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진
[한국심리학신문=이혜진 ]
출처: pixabay
새해가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삶을 점검한다. 달력이 바뀌는 순간,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번에는 정말 달라질 것 같아”라는 말은 새해 인사처럼 반복되고, 다이어리 첫 장에는 목표들이 가지런히 적힌다. 운동, 공부, 저축, 인간관계까지. 새해는 마치 삶 전체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기회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종종 빠른 좌절로 이어진다. 몇 주가 지나지 않아 계획은 흐트러지고, 목표를 지키지 못한 날들이 쌓인다. 그러면 우리는 쉽게 자신을 평가한다. “작심삼일도 못 간다”, “나는 역시 의지가 약하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이 장면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우리가 변화에 대해 너무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왜 우리는 새해 목표를 계속 지키기 어려워하는가?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본래 급격한 변화를 장기간 유지하도록 설계된 존재가 아니다. 특히 새해 목표처럼 삶의 여러 영역을 동시에 바꾸려는 시도는 짧은 시간에 과도한 자기조절을 요구한다. 자기조절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쉽게 소진되는 심리적 자원이다. 하루하루 쌓이는 선택과 인내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이 자원이 고갈되면 우리는 이전의 익숙한 행동으로 돌아가기 쉽다. 새해 목표가 무너지는 이유를 ‘의지 부족’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우리는 행동 변화를 흔히 ‘결심의 강도’로 설명하지만, 실제 행동은 의지보다 환경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는다. 반복되는 행동은 매번 새롭게 결심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조건 속에서 자동적으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은 대개 특별히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라기보다, 운동을 하기 쉬운 환경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운동복이 눈에 잘 띄는 곳에 있거나, 이동 동선에 헬스장이 포함되어 있는 식이다. 반대로 환경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엔 꼭 하겠다’는 다짐만으로 행동을 바꾸려는 시도는 쉽게 좌절을 낳는다.
이처럼 변화가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게으르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라, 변화의 방식이 인간의 심리적 특성과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새해가 되었다는 이유로 삶을 한 번에 바꾸려는 시도는 오히려 부담과 회피를 키운다. 계획을 완벽하게 지키지 못했을 때 느끼는 실패감은 변화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새해 목표라는 강박에서 벗어나라
그래서 심리학이 제안하는 대안은 ‘더 열심히 노력하라’가 아니다. 대신 변화의 크기를 줄이고, 속도를 늦추라고 말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완벽하게 실천하는 것보다, 중간에 멈추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는 직선처럼 일정하게 이어지기보다, 잠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는 곡선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흔들린 뒤에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다. 계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자신을 강하게 비난하는 사람일수록 변화에서 더 빨리 이탈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반면 실수를 인간적인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자기연민적 태도는 다시 시도할 가능성을 높인다. “왜 나는 이것도 못할까”라는 질문보다 “이 상황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라고 묻는 태도가 장기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어쩌면 새해에 꼭 필요한 목표는 ‘완전히 달라지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매일 조금씩 나아지지 않아도 괜찮고, 때로는 제자리걸음을 해도 괜찮다는 허락. 새해를 인생의 시험대처럼 여기기보다, 속도를 조정할 수 있는 하나의 지점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심리학이 말하는 진짜 변화는 극적인 결심이나 강렬한 출발선이 아니라, 조용하고 반복적인 선택에 가깝다.
마치며...
새해가 되었다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여전히 비슷한 고민을 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더라도 그 안에서 자신을 조금 덜 몰아붙이고 있다면 그것 역시 변화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어 있고, 그 속도는 각자의 삶에 맞게 조정될 수 있다. 새해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1) Baumeister, R. F., Bratslavsky, E., Muraven, M., & Tice, D. M. (1998). Ego depletion: Is the active self a limited resour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4(5), 1252–1265. https://doi.org/10.1037/0022-3514.74.5.1252
2) Lally, P., van Jaarsveld, C. H. M., Potts, H. W. W., & Wardle, J. (2010). How are habits formed: Modelling habit formation in the real world.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40(6), 998–1009. https://doi.org/10.1002/ejsp.674
3) Neff, K. D. (2003). Self-compassion: An alternative conceptualization of a healthy attitude toward oneself. Self and Identity, 2(2), 85–101. https://doi.org/10.1080/15298860309032
4) Wood, W., & Neal, D. T. (2007). A new look at habits and the habit-goal interface. Psychological Review, 114(4), 843–863. https://doi.org/10.1037/0033-295X.114.4.843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11824