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만으로 공감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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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만으로 공감할 수 있나요? - 감정을 넘어 공감의 균형을 찾다 - 인지심리학으로 본 공감의 원리
  • 기사등록 2025-12-30 08: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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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송주영 ]




MZ 세대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MBTI는 어느새 세대를 넘어 한국 사회의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도구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로의 사고 방식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부분은 바로 F(감정형)과 T(사고형)의 차이다. 감정형은 사람과 관계에 주목하며 협조를 중시하고 상황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반면, 사고형은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판단에 집중하며 원리와 원칙을 더 우선시한다.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유튜브의 한 채널에서는 “너 T야”라는 밈(meme)이 등장했는데, 이는 사고형의 사람들에게 공감이 부족하다는 뉘앙스를 담아 장난스럽게 사용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행이 번지며 서로의 공감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 방식에 대한 논쟁이 과열되기도 했다. 결국 서로를 하나로 묶어야 할 공감이 오히려 갈등의 씨앗이 된 것이다.


이처럼 인간관계와 이해 방식에 대한 논의는 자연스럽게 공감의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과연 공감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감정적인 반응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공감의 본질 - 공감이란?



공감의 사전적 정의는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이다. 즉, 공감이란 타인의 감정을 내면화하여 함께 느끼는 과정을 뜻한다. 


공감을 뜻하는 영어 단어 Sympathy는 “Sym(함께)”와 “pathos(감정)”의 합성어로, “함께 감정을 느끼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사한 개념인 Empathy 역시 “Em(안에)”과 “pathos(감정)”의 합성어로, 상대방의 처지 속으로 들어가 그 감정을 직접 체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에 자동으로 공명하는 성향인 ‘공감’을 선하고 올바른 심성으로 여긴다. 이는 공감이 상대방에 대한 적대적인 충동을 억제하고, 이타적인 동기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감은 단순한 감정적 반응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인간의 상상은 대부분 직접 경험한 범위를 넘어서기 어렵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과 내가 느끼는 공감의 고통이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렇기에 무조건적인 정서적 공감은 오히려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대한 인지적 평가와 의도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공감을 조절하려는 모습을 자주 관찰할 수 있다. 예컨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처럼 쉽게 헤아릴 수 없는 고통 앞에서는 그 감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으려는 의도를 담아 오히려 공감을 자제하기도 한다. 또한 집단의 외부 구성원이나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힌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공감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공감의 이중 과정: 자동적 공명과 통제적 성찰



연구자들은 공감의 메커니즘을 연구하기 위해, 공감을 의도하지 않아도 발생하는 ‘자동 과정’과 인지적인 노력이 필요한 ‘통제 과정’으로 구분했다(Craig et al., 2010).


먼저 자동 과정이란 외부 사건에 의해 자발적으로 활성화되고, ‘상향적’인 방식으로 작동하는 정보 처리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은 나와 타인을 연결하는 강력한 동질감을 기반으로 하며, 타인의 고통을 무의식적으로 내면화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 아픔이 내 머릿속에서 즉각적이고 빠르게 재현된다.


반면, 통제 과정은 의식적이고 성찰적인 과정으로, ‘하향적’인 조절을 통해 공감에 융통성을 부여한다. 이는 단순히 타인의 감정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특성, 사회적 맥락, 인지적인 요구에 따라 달라지는 반응을 포함한다. 상대방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려는 ‘역할 취하기’와 비슷하며, 타인의 감정을 정신화하고 추론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자동 과정이 유아기 시기부터 나타나는 기초적인 형태라면, 통제 과정은 자신의 감정과 상대의 감정을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정서적으로 성숙한 이후에야 발현된다.


연구자들은 두 과정을 분리시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감지되는 암묵적 수행과 설문 등 의도적인 판단을 수집하는 외현적 수행을 비교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실제로 심리적 과정은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나뉘지 않는다. 우리의 공감은 여러 과정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적인 결과물이다.




인지 부하의 영향과 통제적 공감의 역할



펜실베니아 대학의 심리학자인 카메론(C. Daryl Cameron)은 ‘인지 부하’, 즉 특정 과제 수행에 필요한 정신적 노력을 이용해 자동적인 공감과 통제적인 공감을 구분했다. 자동 과정은 생존적인 본능으로 높은 효율성을 가지며 정신적인 노력이 덜 필요하기에, 인지적인 자원이 고갈된 상황에서도 쉽게 발생하며 외부 환경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다.


반면 통제 과정은 뇌 속의 정보의 흐름을 조율하는 기능으로, 더 많은 의식적 노력과 인지적 자원이 필요하다. 때문에 인지적 과부하는 통제 과정에 쉽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령, 아기 엄마에게 당장 급히 해결해야 하는 전화가 걸려온다면, 인지적 자원의 한계로 인해 아기를 돌보려는 의향, 즉 성찰적인 공감이 감소하게 된다. 즉, 이는 단순히 아기에 대한 사랑의 문제가 아니라 인지적 자원의 한계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카메론은 시간 압박(=인지 부하)을 가할수록 사람들이 자동적 과정에 의존하고, 의도적인 공감은 감소하는 경향을 발견하였다. 즉,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압박을 느낄 때 성찰적이고 의식적인 공감보다는 자동적이고 비의도적인 공감을 사용하게 된다. 이는 바쁘고 치열한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저소득층의 부모들이 상대적으로 아이들에게 공감 반응을 덜 보이는 현상을 설명한다.


이에 대한 후속 연구로, 김성윤과 이도준은(2022) 기억력 테스트(작업기억 이중과제)를 사용해 인지부하가 공감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했다.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란 정보를 일시적으로 붙잡아 두고 동시에 조작하며 다른 작업과 연관 짓는 고차원적인 인지 활동의 핵심이다. 


연구 결과, 인지 부하가 통제 공감을 선택적으로 저하시킨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밝혀졌다. 더하여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작업기억 용량이 클수록 통제 공감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업기억 용량이 큰 사람들은 복잡한 상황에서 신중한 마음가짐을 유지하고, 자신의 믿음을 사실이 아닌 가설로 취급하며, 타인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분별하는 능력을 지닐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다면적 기능으로서의 공감과 바람직한 결과



위 연구는 공감이 두 가지 차원(자동적 공감과 통제적 공감)으로 나뉘고, 외부 환경에서 인지적 과부하가 걸릴 때 인지적 과정인 통제 공감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임을 밝혀냈다. 


두 공감 과정은 서로 독립적이지만 상호 작용하기도 한다. 뇌 영역 중 복내측 전전두피질(vmPFC)은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 사이의 중요한 중개소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두 과정이 상호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옥시토신과 같은 호르몬이나 특정 유전자가 인지적 및 정서적 공감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공감이 하나의 과정으로 결정되지 않는 ‘다면적 기능’임을 뒷받침한다.


결론적으로,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마음 속에 비추고 공명하는 것만이 공감의 전부는 아니다. 이러한 결과는 상황에 관한 평가를 바탕으로 인지와 정서의 균형이 달성 되어야만 공감이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공감은 단순히 감정적 연결을 넘어, 여러 성찰과 평가를 기반으로 빚어지는 과정에 가깝다. 우리가 공감의 자동적 공명과 통제적 성찰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유한한 인지적 자원 속에서 의도적으로 인지와 정서의 균형을 조절하려 노력할 때, 공감은 감정 소모를 넘어 실질적인 도움과 사회적 통합을 이끌어내는 유의미한 과정이 될 것이라 믿는다. 




출처

1. Cameron, C. D., Spring, V. L., & Todd, A. R. (2017). The empathy impulse: A multinomial model of intentional and unintentional empathy for pain. Emotion, 17(3), 395–411. https://doi.org/10.1037/emo0000266 

2. 김성윤 and 이도준. (2022). 인지부하가 통증 공감에 미치는 영향: 다항과정트리 모델링. 한국심리학회지: 인지 및 생물, 34(4), 249-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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