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예린
[한국심리학신문=채예린 ]
게티이미지뱅크
기존 2개의 기사에서는 "핑크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를 제목으로 의도적으로 부정적 감정과 생각을 회피하고 억압하려 할수록 해당 생각에 더 자주, 강렬하게 사로잡히게 되는 현상에 대한 3가지 대처법을 배웠다. 상황 자체에 대한 재평가,구체적 처리 그리고 마음챙김이다.
억압은 겉으로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아서 괜찮아 보일 수 있지만, 상황을 재평가하는 것보다 더 큰 몸의 긴장과 생리적 부담을 만들었다. 또한 지속적 자기 감시로 인해 주의 집중해야 할 대상에 쏟는 인지 자원을 사용하게 되어 기억 성과를 저하하기도 하였고 대화하는 상대방의 혈압 상승을 유도하는 등의 대화에도 문제를 야기한다. 이처럼 감정을 억압하며 무작정 참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 자체를 재평가 즉, 다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는 구체적으로 처리할수록 침투적 기억의 정도와 정서적 반응을 낮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음챙김은 감정을 통제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그저 지금 일어나는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다. 감정과 거리를 두고 관계를 바꾸는 연습이다. 자동으로 흘러가는 생각을 잠시 멈추고 지금 일어나는 일로 주의를 돌린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되 평가하지 않는다. 감정을 없애려는 대신 그 자리에 두고 바라봄으로써 더 건강한 감정 조절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기사에서는 부정적 정서와 기억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넘어서서 어떻게 새롭게 저장할 수 있는가를 다뤄보고자 한다.
4. 새로운 맥락에서 다시 저장하기
- 억누르지 말고 짧게 떠올린 뒤 좋아하는 활동으로 새롭게 저장거나 다양한 장소에 소거학습하기.
1) 기억의 재응고화
기억을 피할수록 뇌는 그 단서를 위험 신호로 학습해 더 자주 떠올린다. 반대로 안전한 환경에서 기억을 짧게 재활성한 다음, 새 해석 즉, 안전 신호를 결합하면 과거에 형성된 정서 반응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 인간의 공포 기억에서도 재응고화(reconsolidation) 업데이트를 활용하면 최장 1년까지 두려움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결과가 있다(Schiller et al., 2010).
<기억의 재응고화 과정>
응고화 (Consolidation):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굳어지는 과정이다.
재응고화 (Reconsolidation):이미 저장된 기억이 회상될 때, 불안정한 상태가 되었다가 다시 안정화되면서 저장되는 과정이다.
- 인출 (Retrieval): 저장된 장기 기억을 의식 속으로 불러낸다.
- 불안정화 (Unstable state): 기억을 다시 불러내는 순간, 기억은 일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 재응고 (Reconsolidation): 불안정해진 기억이 새로운 정보나 맥락과 함께 다시 안정화되면서 저장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기억이 수정될 수 있다.
인간이 학습을 하면 학습된 정보들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점차 안정화가 이루어진다. 안정화 과정을 통해 우리는 그 기억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인출할 수 있게되며 이것을 기악의 응고화라고 한다. 또한, 기억을 불러와서 회상한 뒤에 다시 이것을 저장하는 과정에서 다시 일시적 불안정과 재안정화 과정을 거치는데 이것을 기억의 재응고화라고 한다. 이 재응고화 과정에서 부정적 정서를 일으키는 기억으로부터 새롭게 저장할 수 있다.
<기억 재응고화를 활용한 외상 기억 변형 전략>
① 인지적 재평가를 통해 재응고
가장 대표적으로는 재응고화 과정에서 앞서 배운 인지적 재평가를 함께 진행하는 것이다. 핵심은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에, 그 기억에 부여했던 의미와 해석에 대해 거리를 두고 관찰자의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다시 바라보고 의식적으로 변화시켜 재응고 과정에 대입하는 것이다.
기억이 재활성화되어 불안정해지면, 사건을 다시금 바라보며 사건에 대한 자신의 자동적인 부정적 해석을 찾아내고, 이를 더 현실적이고 중립적인 해석으로 대체합니다. 예를 들어, "그 일은 모두 내 잘못이었다"는 생각(부정적 해석)을 "그 당시 나는 최선을 다했고, 상황이 통제 불가능했다"(재평가)로 바꾸는 것이다.
재응고 개입: 부정적 기억의 핵심에 있던 인지적 왜곡이 새로운, 덜 위협적인 해석으로 대체되어 기억 네트워크에 통합된다. 이는 기억의 사실(content) 자체를 바꾸기보다, 그 사실에 붙어있던 부정적인 해석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고 기억을 떠올렸을 때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는 인지적 예측 오류를 수정하여 정서적 각성을 감소시킨다.
② 새로운 경험 도입 (긍정적 활동 병행)을 통한 재응고
이는 기억을 떠올리는 동안 위협과 안전,즐거움이라는 상반된 경험을 동시에 학습시켜 예측 오류를 유발하는 방법이다. 공포 혹은 부정적 기억을 의도적으로 떠올릴 때 기억이 재활성화 되며, 이와 동시에 뜨개질, 게임, 집중 명상 등 자신이 좋아하거나 긍정적이고 몰입을 필요로 하는 활동을 수행한다.
이때 뇌는 기존의 "이 기억은 공포를 유발할거야"라는 예측과 달리, "이 기억은 안전감과 즐거움을 느끼게 해."이라는 명확한 예측 오류를 경험한다. 이 오류는 기억의 변형을 위한 강력한 동력이 된다. 또한 EMDR의 효과를 설명하는 이론을 포함하여, van den Hout & Engelhard (2012) 등의 연구는 외상 기억을 회상하는 동안 이중 과제(Dual Task)를 수행하면,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의 자원이 분산되어 외상 기억의 정서적 생생함과 고통 강도가 감소한 채로 재응고된다고 제안하였다. 긍정적 활동은 이러한 이중 과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기억의 재응고화(reconsolidation)는 이미 장기 기억으로 저장된 기억을 불러냈을 때, 기억이 다시 불안정해졌다가 새로운 정보와 함께 재저장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기억을 회상할 때마다 기억이 업데이트 되고 변형될 수 있게 하며, 잘못된 기억을 수정하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같은 심리적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2) 기억의 맥락 의존성을 이용한 소거 학습
또한 불안과 공포 학습은 맥락 의존이 커서, 여러 장소에서 다룰수록 소거 학습이 더 잘 일반화되고 재발이 줄어든다(Bouton, 2004).
공포 학습은 특정 자극(조건자극,CS)이 위협(무조건 자극, US)과 짝지어 제시될 때 발생하는 연합 학습이다.
예를 들어, 특정 소리(CS)가 전기 충격(US)과 함께 제시되면, 나중에는 그 소리만 들어도 공포 반응(조건 반응, CR)을 보인다.
소거 학습은 이와 반대로, 위협(무조건 자극,US)없이 조건 자극(CS)을 반복적으로 제시하여, 기존의 CS-US 연합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새롭게 학습하는 과정이다. 이는 기존의 공포 기억을 '지운다'기보다는, CS가 안전하다는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여(modified) 공포 반응을 억제하는 과정이다.
소거 학습의 효과가 영구적이지 않고 재발이 흔한 주된 이유가 바로 이 맥락 의존성 때문이다.
소거 학습은 특정 맥락, 즉 환경이나 장소 내에서 이루어진다. 소거 학습 후 재발이 발생되는 현상은 주로 다음 세 가지 형태를 보인다.
- 자발적 회복: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거 효과가 저절로 약해져 공포 반응이 다시 나타나는 현상.
- 재취득 : 소거 학습이 이루어진 후, 공포 반응을 유발했던 무조건 자극(US) (예: 충격)이 소거 맥락 밖에서 다시 제시된 후, 조건 자극(CS)에 대한 공포 반응이 다시 나타나는 현상.
- 갱신: 소거 학습이 이루어진 장소(A)를 벗어나 다른 장소(B)에서 조건 자극(CS)을 제시할 때 공포 반응이 다시 나타나는 현상.
이 중에 갱신은 특히나 맥락 의존이 큰 불안과 공포 학습에서 빈번하게 등장한다. 특정 장소에서 특정 자극(CS)과 연합된 부정적 경험이 강하게 묶여있는 상황일 때(공포학습), 그 장소에서 위험 자극(US) 없이 해당 상황에 반복 노출 되면 점차 재평가를 통해 새로운 기억이 생성되게 된다(소거학습). 그러나 나중에 다른 장소에서 비슷한 자극(CS)을 마주하게 되면 다시 예전의 공포 혹은 부정적 정서 반응이 재발하기 쉽다. 이때 여러 장소에서 해당 상황에 노출되게 되면 '이러한 상황에서도 나는 안전하다',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라는 새로운 기억이 생기고 이를 통해 맥락 의존이 줄어들고 재발 역시 줄어들게 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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