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용
[한국심리학신문=박재용 ]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이미지 출처: 뽀로로 공식 애니메이션 이미지 (ⓒ ICONIX / EBS)
지금의 2,30대들은 한 소절만 들어도 아는 바로 그 캐릭터, 뽀로로. 우리의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뽀로로는 매번 이런저런 사건에 휘말리며,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그때 우리는 뽀로로의 일상 순간순간을 모두 부럽거나 재밌게 보았다.
하지만 이제 어른이 된 우리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노는 것은 여전히 즐겁지만, 그 목적이나 방식이 어릴 때와는 많이 바뀌었다. 놀이 그 자체의 즐거움보다는, 일을 하기 위한 '에너지 충전'이 더 중요해져 버린 것이다. 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집에 돌아와서도 일에 대해 생각하느라 제대로 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즉, 오늘날 우리에겐 적절한 '일과 쉼'의 균형이 요구된다. 하지만, 당신은 일과 휴식을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알고 있는가?
우리는 과연 얼마만큼 쉬어도 되는 것일까? 우리는 지금 잘 쉬고 있는 걸까?
'쉼'의 정의

지금 잠시 멈추고, 한번 쉴 때 어느 정도가 적당할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1시간, 하루, 일주일 등등.. 휴식에 필요한 시간은 각자가 다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휴식 시간에는 정답이 존재할까?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그 시간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우리는 체력, 집중력 등 많은 특성이 너무나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쉬어야 하는가?
독일·홍콩·호주 연구진에 따르면, 휴식의 '핵심'은 업무로부터의 심리적 분리(psychological detachment)라고 보고하고 있다(Sonnentag, Cheng, & Parker, 2022). 혹시 쉴 때 학생이라면 끝내지 못한 공부에, 직장인이라면 끝내지 못한 업무 때문에 마음을 쓰며 휴식해본 기억이 있는가? 그때, 휴식을 한 뒤에 평소처럼 컨디션이 괜찮아졌는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신의 뇌는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쉬는 '행위'는 물론이고, 우리의 '머릿속'까지 완전히 쉼에 집중하는 그 순간부터가 비로소 휴식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휴식의 기준은 시간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우리 주변의 '가짜 휴식들'

일과 분리되기만 하면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일' 생각을 하지 않아도 '쉬어도 쉰 게 아닌 활동'들이 있다.
대표적인 가짜 휴식에는 '쇼츠 시청'이 있다. 국제 심리학 연구진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릴스나 쇼츠 등의 짧은 영상 시청이 피로 회복에 일부 도움이 되나, 그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했다(Grobelny et al., 2024). 왜냐하면, 우리가 보는 쇼츠들은 모두 많은 '자극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영상을 보는 내내 '각성 상태'를 유지하여, 편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게 된다.
또 다른 가짜 휴식으로, '타인과의 대화'가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타인'은 일적인 관계 외에 가까운 친구 사이의 대화도 포함한다.
앞서 언급한 독일·홍콩·호주 연구진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를 포함한 사회적 활동이 상황에 따라 오히려 정신적인 회복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보고했다(Sonnentag, Cheng, & Parker, 2022). 당신은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가까운 친구나 지인을 불러 억울함을 토로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크게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그 과정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북받치기도 하고, 듣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머릿속으로 내용을 복잡하게 정리하기도 한다.
'취미생활' 우리 뇌가 쉴 수 있는 곳

그렇다면 과연 어떤 활동이 진정한 '휴식'에 해당하는 것일까?
우리는 뇌를 쉬게 해주기 위해서, 가장 먼저 '쉼=즐거움'이라는 공식을 깨야 한다. 위에서 설명해왔던 바와 같이,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결국 뇌가 고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휴식에는 '자극이 없는 활동'이 필요하다. 어떤 것이 있을까?
지식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네덜란드와 핀란드 연구진에 따르면, 공원에서 가볍게 걷는 산책이 그들의 긴장을 낮추고 오후 업무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한다(de Bloom et al., 2017). 그들이 걸었던 시간은 대략 15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 '자극'이 없는 편안한 휴식은 그들을 회복시키기에 충분했다.
'자극이 없다'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걷기, 멍때리기, 명상하기 등, 우리가 머리를 쓰지 않고 하는 모든 활동이 '쉼'에 해당할 수 있다. 어쩌면 여기 제시한 방법보다 더 나은, 당신만의 방법이 분명 존재할지도 모른다.
마음이 내는 목소리를 따라

쉬는 것마저도 바르게 쉬는 방법이 따로 있는 건지, 글을 읽다가 머리가 아팠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특히 더 중요한 문제이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쉴 때에도 일 걱정을 하거나, 쇼츠를 보곤 한다. 정말 무서운 사실은, 이런 휴식이 반복된다면 사람은 언젠간 지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살아간다.
이번 글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잘 쉬는 방법 같은 것이 아니다. 대신, 쉼이 꼭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이란 강박에서 벗어나보는 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은 후, 당신의 휴식생활을 잠깐이라도 돌아봤다면 그건 큰 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휴식의 질이 달라진다면, 당신의 삶이 얼마나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로마 제국의 황제이자 스토아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명상록>에 남긴 격언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사람이 쉴 수 있는 가장 평온한 곳은 자기 자신의 마음이다 (Nowhere can a man find a quieter or more untroubled retreat than in his own soul).”
*참고문헌
1) de Bloom, J., Sianoja, M., Korpela, K., Tuomisto, M., Lilja, A., & Geurts, S. (2017).
Effects of park walks and relaxation exercises during lunch breaks on recovery from job stress: Two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 51, 144–156. https://doi.org/10.1016/j.jenvp.2017.03.006
2) Grobelny, J., Glinka, M., & Chirkowska-Smolak, T. (2024).
The impact of hedonic social media use during microbreaks on employee resources recovery. Scientific Reports, 14, 21603. https://doi.org/10.1038/s41598-024-72825-x
3) Sonnentag, S., Cheng, B. H., & Parker, S. L. (2022).
Recovery from work: Advancing the field toward the future. Annual Review of Organizational Psychology and Organizational Behavior, 9, 33–60. https://doi.org/10.1146/annurev-orgpsych-012420-09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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