교사들은 당혹스러워한다. "요즘 아이들은 왜 이렇게 소극적일까?"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소극적인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통계는 더 심각한 진실을 말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집계에 따르면, 불안장애로 진료받은 10대 환자는 2020년 2만 5,192명에서 2024년 4만 1,611명으로 증가했다. 4년 만에 65.2%가 늘어난 것이다. 2021년 3만 2,008명, 2022년 3만 7,401명, 2023년 3만 8,283명으로 매년 꾸준히 상승했다.
10세 미만 아동도 예외가 아니다. 같은 기간 불안장애 환자가 2,311명에서 4,336명으로 87.6% 급증했다.
이제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세대 전체가 겪는 구조적 위기가 되었다.
서울시가 실시한 양육자 정신건강 조사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0~9세 자녀를 둔 양육자 중 우울을 경험한 비율이 25.4%에 달했다. 4명 중 1명 이상이다. 불안 17.6%, 불면증 20.0%, 자살 생각 10.3%도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더 심각한 것은 부모의 정신건강 문제가 자녀에게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우울과 불안은 양육 방식을 변화시키고, 이는 자녀의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아동기에 받았던 압박과 스트레스가 다시 그들의 자녀에게 반복되는 세대 간 전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있다. 같은 교사가 같은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했지만, 학급 규모에 따라 학생들의 반응이 완전히 달랐다.
15명 규모 학급에서는 거의 모든 학생이 손을 들고 적극적으로 발표했다. 반면 30명 규모 학급에서는 손을 드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 같은 학생, 같은 내용인데 환경만 바뀌자 행동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손을 들지 못하는 것은 학생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가 만들어낸 불안의 문제라는 것이다. 30명 앞에서 발표한다는 것은 사회불안장애의 전형적인 공포 상황이다.
사회불안장애의 임상 기준을 보면 교실 상황이 더욱 명확해진다. 수업 발표를 거부하거나, 발표 전 과도하게 준비하고 걱정하며, 모든 유사한 상황에서 이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즉, 교실에서 손을 들지 않는 것은 단순한 조용한 성격이 아니라 임상 수준의 불안 증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소심하다", "내성적이다"라고 치부했던 행동이 사실은 치료가 필요한 정신건강 문제의 신호였던 것이다.
초등학생의 우울과 불안감은 최근 3년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주요 원인 중 하나는 SNS를 통한 끝없는 타인과의 비교다. 학생들은 SNS에서 보는 또래들의 "선택되고 편집된 완벽한 삶"과 자신을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2023년 디지털 교육백서 분석에 따르면, 수업 중 SNS나 앱 알림을 켜둔 학생은 수학 성취도가 27점 하락했다. OECD 평균 17점보다 훨씬 큰 낙폭이다. 이는 단순한 집중력 문제를 넘어 학습 기초 능력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디지털 기기 과다 사용으로 한 문단의 글을 읽고도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한 가지 과제에 몰입하지 못하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 깊이 있는 사고 능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청소년 정신건강의 현주소는 여러 통계를 통해 드러난다. 2021년 이래 극단 선택을 한 초·중·고교 학생은 221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최근 1년간 우울감을 경험한 중·고등학생은 27.3%에 달하며, 평생 정신장애를 경험한 소아·청소년은 16.1%였다.
더욱 우려스러운 변화는 학교 중단 사유에서 나타난다. 심리·정신적 문제로 학교를 그만두는 비율이 2018년 17.8%에서 2023년 31.4%로 5년 만에 거의 2배 증가했다.
청소년 스트레스 인지율도 전체 42.3%, 여학생은 49.9%로 거의 절반에 달한다. 청소년들은 이제 간헐적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높은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을 들어 의견을 표현한다"는 것은 추가적인 심리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불안장애의 원인으로 학업과 진로에 대한 압박, SNS를 통한 비교, 대인관계의 어려움, 호르몬 변화 등을 지적한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치열한 입시 경쟁과 사회적 압박이다.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인식이 부모와 학생 모두를 불안하게 만든다. 손을 들지 못하는 아이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틀리면 모든 게 끝난다."
이 신념을 바꾸기 위해서는 절대평가 체계 확대, 다양한 평가 방식 도입, "실패도 배움의 일부"라는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 단기적 상담 치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다.
15명 학급에서는 모두가 손을 들고, 30명 학급에서는 대부분이 침묵한다. 이 단순한 사실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아이들은 손을 들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손을 들 환경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구조가 행동을 결정한다.
학급 규모 축소는 단순한 교육 복지 차원이 아니다. 그것은 청소년 정신건강을 위한 구조적 개입이다. 부모를 위한 정신건강 지원도 시급하다. 부모의 정신건강이 개선되어야 자녀의 정서 발달이 이루어지고, 그래야 학교 참여도가 높아지는 연쇄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교실의 침묵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 전체의 구조적 위기를 보여주는 신호다.
그 침묵은 개인의 소심함이 아니라 구조가 만든 불안이며, 학생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전체의 위기이고,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다.
청소년의 침묵을 진지하게 들을 때, 비로소 우리는 변화의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다.
참고자료
2.한국교육학술정보원. (2023). 2023 디지털교육백서: 디지털 자원의 사용 시간과 수학 성취의 관계 분석.
3.중앙일보. (2024). 우리 아이 '성적 도둑' 잡았다…"스마트폰 1시간에 수학 3점 하락".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3904
4.아시아경제. (2025). '학습 부담·SNS 비교까지'…10대 불안장애 4년새 65% 증가. https://www.asiae.co.kr/realtime/sokbo_viewNew.htm?idxno=2025081616285467587
5.뉴시스. (2024). "한국 학생들, 디지털 기기 활용 1시간 늘어나면 수학 3~4점".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122_0002601028
6.한경닷컴. (2024). 서울 맞벌이가정 24% 우울…워킹맘·대디 하루 휴식 1시간.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6018473Y
7.한겨레. (2025). '극단적 선택' 학생 지난해 221명 역대 최대…"조기 개입 절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22590.html
8.경향신문. (2024). 초등 때 학교 떠난 청소년 늘어···학교 밖 청소년 31% "심리적…". https://www.khan.co.kr/article/202405091200011
9.문화일보. (2024). 육아·돌봄 지친 서울 워킹맘·대디들…24% '우울감', 휴식시간 1시간. https://www.munhwa.com/article/11433116
10.다음뉴스. (2025). 지난해 '극단적 선택' 초중고생 221명…역대 최다. https://v.daum.net/v/20250624175629202
11.한국교육개발원 블로그. (2024). [2024. 05. 이슈통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kedi_cesi&logNo=223455825504
12.연합뉴스. (2024). 서울 맞벌이가정 24% "우울"…워킹맘·대디 하루 휴식 1시간. https://www.yna.co.kr/view/AKR20240531124600004
13.연합뉴스. (2025). 지난해 '극단적 선택' 초중고생 221명…역대 최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624153000530
14.아시아경제. (2024). 학교 밖 청소년 6.4%는 '은둔' 경험…"무기력·우울해서". https://www.asiae.co.kr/article/2024050909435885389
15.데이터뉴스. (2025). 청소년 스트레스·불안 연이어 증가…여학생 상승세 뚜렷. https://m.datanews.co.kr/m/m_article.html?no=141169
16.한국행약신문. (2025). 청소년 10명 중 2명 "최근 1년 내 우울감 느껴".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104579
17.한겨레. (2025). 한국 청소년 정신건강이 위험하다…지표 줄줄이 악화.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221870.html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11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